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높은데다가 습기까지 많아 불쾌지수 높아지는 여름이다. 가만히 누워 쉬기도 힘든 여름에 엄마는 또 나를 들볶기 시작한다. ‘옆 집 학생은 여름방학 때 하루에 수학만 10시간씩 공부하는 스파르타식 학원에 다닌다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할래?’, ‘여름방학 때 최소한 수학 문제집 3권은 풀어야겠지?’, ‘엄마 제발 그만 하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애써 참는다. 엄마가 나를 위해서 저러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올 여름엔 또 수학과 씨름해 봐야겠다.》
필자가 일산, 파주에서 10여 년간 수학을 강의하면서 매년 여름 방학 직전 상담 때 들어오는 학생들의 하소연이다. 학생과 학부모사이의 이런 실랑이 사이에서 필자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동시에 질문한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시간을 수학에 투자해서 성과를 본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no’다.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수학을 양으로 승부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원리에 입각하여 공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공식암기,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하여 푸는 것과 같이 수학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방법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그 결과는 비참해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수학을 알차게 공부하기 위한 몇 가지 철칙을 알아보자.
첫째, 원론을 공부하자.
수학은 각 단원별 원론(가장 근원적인 개념)이 있고, 그 원론으로부터 파생된 각론(공식 등)이 있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대부분의 시중 교재는 각론 위주로 구성되어 그 내용성이나 질이 많이 떨어진다. 학생들은 원론 위주의 좋은 인터넷강의나 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그 원론들에 대하여 충분히 복습하여야, 다른 학생들에 비해 빠른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둘째, 문제 풀이하면서 수학 공부하지 말자.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앉아서 몇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풀리면 , 그것을 성취감이라고 착각하는 학생들은 결코 자신이 가진 재능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없다. 문제풀이는 내가 공부한 원론 중 어떤 것을 선택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일 뿐이다. 따라서 내가 잘 풀지 못하는 문제라는 것은 내가 이 문제와 관련된 원론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원론을 잘 이해했는데 공부한 원론 중 어떤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지 선택을 잘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첫째로는 그 단원의 원론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둘째로는 그 원론들 중 어떤 것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지 결정을 내려 보는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다. 질문을 받은 선생님은 학생으로 하여금 원론공부가 잘못인지, 선택이 잘못인지를 판단하여 이를 학생들에게 인지시킨다.
셋째, 단 한 가지라도 그냥 외우지 말자.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없이 많은 공식이 등장한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외우기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은 공식도 잘 외운다. 필자가 공식을 외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이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의 내신이나 수능, 수리논술 문제가 공식 암기만으로 해결될 수 없거니와 최근에 많이 늘어난 통합 단원형 문제 (2개 이상의 단원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를 풀 때 각 단원별 공식을 적용하려면 소요되는 시간이 많고, 그 풀이가 복잡해서 실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단언컨대 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단 하나의 공식을 외우지 않고도 1등급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모든 공식은 앞서 말한 원론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각 단원별 단 몇 개의 원론만으로도 모든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수학은 점수로만 평가하자.
원론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매우 짧은 시간만 공부해도 최상위 성적을 유지한다. 일부 부모님들은 이런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 공부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 거니?’, ‘ 오답노트는 왜 쓰지 않니?’, ‘풀이 과정을 이렇게 많이 생략하면 어떡하니?’ 등 수학 공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한 없이 신경 쓴다. 부모님들은 본인들이 지금 학생들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잘 모르고 계실 뿐이다. 이는 정해진 양의 흙을 퍼 올리는 일을 할 때, 다른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는 동안 이 학생들은 포크레인으로 한 번에 엄청난 흙을 퍼 올리고 나서 쉬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오히려 칭찬을 해야 할 일이다. 필자가 가르친 거의 대부분의 수학 고수 학생들은 그들의 IQ와 관계없이 삽이 아닌 포크레인 식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수학으로 아낀 시간을 영어 등에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또 한 번의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무작정’이라는 전략 때문에 이 푸르고 아름다운 여름이 학생들에게 지옥이 되지 않도록 학부모님들의 정확한 선택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타잔수학 배수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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