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청은 야생동물구조반을 가동해 작년 한 해 동안 부상과 탈진 현상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야생동물 70마리를 구조해 58마리를 살려냈다. 그 중에는 큰고니, 소쩍새, 솔부엉이,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16마리도 포함됐다. 야생동물 구조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일산동구청 환경녹지과 직원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장비 부족의 어려움에도 구조해낸 야생동물 수, 해마다 증가
구가 구조한 동물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서식 공간 부족으로 주택가로 내려오거나, 고층 건물 전깃줄 자동차 등 인공시설물과의 충돌로 다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조한 야생동물의 수는 2010년 38마리, 2011년 48마리, 2012년 62마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구조한 야생동물 36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하고 집오리와 염소 등 21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분양했다. 또 지정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큰고니는 전문기관에 이송해 치료받도록 조치했다.
야생동물보호법 제4조에 근거, 야생동물구조는 지자체에서 담당해야하는 일이다. 일산동구청 야생동물 구조반은 이필용 팀장 포함 총 4명이 업무를 맡고 있다. 야생동물 구조를 위한 전문 인력을 따로 선발한 것이 아니라 환경녹지과 공무원들이 직접 구조 업무를 맡고 있다. 동물구조 전문 인력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직원 김아름 씨는 동물 구조장비와 보호 장구의 부족을 든다. 또 고라니처럼 덩치가 크거나 너구리처럼 날쌔고 사나운 동물은 포획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애를 먹는다고. 식사지구 등 야산을 깎아 개발을 진행하는 지역에서 너구리들이 서식지를 잃어 요즘 주택가에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고라니 같은 큰 동물이나 너구리같은 사나운 동물은 소방서나 동물보호협회의 협조를 받아 함께 구조를 진행한다.
천연기념물 등 희귀동물 구조, 자연으로 되돌려 보낼 때 보람 느껴
구조 동물에는 조류가 60~70%를 차지하는데,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기절하거나 상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탈이 난 경우가 많다. 일산 지역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도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김아름 씨는 “비행연습을 하다 오피스텔 계단 난간에 떨어진 황조롱이를 구조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라며 미소 짓는다.
야생동물을 구조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나 보람도 있다. 어느 날 한 시민이 우연히 어린 새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가 키우다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구조반으로 연락했다. 어린 새는 자연으로 방사했으나 어미는 찾아 줄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고. 김아름 씨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야생동물을 데려다 키우면 새끼가 어미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공공을 위해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공무원 인력의 낭비를 초래하므로 자제해주시길” 당부했다. 물론 안타까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 임형군 씨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 희귀 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낼 때 더없는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는다.
인간의 역할은 구조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야생성을 지켜주는 것
위기에 빠진 동물을 구조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임이자 의무다. 하지만 여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5~6월은 어린 새들이 비행 연습을 하는 시기여서 새들이 날다 떨어지면 시민들의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김아름 씨는 “새끼가 많이 다친 경우가 아니라면 근처에 어미가 있을 수 있으니, 충분한 시간동안 멀리서 지켜본 후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 어린 야생동물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어미의 보살핌”이라고 전한다. 임형군씨는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너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잠시 길을 잃은 동물은 그냥 두면 무리들이 있는 서식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또 자연치료가 가능할 정도의 가벼운 상처를 입은 동물 역시 자연에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집이나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하면 회복될 때까지 무리와 떨어지게 돼, 오히려 서식지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가에 나타난 야생오리 등에게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 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어 서식지로 돌아가지 않고 지나치게 번식, 개체수가 너무 늘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인터뷰-일산동구청 야생동물구조반 이필용 팀장
“야생동물 구조 시,
이런 점을 주의해 주세요!”
혹시 구조반이 출동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부득이하게 야생동물을 구조하게 됐을 때는, 먼저 수건 등을 이용해 구조 동물의 눈을 꼭 가린 후 어둡고 조용하며 따뜻한 장소에 보호해야한다. 물이나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말아야 하며, 동물의 공격이나 기생충 및 질병 감염 등에 유의해야 한다. 비둘기와 까치는 유해 동물이므로 구조신고를 하지 말고 청소 처리하도록 놔둬야 한다.
>>> 위기에 빠진 야생조수, 이럴 때 신고해주세요!
●눈에 드러나는 물리적 상처가 있는 경우
●야행성 동물이 대낮에 도망가지 않은 채 노출돼 있는 경우
●홀로 남은 새가 뛰거나 정상이 아닌 몸짓을 하는 경우
●깃털이 없거나 솜털뿐인 어린 새가 둥지밖에 버려져 있는 경우
*신고는 각 구청 환경녹지과(덕양구 031-8075-5234, 일산동구 031-8075-6231,6235, 일산서구 031-8075-7234)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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