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준비해야하는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매주 정기적으로 말이다. 자신이 전공 중인 미술과 만화 등을 문화적 소외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봉사에 나선 경기예고 학생들. 과연 고교생 언니들이 유아부터 어린이에 이르는 동생들에게 어떻게 미술을 가르쳤을까. 그 과정이 궁금하다.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그려야 하죠?
여느 학생들처럼 올해 기말고사를 모두 끝낸 경기예고 미술동아리 학생들. 이들의 마음은 다른 학생들처럼 홀가분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다. 시험을 잘 봐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더 있는 것일까.
“친구와 후배들이 모여 원미동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저희가 미술을 전공하기 때문에 아동미술과 만화 등을 할 줄 알잖아요. 문화적으로 소외지역 어린이들은 따로 미술학원을 다니기 힘든 여건이기 때문에 저희가 힘이 된 것 같아요.” 미술재능나눔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진(2학년 다지인 전공)양의 이야기다. 수진 양과 함께 이곳에서 재능봉사를 해온 학생들은 모두 10명. 1학기에는 수진 양 외 2학년(이은영, 이민형, 임지현)언니들이 시범을 먼저 보였다.
이후 2학기에는 1학년(이수민, 이지수, 김소정, 이재선, 신하은, 박혜린)이 뒤를 이어 봉사에 나섰다. 동아리 학생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하지만, 배우기만 했지 누구를 가르쳐 본 경험은 아주 없는 상태.
김소정 양은 “내가 과연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사실 아이들의 집중도는 약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질문이 나오는 거예요. 산만한 가운데도 아이들이 내 수업을 들어준 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죠”라고 말했다.
교안 짜고 사탕 챙기고 주민센터로 향하던 날
소정 양처럼 재능봉사에 참여한 회원 대부분은 보람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어쩔 줄 모르는 시간들도 머리를 스쳐갔다. 처음 해보는 수업에다 아이들 연령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임지현 양은 “만5살부터 초등4학년이 한 반에서 수업을 해야 했어요. 수준을 맞추기가 곤란해서 애를 먹었죠. 게다가 매주 다양한 커리큘럼을 짜야하는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게다가 난데없는 민원도 받아야 했다. 이은영 양은 “학부모들은 수업에서 미술의 기능적 훈련을 원한데 반해, 아이들은 신기하고 흥미로운 미술을 선호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 기호에 맞추다 보니 동사무소 측에 학부모의견이 전달되었나 봐요”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해를 마무리한 재능봉사팀들의 사연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또 다른 보람은 소중하기만 하다. 가르치는 역할이 배우는 역할 못지않게 얻는 지식과 경험을 더 특별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박혜린 양은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창의성과 재능을 발견하게 되요. 이들에게 예술을 접하는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미술소질을 계발시킬 가능성이 있음에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신하은 양은 “하라는 지시만 받던 학교생활과 반대로, 우리가 시간 약속을 정하고 학부모님들에게 안내문과 준비물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배웠어요. 또 미술을 다양하게 적용해보는 수업에서 보람도 느꼈죠”라고 말했다.
Tip 경기예고 학생들의 재능나눔이란
원미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경기예고는 ‘재능나눔 자원봉사협약’을 맺고 만화와 미술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경기예고와 원미2동은 올해 4월 재능나눔 자원봉사 협약식을 통해 예고학생이 미술과 만화교실의 학생강사로 초등학교 수강생의 인기를 독차지한 바 있다. 지난 8월과 10월 수강생들은 원미2동 장터와 작은 전시회에서 작품 전시도 연 바 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중4동 벽화작업도 함께 봉사해오고 있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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