머리와 심장을 조화롭게

푸른우체통 교육칼럼 - 박윤규(다산학교 교감, 동화작가)

지역내일 2013-10-25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이제 더 못 버티겠어요.”
부산의 한 학생이 이런 유서 같은 카톡을 어머니 앞으로 남기고 삶을 마감했다는 기사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돌덩이처럼 짓눌렀다. 교육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이러한 사건이 어제 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이 학생의 전언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학생은 경북의 자율형 사립고 2학년으로 성적은 인문계 1등이었다. 특별히 폭력적 억압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한 적도 없는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돌연히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나와서는 부산의 집으로 와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고 만 것이었다.
아마도 이 학생은 어려서부터 성적도 매우 뛰어나고 감성도 풍부했을 것이다. 중학교 성적 역시 우수했을 것이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가족 곁을 떠나 먼 곳의 자립형 사립고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공부는 잘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선택하고 말았다. 정녕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 입시철을 전후하여 더욱 무성해지는 이러한 소식들,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오늘날 교육은 우리 세대가 자랄 때에 비해 무척 다채로워졌다. 우리 때는 한 반이 60명을 상회하는 콩나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다. 특목고, 외고, 과학고, 자사고, 대안학교, 이런 단어조차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국제고니 각종 특성화고 등 얼마나 다채로운 학교 메뉴가 있는가? 맘만 먹으면 유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학급 정원도 우리들 시절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교육 정상화, 교육혁신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고 변화를 시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분명 교육은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은 더욱 각박해지고, 폭력 문제는 심각해졌으며, 그로 인해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일은 수시로 교사와 학부모의 가슴에 바윗덩이를 던지곤 한다. 꿈을 꾸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앞날은 실로 암담하다.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고인을 들먹여서 송구하지만, 앞의 학생은 나름대로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을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머리가 심장을 파먹게 하는 교육,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머리는 지성, 혹은 이성을 뜻하고, 심장은 감성을 의미할 터이다.
그렇다. 사람의 몸은 음(좌)과 양(우)으로 구성되어 있고, 팔도 두 개 다리도 두 개로서 생활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 쪽  다리만 성장한다면 그가 어찌 운동을 하고 험한 고개를 넘겠는가. 그런데 이성의 도구인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감성을 억압하고 파괴하고 있다고, 이 학생은 생애를 던져 규탄했다. 한쪽 다리만 커지도록 기형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오늘날은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고, 교육 환경은 매우 좋아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외형의 다양화만 추구했지 그 내면이 획일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일률적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부의 방식은 여전히 일방적이고 지식 주입적이다. 학생의 주체성과 창의력을 무시한 교육으로 가득한 것이 우리 교실의 현실이다.
입시를 위주로 한 지식 쌓기 교육은 머리만 크게 한다. 지나친 경쟁은  주변과의 교감을 막아버린다. 아름다움과 설렘으로 부푸는 가슴의 희망을 키우지 못하니, 심장은 딱딱해지고 마침내 희망의 빛마저 사그러들고 마는 것이다. 다양한 예술 체험과 창작 활동으로 심장에 불을 지펴야 한다. 그리고 풍부한 사랑과 감정의 교류를 통해 내 안의 빛을 밝히고 키워야 한다. 그렇게 이성과 감성, 즉 머리와 심장이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도록 해야만 한다.


그런데 거듭되는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 지속적으로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이 여전하다. 이런 현실에 반기를 들고 우후죽순 격으로 많은 특목고와 대안학교들이 일어났다. 더러는 문제 학생들을 보듬어 새 길을 열어주고, 친자연적이고 감성적인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는 등 우리 교욱의 한 틈새를 잘 메우고 있다. 그러나 대학과 입시라는 현실적 문제를 외면함으로써 이 사회에 썩 동화되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많은 특목고나 대안학교들은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배우는 일마저 뒷전으로 밀어내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실정이니 전인교육 인성교육, 개성을 살리는 창의적 교육은 요원한 게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이런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경쟁에서 탈락하여 좌절하게 만들거나, 선두에서 달려간다 하더라도 어느 날 문득 길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뒤처진 자나 맨 앞에 선 자나 고통스럽다는 면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외된 학생도 뛰어난 학생도 비슷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게 우리 사회와 교육의 구조적인 질병이다. 우리 교육의 아픔과 슬픔은 바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해결책의 절반은 찾은 거나 다름없다. 다산 교육에서는 좀 더 일찍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였고, 그 원인을 파악했다. 머리와 심장이 조화되는 교육,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교육. 그것이 일회적 이벤트나 관념적 탁상공론이 아니라 학습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일상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가운데서 정당한 경쟁을 거치며 개혁을 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 혁신이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으면서 내일이 행복하리라 기대하지 말자. 오늘 행복한 학생이 내일 더 행복할 것이다. 다시는 오지 않는 성장기의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자. 멋진 추억을 만들며 많이 놀고, 많은 예술 활동을 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과 의지를 길러주자.
이러한 인식 하에 짜여진 다산학교의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사교육을 배제한 채 공교육의 기본 학습을 해 나가며, 독서토론, 예술 탐방, 공연 기획과 제작, 캠프와 참살이 활동 등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비교적 행복한 학창시절을 경험하였고, 다양한 꿈들을 찾아 성공적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특히 새로 문을 연 초급중학교 아이들과 부모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졸업생의 동생들이 예외없이 입학하는 상황은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안착시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 가고 있다. 우리의 제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 땅의 아이들이 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적어도 교육 때문에 스스로 삶을 내던지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행복을 꿈꾸는 희망의 열쇠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박윤규
(다산학교 교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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