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는 장을 보고 돌아 올 때면 간식으로 고로케를 사오시곤 했다. 지금처럼 빵이나 도넛을 자주 먹지 못하던 시절, 그 때 맛보던 고로케는 바삭하고 쫄깃한 게 고소하니 참 맛났다. 그 아련한 맛에 지금도 제과점에 들러 빵을 고르다보면 집게는 고로케 앞에서 멈추기 일쑤다. 고로케는 일본에서 서양음식인 크로켓을 변형해 만든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수퍼마켓, 정육점 등에서도 고로케를 파는데 고로케 전문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일본인들이 즐겨먹는다고 한다. 요즘은 우리 동네에도 수제 고로케집들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벌써 입소문이 난 우리지역 수제 고로케집을 찾아가 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카놀라유로 튀겨내는 고로케
‘일산 수제 고로케’
원마운트 내 쇼핑몰 입구에 자리 잡은 ‘일산 수제 고로케’는 간판이 일본어로 돼있어 처음엔 고로케 집인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잘 보면 큰 글씨 아래 ‘일산 수제 고로케’라는 작은 글씨가 보인다.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보이지만 주인장이 직접 메뉴 개발, 재료 구입, 조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주인장은 몇 년 전 대기업 메뉴 개발팀에서 근무하면서 교육차 일본에 갔다가 고로케 전문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의 매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일산 수제 고로케에서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아침 채소 등 고로케 속재료를 구입한다. 빵 반죽은 발효시킨 후 바로 튀겨내는데 그날 한 반죽은 그날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곳의 고로케는 삶은 감자 으깬 것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감자 맛이 가장 중요하다. 고랭지에서 재배한 감자를 사용하는데 하지감자가 나오는 여름에서 10월까지 감자 맛이 가장 좋아 고로케도 그 때가 가장 맛있다. 고로케는 얇은 도우에 속을 채워 넣은 후, 식용유 중 포화지방산이 가장 낮은 카놀라유로 튀겨낸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이곳만의 메뉴는 게살크림 고로케. 크림소스가 들어가 있어 부드럽다. 하루에 세 번 고로케 나오는 시간(오후 1시, 3시, 5시)이 정해져있다. 종류는 감자베이컨, 야채, 크림치즈, 카레, 게살크림 다섯 가지. 값은 각 1500원이다. 매장 내 테이블은 없고 종이봉투에 포장해 갈 수 있다. 박스 포장은 7개부터 가능하다.
위치 일산서구 대화동 2606 원마운트 매직몰127
(워터파크 매표소 앞) 1층 166호
문의 031-961-6413
시간과 정성을 담아낸 맛
‘더 고로케’
대화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더 고로케’는 올 여름 문을 연 아담한 분식집이다. 맥주를 좋아하는 주인장은 자신이 안주로 즐겨 만들어 먹던 고로케를 메뉴로 선보였다. 이곳의 고로케는 제과점이나 시장에서 보던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달걀 모양, 색깔도 연한 갈색이다. 동그란 모양의 고로케는 오래 전 일본에서 노동자들에게 팔기위해 크기를 키워 만들어 낸 것. 밀가루 반죽에 삶아 으깬 감자를 채워 동그랗게 튀겨 냈다고 한다. 그런 고로케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도 ‘더 고로케’라 붙였다는 주인장은 자신의 고로케에 대한 자부심과 정성이 대단하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고로케는 삶은 감자 으깬 것을 빚어 속을 만드는데, 이곳의 고로케는 양파를 다져 빚어낸다. 감자를 으깨서 반죽을 하면 고로케가 딱딱해지기 때문. 고로케 모양을 만든 후 기름이 많이 배지 않게 빵가루 등으로 겉을 네 번 코팅해서 튀겨 낸다. 양파는 기계로 갈지 않고 매일 2~3시간씩 손으로 직접 다져서 쓴다. 기계로 갈면 적당한 크기로 갈아지지 않고 물이 많이 생겨 식감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곳만의 또 다른 조리법은 고로케 반죽에 서양 요리 소스의 기본이 되는 브라운 루를 넣는 것. 브라운 루는 버터와 밀가루를 기름에 볶아서 만드는데 이것을 제대로 볶는 것이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한다. ‘더 고로케’는 설탕이나 조미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빚은 고로케는 냉장고에 숙성시키면서 주문 받은 즉시 그때그때 튀겨 낸다. 종류는 감자베이컨, 새우, 치즈, 치킨카레, 단호박 다섯 가지이고 값은 각 1000원. 가게에서 생맥주와 함께 즐길 수도 있고 포장도 가능하다.
위치 일산서구 대화동 2054-1
성저7단지 건영아파트 후문 근처
문의 031-914-9033
푸짐하고 싸고 맛있는 시장의 맛
‘원당 수제 고로케’
시장은 군것질하기에도 딱 좋은 장소. 원당 시장에도 이런저런 먹을거리들이 많은데 유난히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가게가 있다. 단연 인기인 그 가게는 ‘원당 수제 고로케’. 시장에 있는 가게여서 규모가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매장에 고로케를 만들고 있는 직원도 너덧 명은 된다. 매장에서 고로케를 끊임없이 튀겨 내는데 튀겨 내면 내는 대로 바로 팔린다. 이곳의 고로케는 예전에 먹던 두툼한 둥근 모양의 바삭바삭한 갈색 고로케 그대로다. 인기 있는 야채 고로케는 금방 동이나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유리문에는 “기다린 만큼 보람이 있었다”, “사람 더 고용해서 오래 안 기다리고 많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손님들이 적어놓은 글 들이 여러 장 붙어 있다. 그래서 생긴 지 꽤 오래된 집으로 보이는데 5개월 전 문을 열었단다. 고로케 속재료는 바로 맞은편 채소가게의 신선한 채소를 사용한다. 감자 고로케는 으깬 감자와 다진 당근이 들어간다. 가장 인기가 좋은 야채 고로케는 양파, 당근, 피망이 푸짐히 그리고 햄이 약간 들어가 식감이 좋다. 얼마 전 새로 내놓은 크림치즈 고로케는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시장답게 고로케가 큼지막하고 속도 꽉 차있는 게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종류는 감자, 야채, 팥, 단호박, 크림치즈 다섯 가지. 값은 각 1000원이다.
위치 덕양구 성사동 원당시장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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