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늦은 오후, 3월 30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를 만나기 위해 일산동구청을 찾았다. 휴무일이라 적막감이 감도는 청사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 소리에 이끌려 2층 대강당에 이르자 70여 명의 단원들이 연습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 달에 두 번, 조용한 청사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의 주인공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에 의해 창단된 청소년관현악단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교육 운동이 모티브
지난 2012년 3월, 2000년부터 서울에 있는 챔버오케스트라에서 함께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고양시에서 음악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모아 ''유니온챔버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단원들은 임옥연 음악감독, 박종문 상임지휘자, 김재후 지휘자를 비롯해 김승연 김영란 김선자 이문숙 한선영 조연호 김기태 김재영 나영윤 손희진 김정이 김기태 이미애 씨 등 16명. 이후 매주 정기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단원들은 그들만의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또 한 번 ‘재능기부’에 뜻을 모았다. 각자 가르치던 제자 중 60여 명의 실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2013년 1월 창단한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가 바로 그것.
박종문 상임지휘자는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교육 운동이 모티브가 됐다고 말한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조직했던 ‘음악을 위한 사회행동’을 전신으로 하는 재단.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음악을 이용해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게 해주었지만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대상이 빈민가 청소년이 아닌 고양시 청소년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다를 뿐 그 취지는 같다”는 박종문 지휘자. “유니온챔버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가진 음악적인 재능을 청소년들에게 나누고 청소년들은 음악을 통해 정서순화는 물론 꿈과 희망을 찾고, 또 그들이 배운 음악적 재능을 지역의 소외된 이웃 등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됐다”고 한다.
체계적인 연습 통해 창단 1년 여 만에 수준급 오케스트라로 성장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고양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이들 중에는 외국 유학 중인 학생도 있다. 박종문 상임지휘자는 “대다수는 취미로 음악활동을 하지만 30% 정도는 전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단원 대부분은 바이올린 교본 ‘스즈키’ 4~5권 정도를 연마하고 3~4년 이상 악기를 다룬 실력을 갖추고 있다. 바이올린 뿐 아니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실력파들. 박 상임지휘자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단원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각 파트별로 지도강사가 지도하고 이들 중 우수한 학생을 수석으로 파트별로 연습을 주도하게 한 것이 실력을 다지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지휘자나 음악감독 1인이 지도하는 타 청소년오케스트라에 비해 15명의 전문 강사들로부터 각 파트별로 심도 있는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단원들이 서로 배우고 이끌어 주는 체계적인 연습이 이들의 실력을 빠르게 성장시켜주었다.
그 결과 창단 5개월 여 만에 고양꽃박람회에 초청돼 공연을 펼쳤고, 지난해 7월에는 파주 박애원에서 봉사 연주회를 가졌다. 또 같은 해 8월 ‘한여름밤의 청소년 음악회’ ‘평화음악회’, 10월 ‘호수예술제’ ‘학교폭력예방청소년 공감콘서트’, 12월 ‘함께누리 문화재 한마당’ 등 다수의 초청연주를 통해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수강료를 받지 않고 유니온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연습할 공간이 없었던 것이 제일 큰 고충이었다. 다행이 유니온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좋은 취지를 들은 지역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매일산동구청 대강당을 연습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마두동 뮤직에꼴드파리음악원 원장이기도 한 박종문 상임지휘자는 “유니온챔버의 단원들은 모두 교직과 연주활동으로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휴일을 반납하고 봉사에 나선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재능기부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열정을 쏟고 있다. 아이들은 단순히 악기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담겨 있는 작곡가의 철학과 아이디어, 상상력 등을 배우게 된다. 그 음악을 통해 얻은 감성과 지식들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동안 갈고 닦은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오는 3월 30일 오후 6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열리는 ‘꽃 박람회 성공기원을 위한 청소년신춘음악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4월 열리는 ‘고양꽃박람회’에서도 초청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유니온청소년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연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단 일정 수준의 연주 수준과 봉사정신을 갖춰야 하며, 앞으로 초보자반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오디션은 매년 3/6/9/12월에 있으며 입단문의는 010-8706-0155(김승연 총무)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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