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 대학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한바탕 잔치가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곳이다. 또한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숨은 예술인들이 함께 호흡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에도 이들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을 가진 예술인들의 모임이 있다. ‘제2의 대학로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패기 넘치는 이들. 바로 예술극단 ‘끼’ 단원들이다.
백마고 연극부 동료들, 다시 무대에서 뭉치다
극단 ‘끼’는 백마고등학교 연극부 ‘끼’ 출신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예술극단이다. 졸업 후 친목을 다져오다 ‘뭔가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데 뜻을 같이해 지난해 극단 ‘끼’를 결성하게 됐다. 정유진 대표는 “아이디어가 넘치고 재주 많은 친구들이 모여 있어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희열을 함께 맛보며 생활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극단 ‘끼’로 본격적인 무대 활동을 펼치며 회원들의 마음가짐도 그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유미리 씨는 “고등학교 연극부 시절에는 오로지 ‘연극제’ 하나를 위한 활동이 주를 이루었죠. 하지만 ‘끼’의 단원이 되면서 무대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이 커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문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배가 됐다. 강능혁 씨는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서럽고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하는 극단 활동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연극이라는 삶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회원들. 하지만 무대를 벗어나면 각자 다른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다. 음악을 하는 단원,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 법학을 전공한 학생, 영상제작 분야에 종사하는 회원, 심지어 주부에 이르기까지 단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자매, 남매가 함께 극단 활동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작품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김지환 씨는 “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작품 소스들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품에 회원들의 역량이 큰 힘이 되고 있죠”라고 말했다. 평일에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주말에는 연습실과 무대를 넘나들며 삶의 대한 애정과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그들. 그들은 ‘끼’ 많은 우리 동네 예술인들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극단 ‘끼’ 에서는 창작 작품을 위주로 연극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예술 공연에 도전하고 있다. 그 도전에는 먼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의 작품을 각색해서 만들었다는 무대 ‘그날’은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극단 끼의 대표 작품이다. 정유진 대표는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공감이 되는 무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단원들 먼저 그 시대, 그 사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작품을 준비합니다. ‘그날’ 작품을 준비할 때는 직접 당사자들을 인터뷰도 하고, 공부도 했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극단이 출범한지 일 년여 남짓. 많은 작품을 올리지 못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들만의 도전 의식과 실험정신이 가득하다. 판소리 춘향전을 트로트와 접목시켜 뮤지컬화한 작품 , 음악을 그림자로 형상화시킨 무언극 등. 극단 끼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채워 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에는 고양문화재단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역 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연기 등 예술 교육을 펼치는 ‘문화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극단 단원들이 또 다른 유닛을 만들어 밴드 공연을 펼치는 등 극단 ‘끼’의 영역을 하나하나 넓혀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
우리가 젊음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아마 그 시절엔 원대하고 푸른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극단 ‘끼’ 단원들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다. 그들은 언제나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언제나 젊다. 최선호 씨는 “세상에 자신의 꿈을 100% 완벽히 실현시킨 이들은 없을 거예요. 우리도 어릴 적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늘 그려왔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그 꿈이 사라졌다고 할 순 없어요. 극단 활동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꿈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라고 했다.
단원들은 극단 ‘끼’의 이름으로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고양시에 제2의 대학로를 만드는 것. 정유진 대표는 “생각보다 고양시민들의 문화적 소비가 왕성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하지만 먼 훗날 제2의 대학로를 고양시에 꼭 만들어보고 싶네요. 그 때는 우리 지역이 새로운 문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죠. 그 중심에 저희 극단 ‘끼’가 있을 겁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만들어갈 ''고양시의 대학로''. 그 거리 한 가운데에 극단 ‘끼’ 단원들의 얼굴이 그려진 플래카드가 당당히 걸리길 고대해본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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