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살림의 여왕’ 김미숙 주부

가계부 달인, 살림의 여왕으로 등극하다!

지역내일 2013-10-22

24년 동안 써온 가계부가 25권. 1991년 결혼 이후 모은 통장이 181개다.
거기가 결혼 초 남편이 받아온 월급명세서까지. 남편의 직책과 월급의 역사가 고스란히 그 명세서에 남아 있다. 영수증도 버리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아놓은 영수증은 그의 ‘증거물’로 사용됐다.
지난 9월 24일 ‘송파구민의 날’을 맞아 송파구가 별난 이색기록을 지닌 ‘송파 기네스’를 선발했다. 주부 김미숙(49?문정동)씨는 최장기간 가계부 작성으로 ‘살림의 여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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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성격, 가계부 쓰기로 이어져
1989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보자. 택시를 타니 기본요금이 600원, 자장면 한 그릇이 900원, 그리고 라면이 180원이다.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직장인 김미숙씨가 열심히 가계부를 쓰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있다. 김씨의 가계부 쓰기는 결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정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털털해 보이지만 꽤 꼼꼼한 성격이에요. 수첩에 약속을 메모하고,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써 놓죠. 그런 메모습관이 가계부까지 쓰게 된 것 같아요.”
 1991년 결혼하면서 가계부 쓰기는 일상이 됐다.
흔히 살림을 잘 하는 억척주부라 하면 ‘쓰지 않고 무조건 아끼기’를 생각하기 쉽지만 김씨는 그렇지 않다. ‘쓸 때는 쓰고 아낄 수 있는 작은 것은 아끼자’는 것이 그의 철칙. 시아버지께 자동차를 선물할 만큼 큰 손을 가졌지만, 생활 속에서는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주유소까지 통을 직접 들고 가 보일러 기름을 사올 만큼 부지런을 떨었다.
 1992년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김씨. 제일 먼저 그가 한 일은 서울시 지도를 구입해 지역 별로 잘라 정리한 것이다.
 “내비게이션도 인터넷검색도 없던 시절, 혼자서 낯선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사람들 설명만 듣고 찾아가는 것도 녹록치 않았죠. 낱장지도를 만들어 어디를 가나 그 지역과 관련된 지도를 들고 다녔어요.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었죠. 아직도 그 지도를 다 보관하고 있어요.”
 지도를 들고 그가 찾은 곳은 바로 여성강좌가 진행되는 곳. 생활에 필요한 강의도 듣고 또 간간히 진행되는 퀴즈에도 참여해 상품을 타곤 했다. 대학교 다닐 때 행사사회를 본 경험이 많았던 터라 레크리에이션 행사에서 어렵지 않게 퀴즈 답을 맞히고 살림살이를 쏠쏠히 챙길 수 있었다. 90년대만 해도 신문지나 우유팩을 백화점에 모아가면 비누로 교환해줬는데, 그런 행사 또한 놓치지 않고 참여했다.
 가계부를 쓰며 월급의 60~80%를 저축한 김씨의 노력은 서울 정착 4년 만에 ‘집 장만’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절약과 함께 진행되는 그의 재테크는 지금도 승승장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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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것도 내 것처럼 아껴
그의 집에는 유난히 큼직한 화이트보드가 많다. 자신의 일상은 물론 가족의 스케줄, 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것들이 빼곡히 그 흰 면을 채우고 있다. 커다랗게 쓰인 ‘스케줄은 돈이다’란 글귀에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부엌 바로 옆에 위치한 그만의 방에는 이제까지 모든 ‘정리’와 ‘수집’의 역사가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다. 연도별로 정리된 가계부, 꼼꼼히 제목을 적어놓은 파일에는 통장과 영수증들이, 그리고 그 옆 책꽂이엔 생활용품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이 내용물을 써놓은 메모지와 함께 담겨져 있다.
 “지역 내 봉사활동과 많은 행사에 참여하면서 가장 아깝게 생각된 것이 1회용 제품들이에요. 물 한번 마시고, 과자 한 번 놓고는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행사가 끝나면 플라스틱 제품들을 정확한 개수를 세어 집에 가져옵니다. 그리곤 깨끗하게 씻어서 말린 후 박스에 메모와 함께 보관하고 다음 행사 때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것만 아닌 모두의 것도 자신의 것처럼 아끼는 그의 알뜰함이 느껴진다.
김씨가 요즘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는 일은 폐현수막 재활용을 통한 녹색 실천. 지난 5월 송파구자원봉사자 나눔 걷기대회에서 문정2동 훼밀리아파트봉사단 홍보부스를 이용해 폐현수막으로 장미꽃 접는 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얼마 전부터는 송파청소년수련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경제관념
그의 절약정신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학생(2년), 고등학생(2년), 중학생(1년) 3남매를 둔 김씨.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받은 아이들의 용돈은 모두 각자의 통장에 저금하게 했다. 언제 누구한테 받았다는 메모도 잊지 않았다.
 돈의 소중함과 돈을 현명하게 쓰는 법도 알려줬다.
 “대학생인 큰 아들에겐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어 줬어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만 한 번도 과다하게 사용한 적이 없답니다. 그날그날 쓴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 제게 건네주고,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보다 좀 많이 썼다고 생각하는 날엔 영수증과 함께 자신이 생각한 초과액을 현금으로 제게 줍니다.”
 가족과 함께 지역 내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그는 “절약과 봉사는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가족의 힘”이라며 “앞으로 더욱 성실하게 꼼꼼히 생활하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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