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각종 입시설명회에서는 입시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시합니다. 무슨 비법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먼저, 하나만 묻겠습니다. 그 전략이 과연 여러분에게 적용이 가능합니까?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성향이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성향은 매우 다양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두 학생의 사례입니다.
첫 번째, 성실하지만 느린 학생이 있습니다. 이해하는 속도도 문제 푸는 속도도 느립니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방법 그대로 적용하는데도 항상 문제는 틀립니다. 성적이 오르는 건 당연히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중학교 때에는 알아주는 모범생이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에 오니 상황 변화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그렇다며 공부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떤 방법인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 있는지도 모를 공부 방법을 찾다가 3년이 갑니다.
두 번째, 머리는 좋지만 게으른 학생이 있습니다. 공부는 주로 벼락치기를 합니다. 중간고사가 다가오면 자책하며, 기말고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웁니다. 무슨 일이든 주어진 양의 딱 80%만 합니다. 게임은 주어진 시간의 300%(?)쯤 하면서 말이지요. 성적은 당연히 파도를 탑니다. 욕심도 없어서 만족의 미학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학생입니다. 부모님 속은 타들어갑니다. 머리는 좋다는 말에 위안을 얻는 것도 잠시 뿐 답답한 마음에 조언을 해 보지만, 이내 잔소리가 되고 가정불화(?)가 일어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속된 말로 관리가 빡센(?) 학원을 찾아 보냅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다른 학원을 찾아다니며 그렇게 3년이 갑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성향을 바꾸는 일''과 ''장점을 극대화하는 일'' 중 무엇이 더 쉬운지 그리고 효과적일 지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학생이라면 학생이 스스로 이해하고, 노하우를 체득할 때까지 부모님께서 기다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학생은 중학교 때 주어진 대로만 배우고 적용했던 습관 때문에 낮선 자료에 대한 해석을 묻는 수능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학습 능력은 양이 쌓일수록 가속도가 붙는 속성이 있습니다. 자꾸 재촉하다보니 이 가속도가 붙는 시점은 멀어지고, 학생은 자꾸 제 자리 걸음만 하는 것입니다. 믿고 기다려 주는 것. 이성으로만 이해하지 마시고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학생에게는 넛지(nudge :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 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가 중요합니다. 이 학생에게 규칙적인 반복학습이라든가, 예습·복습의 생활화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적절한 동기부여를 주어 스스로 몰입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운동도 매우 좋은 학습법입니다. 일정시간에 정해진 시간만큼 운동을 하는 것도 무언가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습관을 만들어 줍니다. 사람도 동물인지라, 행동이 바뀌면 그 행동에 맞춰 생각과 습관도 변합니다. 하루 30분 운동이 놀라운 나비효과를 불러 올 것입니다.
학원에서 세운 전략에 학생의 학습 스타일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는 마치 내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 두기만 하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해마다 일산지역 일반고 학생들의 50%이상이 재수를 합니다. 대학을 갔다가 만족하지 못하고 반수를 하는 학생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집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일산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의 in서울 합격 비율은 반에서 4.5명 정도(전국평균은 6명 정도)입니다. 우수한 학생이 외고로 빠져 나갔다고 하지만 외고 입시가 바뀐 이후에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나에게 맞는 전략''의 부재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학생의 상황과 기대치에 맞는 적절한 전략을 찾기보단 현 상황에서의 ‘대세’를 쫒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입시는 정시 열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수능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이 없었음에도 수능이 마법의 지팡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논술과 적성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수능은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중요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수능에 올인하며 ''수능만 잘보면 되지''라며 현실을 도피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에 처하든 주인이 되라. 아무쪼록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유정진 원장
성진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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