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재래시장, 복지시설, 학교, 시청, 구청, 주민센터, 지하철역, 캠핑장, 무료급식소 등 어디서든 만나 볼 수 있는 공연단이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한 복판에서 공연하고,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철역을 찾는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매주 토요일마다 70회 이상 공연을 했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부천시 공무원 공연단 ‘좋은이들’을 소개한다.
좋은 사람들 모임 ‘좋은이들’
이웃과 지역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모인 좋은 사람들이니 모임 이름은 자연스럽게 ‘좋은이들’로 정해졌다.
좋은이들의 역사는 제법 길다. 지난 2002년 통기타를 취미로 하던 동료 3명이 모여 공원과 복지관을 돌며 공연을 했다. 하지만 서로 업무가 바쁜데다가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모임이다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흐지부지 되더니 자연스럽게 모임이 없어졌다.
그러다 지난 2011년 1월 부천시가 ‘문화도시 부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공무원들 간의 문화활동을 장려, 5개의 동아리가 결성됐다. 그 중 하나가 ‘좋은이들’ 2기다.
포크, 트로트, 색소폰까지 레퍼토리 다양해져
좋은이들 2기는 공무원 5명으로 조직했다. 신현덕(기획예산과) 단장을 비롯해 이준구(공원과) 부단장, 단원 장용수(원미보건소), 송중기(회계과), 정시아(원미구청) 등 5명이 함께 하며, 트로트 아마추어 가수인 박금란, 이화옥 씨가 게스트로 함께 하고 있다.
2기의 가장 큰 특징은 통기타 위주의 7080 추억의 포크송은 기본, 트로트와 색소폰 연주, 각설이 품바까지 레퍼토리가 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공연할 수 있는 무대도 더 많아졌다. 특히, 어르신들이 계시는 지역 내 복지관이나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 공연 요청이 많이 늘었고 반응도 뜨겁다.
“트로트가 대중성이 있어요. 중장년층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의외로 젊은 세대도 참 좋아해요.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트로트가 최고인거 같아요.” 신현덕 단장의 설명이다.
공연단이 입소문 나면서 부천은 물론 인천, 김포, 의정부 등지에서도 위문공연 의뢰가 오게 되고, 활동무대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공무원 공연단의 존재 의미
10년 넘게 거리에서 공연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보통 4월부터 9월까지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공연을 주로 하는데 야외공연은 열린 공연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도 많이 생긴다.
“음향장비 세팅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려요. 또 무게도 만만치 않고요. 공원 한복판까지 낑낑대면서 장비 옮기고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겨우 세팅작업을 마쳤는데 갑자기 비가 퍼붓는 거에요. 고가장비라 젖으면 큰일이니 완전 비상사태죠. 단원들 모두 자기 몸은 뒷전이고 장비 옮겨놓느라 고생했어요. 다들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번쩍 들고 날다시피 옮겼으니까요.”
또 여름밤에는 보통 해진 후에 공연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술에 취한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 소동을 벌일 때도 있다. 지금은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관록이 생겼지만 초기에는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꽤나 흘렸다고 한다.
“보통 지역주민들을 만나보면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잖아요. 그래서 노래와 공연을 통해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공연을 할 때 노래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래 중간 멘트를 할 때 부천시의 축제나 행사, 지역 주민들에게 유용한 생활정보 등을 홍보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시정 홍보하는데 공연이 참 유용해요. 그냥 공원이나 거리에서 시정홍보물을 나눠주면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냥 외면해버리죠.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홍보물을 나눠드리면 잘 받아주시거든요. 또 생활 속 유용한 정보를 알려드리면 고맙다고도 하시고요. 시정과 지역 주민 사이의 연결고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참 뿌듯하죠.”
또 문화봉사 자체가 주는 기쁨과 보람도 크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장봉도에 자리한 혜림원에서의 공연이었다.
“3년 전부터 해마다 꾸준히 해 오고 있는 공연이에요. 장봉도 혜림원에는 연배가 있는 중장년층 지적장애우분들이 생활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가면 1시간 30분 정도 공연을 하거든요. 제법 긴 시간이죠. 그런데 자리를 뜨는 분 한 명도 없이 공연 내내 정말 호응도가 좋아요. 때론 앞으로 나와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어눌하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요. 정말 공연을 즐기고 있구나 그런 감정이 느껴지죠. 그래서 그런지 우리도 그 공연을 다녀오면 더 기운이 나고 활기가 나요. 서로 윈-윈 하는 관계가 된 거죠.”
일 년 내내 토요일이 없는 생활
좋은이들은 일 년 중 90% 가까이 토요일마다 공연을 한다. 때문에 가족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토요일이 없으니까요. 공연을 한 두 시간 한다고 해도 이동시간하고, 음향기기 설치하고 해체하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하면 그냥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해요. 그렇다보니 가족들이 서운해 하죠. 특히, 공연하다 보면 음향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요. 장비가 좋으면 훨씬 공연이 멋있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없는 형편에 십시일반으로 모아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다 보면 아내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겠죠.”
토요일마다 집을 비우고, 게다가 돈까지 축내니 누가 선뜻 좋아할 수 있을까? 그래도 봉사활동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이렇게 오랜 동안 해 올 수 있었던 것일 테다.
“고맙죠.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죠.”
지난 11월, 좋은이들은 안전행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직자 대상 사회봉사, 재능나눔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전국 311개 팀과 겨뤄 20개 팀에 선정된 것이다.
한편, 좋은이들은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치르는 모든 행사에 일정만 맞으면 무료로 공연을 해준다. 모임의 규모는 상관없다. 공연을 원하는 개인 및 단체는 카페(http://cafe.daum.net/joeun2006)를 통해 공연을 의뢰할 수 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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