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저녁 어스름, 백석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작은 음악 홀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50석 남짓 준비한 좌석을 금세 꽉 채웠다. 주말의 달콤한 휴식도 마다한 채 가족끼리 지인끼리 자리를 같이한 이들은 아마추어 성악가 동호회 ‘가곡愛인’ 회원들. 이들은 매월 3번째 주 토요일 오후 5시 ‘향음홀’에서 우리 가곡을 노래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유명가곡보다 新作가곡, 많이 불리지 않은 곡 즐겨
아마추어 성악가 동호회 ‘가곡愛인’은 우리 가곡을 유난히 사랑하는 향음홀 김호동 대표(59세)가 주축이 되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원래 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IT분야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용역과 판매를 하던 사업가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 내용이 알찬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기로 마음먹고 콘텐츠를 찾던 중 지인이 우리 가곡 분야가 불모지니 한 번 해보라는 권유에 처음 가곡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우리 가곡에 푹 빠진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성악가들을 직접 섭외해서 음악회를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회는 일산 돌체음악감상실과 서울 등지에서 하우스콘서트 식으로 진행하다 지난 2010년 아예 백석동에 ‘향음홀’을 마련하게 된 것.
‘가곡愛인’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온라인 ‘가곡사랑’을 통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이전부터 성악가의 꿈을 꾸었거나, 살면서 가곡의 매력에 푹 빠진 이 등 각자 그 동기나 사연은 가지각색,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동색“이라는 이들. 성악실력도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은 유명가곡보다 신곡이나 많이 불리지 않은 곡들을 즐겨 부른다고 한다. “유명한 가곡은 이미 많은 기성 성악가들이 많이 불러서 식상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유명 성악가를 따라 부르게 되거든요, 신곡은 사실 발표할 자리가 많지 않아요. 우리가 그 곡을 완벽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신곡을 알리는 의미도 있고 또 나름대로 곡을 해석해 표현하는 재미도 있고요.”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같이 즐기는 사람 늘었으면
지난 주말 37번째 ‘가곡애인음악회’는 작곡가 박이제 교수를 초청해 그의 신작을 듣고 부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함께 참석한 이들은 클래식평론가 이준일 중앙대 명예교수, 강용욱 과천예총회장, 이명희 피아니스트, 아르모니아중창단 그리고 아마추어 성악가 박재웅(바리톤), 이희선(소프라노), 김구행(테너), 이온숙(소프라노), 장혜식(소프라노), 성병욱(테너), 변우식(바리톤), 정창식(바리톤), 하영애(소프라노)씨 등.
“아마추어인만큼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 중요하지 않아요. 노래는 부르면 늘게 되어 있어요. 제 경험상 무대에 올라 자기 노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자신을 동영상을 통해 다시 보면 저 부분은 좀 아쉽다 이렇게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음악회가 끝난 후 간단한 다과와 와인을 즐기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음악회에 참여하는 회원들이 각자 회비를 내 향음홀의 유지비용과 음악회 준비를 하다 보니 늘 뒷풀이는 소박하지만 회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 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김호동 대표는 매월 무대 위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단다. 또 그동안 가곡애인 음반 1집 ‘바다’와 2집 ‘촛불’ 을 제작해 지인들끼리 나누기도 했다. “우리 가곡이 오페라나 어떤 음악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들이 너무 많은데 대중적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죠. 앞으로 향음홀과 가곡애인동호회를 통해 가곡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지순한 가곡사랑은 매월 3째 주 토요일 저녁 향음홀(031-903-1073)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음악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관객회비는 1만원. 또 성악연습과 매월 가곡애인음악회에 함께 참여할 회원도 항시 모집하고 있다.www.gagok.co.kr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향음홀 김희동 대표
“우리 가곡 알리는 일,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지난 2003년 가곡사랑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후 지금까지 37번째 작은 음악회를 열어온 김호동 대표는 “회원들과 여러 홀을 전전하면서 음악회를 열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웃는다. 처음에는 가곡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만 하다 그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성악가를 섭외해 음악회를 열기 시작했다는 김 대표. “홈페이지에서 듣는 가곡은 가공에 가공을 거친 것이죠. 성악가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는 것과는 비교가 안돼요. 가곡은 여간 잘 부르지 않으면 박수받기 힘들기 때문인지 성악가들도 가곡을 부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우리말로 노래하면서 청중의 감성을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더더구나 신곡들은 발표할 자리가 그리 많지 않아 좋은 곡들이 사장되는 일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보람이 더 커요. 지금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된 김효근 씨가 ‘MBC대학가곡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음에도 애창가곡에 대한 관심이 적어 작곡을 접었어요. 그러다 가곡음악회에 우연히 참석하면서 다시 작곡을 하게 됐죠. 또 ‘명태’의 작곡가로 유명한 변훈 선생의 특별음악회를 열어 선생의 미발표곡을 소개했던 일 등...” 향음홀이란 이름 그대로 음악을 향유할 줄 아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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