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퀼트공방 ‘아플리케(일산 윤퀼트)’. 쇼윈도 너머 알록달록 색깔 고운 패치워크 작품들이 오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패치워크 커튼, 앙증맞은 동전지갑이며 감각적인 가방들이 눈길을 끄는 공방의 문을 열자 서너 명의 주부들이 바느질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이곳 ‘아플리케’의 주인장은 십 수 년 전 우연히 보급 초기 단계의 퀼트를 접하게 됐고 퀼트의 매력에 빠져 퀼트공예가로서 또 퀼트강사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성림 씨입니다. 모든 것이 ‘빠름 빠름’을 지향하는 요즘, 조금은 느리지만 손으로 한 땀 한 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퀼트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우연히 접한 퀼트 패키지에 마음을 뺏기다
서성림 씨는 십 수 년 전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우연히 퀼트작품을 만나면서부터 퀼트에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퀼트가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던 때라 다양한 천으로 패치워크한 퀼트작품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이거 나 달라고 했더니 만든 건 줄 수가 없고 대신 만들어가지라고 패키지를 주더군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퀼트를 하다 보니 친구가 슬며시 패키지를 내민 속마음이 이해가 돼요.(웃음)” 퀼트작품은 친정엄마에게조차 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시간과 정성들여 만든 것을 선뜻 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아무튼 그때 패키지를 받아들고 와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완성하고 나니 퀼트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 싶더군요.” 그때부터 퇴근 후 야간강좌를 찾아다니며 퀼트를 배우기 시작했고 할수록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지금에야 문화센터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퀼트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던 터. 그는 더 다양한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우리나라 퀼트 대중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윤퀼트’에서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야말로 주경야독할 정도로 퀼트에 푹 빠져 열정을 쏟다보니 실력도 일취월장,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 1999년 일산에 퀼트공방을 열게 됐다.
퀼트의 멋은 패치, 기본이 잘 되어야 완성도도 높아
서성림 씨는 대학에서 섬유를 전공했다. 이런 그의 이력도 그의 퀼트작업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실력에 색감에 대한 감각이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행복 바이러스 덕분에 그의 수업은 항상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공방 문을 연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공방을 찾는 이들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일산에 퀼트공방이 1~2개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엔 퀼트의 인기의 힘입어 수많은 공방들이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그를 찾는 수강생들은 꾸준하다. 활달한 성격에 사람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수업 분위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본이 충실한 수업 내용이 마니아층이 두터운 비결이다.
서성림 씨는 “아플리케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일산에 퀼트공방이 한두 곳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퀼트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공방들이 문을 열었죠. 아플리케에는 일산 뿐 아니라 김포 강화 심지어 제주도에서 배우러 오는 이들도 있어요. 제가 특별히 비결이 있어서라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정통 퀼트를 지향하는 윤퀼트의 교육커리큘럼이 주부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한다. 퀼트의 멋은 ‘패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퀼트하면 바느질을 떠올리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이죠. 기본을 잘 배워야 나중에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퀼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한데 이때 해야 하는 기본적인 작업이 제도입니다. LOG CABIN, WHITE QUILT 등 다양한 패턴을 배우며 타원형 그리기, 소숫점이 나오는 크기 등을 잘 습득해야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지요”라고 덧붙인다. 정통기법과 기본을 중시하는 윤퀼트의 커리큘럼은 그래서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중에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어 다른 곳으로 잠시 외도(?)를 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회원도 많다고 한다.
2년에 한번 씩 수강생들과 작품전 열어
한 땀 한 땀 손작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도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서성림 씨. 생활 속의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채워져 가는 요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한다. 조금 느려도 만든 이의 손길이 더해지는 DIY의 매력, 더구나 퀼트는 부드러운 천을 만지면서 작업하다보니 태교에도 좋아 베이비반의 인기가 좋다고 한다. 아가를 위한 가방부터 옷, 이불까지 한 땀 한 땀 엄마의 정성으로 만드는 수업은 3~4개월 과정으로 이뤄진다. 젊은 주부들은 아이용품에 관심이 많지만 4~50대 주부들은 아이를 위한 혼수감으로 침대보나 이불을 만드는 이들도 많다. “이불이나 침대보는 단기간에 완성하긴 어렵잖아요. 그러다보니 엄마의 마음을 담아 한 땀 한 땀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하지요. 실제 ‘웨딩’이라 이름 붙여진 패턴도 있어요.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혼수는 어떤 명품에 견줄 바가 아니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작은 천 조각을 꼼꼼히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 잡념은 사라지고 몰입하게 되는 매력, 이런 매력에 공감한 ‘아플리케’의 수강생들은 2년에 한 번씩 작품전을 열어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2012년 5번째 ‘Applique Quilt Exhibition’을 열었고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수강생들의 작품전을 열 계획”이라는 서성림 씨. 작품전을 여는 이유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회를 갖는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퀼트공방 ‘아플리케’의 수업은 취미반부터 전문강사반까지 이뤄지며 1:1 수업으로 진행된다.
www.ilsan-yoonquilt.co.kr
문의 031-907-5946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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