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때론 사교육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쓴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에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며,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참된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존경받는 좋은 선생님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중산고등학교의 김홍임 교사는 그런 선생님으로 유명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참교육을 실천하고, 헌신하며, 학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의 추천으로 참사랑 교사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중산고등학교에서 참 좋은 선생님, 김홍임 교사를 만났습니다.
참교육 실천하는 김홍임
김홍임 교사(40세)는 중산고등학교의 수학교사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서울로 유학을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그런데 발령 첫날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신입교사가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업무와 평가가 분화 돼 있어서 각자 알아서 해야 하거든요. 학생과 관계, 업무의 미숙함, 수업의 한계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교직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그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기독교 교사대회’를 알게 된다. 2002년 여름방학, 뭔가에 이끌리던 무작정 그곳을 찾았고, 거기서 많은 인연들이 시작됐다. 그 인연은 지금껏 이어져 그를 좋은 교사로 인도했다.
“좋은교사운동이라는 기독교 교사 단체였어요. 학교문화를 개선하고, 교육현장의 정책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지요. 말 그대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운동들이에요. 지난 13년 동안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실천을 하고 있어요.”
알아주고, 헤아려주는 가정방문
그는 초임시절부터 13년째 가정방문을 하고 있다. 시작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주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가정방문 전에는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서 교육철학과 학급운영원칙, 가정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전했다. 행여 부담을 가질까 촌지는 물론 음료수도 준비하지 말라는 정중한 부탁도 빠뜨리지 않았다. 학생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수치상에는 나오지 않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한때는 월급을 떼서 보탠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고민과 무기력함에 빠지기도 했었어요.”
처음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왜’ 라고 되묻기도 했고, 마음이 헛헛한 날도 많았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보람이 더 컸다. “가정방문을 한다고 해서 생활지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서로 신뢰가 쌓여서 숨김이 없어지고, 스스럼없이 대화가 솔직해지죠. 보다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어요.” 지금도 3월이 되면 집집마다 전화를 걸어 방문약속을 잡는다. 가정방문 20분 동안 학생의 방과 책상을 확인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 마지막에는 기념촬영을 한다. 사진은 학생의 생일날 격려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로 준다.
좋은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
그는 늘 ‘좋은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왔다. 중산고에서는 학교 안 수업비평동아리 ‘수나성’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수나성은 수업을 위한 나눔과 성찰 모임으로 학급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공부하고, 나누고 있다. 함께 활동하는 6명의 교사들과 함께 수업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공개수업과 협력수업을 도모하기도 한다.
3년 전부터는 반 아이들의 집단상담도 하고 있다. 5개조로 나눠 월,화,수,목,금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자신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행복해지기 위한 미션을 정한다. 정해진 미션은 교실 게시판에 붙여 서로를 독려한다. “건강, 운동, 공부, 취미, 여행, 관계 회복 등 다양한 미션이 있어요. 성공하면 성취감을 얻고, 실패해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 자체로 가치가 있어요. 아이들이 망설이지 말고, 뭐든 부딪히고, 도전하는 힘을 가졌으면 해요.”
지금의 모습 그대로 지켜가고파
요즘 그의 관심사는 학급 내 민주적 자치활동이다.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인 것들이 많아서 ‘학생자치계’를 맡아보고도 싶다.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이 전혀 길러지지 않았어요. 학교가 성적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방해되는 것을 막는 문화가 있거든요. 학생들에게 자치활동이 무언지 알려주고 싶어요.”
앞으로 더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한다. 그냥 지금처럼 소신을 잃지 않고, 교육을 지켜나가는 게 바람이고 계획이란다. “활동 자체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교육 철학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체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만 하지 말고,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가기 바라요. 뭐든 도전하세요.”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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