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더니 어느 덧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창가에 내려앉은 따뜻한 봄 햇살이 자꾸만 나들이를 부추기는 요즘. 주말에 가족과 함께 떠나는 나들이도 좋지만 가끔은 주부 혼자만의 외출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멀리 갈 수는 없고,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훌쩍 다녀올 만 한 곳 어디 없을까? 그래서 리포터가 찾아보았습니다. 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문화감성 공간.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희귀본이 한 곳에
‘세계문학박물관’
파주시 지목로 장인제약 파주사옥에 있는 세계문학박물관은 지경환 대표가 사비를 털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만들어낸 곳이다. 의외의 장소에 보물처럼 숨어있는 공간이란 것도 놀랍지만, 사옥 지하 1층 363㎡가량의 공간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희귀본 7000여 점, 한국 문학작품 1만여 점은 물론 문학가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편지, 초일봉피(기념봉투엽서) 등 방대한 자료에 또 놀라게 되는 이곳.
1층 전시공간에는 사르트르, 카뮈,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윈스턴 처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등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친필이 담긴 삽화와 글귀, 그들이 사용한 필기구와 타자기, 노벨문학상 상장과 메달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사르트르를 비롯해 카뮈, 피카소, 이브 몽땅, 에디트 피아프 등 당시 예술가들이 즐겨 찾던 파리의 유명한 카페 플로르의 확대사진을 배경으로 삼아 테이블과 커피 잔, 메뉴판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도 눈길을 끈다. 또 ‘초희귀’라는 문구가 붙어 있을 만큼 진귀한 자료인 세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여류작가 셀마 라게를뢰프의 명함 편지, 세계 문학계에서 가장 작은 시집으로 공인된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좁쌀시집은 꼭 놓치지 마시길.
2층에는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희귀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최남선이 만든 한국최초 문학잡지 ‘소년’ 창간호(1908년),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등 ‘청록파 시인’의 ‘청록집’과 이육사 시집, 정지용의 ‘백록담’ 초판본도 전시돼 있다. 또 하나, 이곳에서 꼭 보아야 할 귀한 자료는 백석(1912~1995년) 시인의 시집 『사슴』 초판본, 『사슴』 은 백석의 생전 유일한 시집이자 100부 한정판으로 출간된 것으로 근현대 한국문학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시집이다. 이외에도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2층에 마련된 헤르만 헤세의 서재, 영국 총리이자 1953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처칠의 입상(立像)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이덕진 전시사업본부장은 “1901년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인 쉴리 프리돔(프랑스)부터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수상자 110명 전원의 관련 자료들이 한 가지라도 전부 수집 전시된 곳은 세계적으로 이곳이 유일하다는데 의미가 크다. 세계문학박물관은 지경환 대표가 설립초기부터 개인소장이 아닌 사회 기증이 목표였던 만큼 많은 이들이 문학사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관람료 성인 5000원/어린이 3000원
위치: 파주시 지목로 29(신촌동 430)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http://www.worldmuseum.co.kr, 070-4905-7018
유럽 초상화 박물관 & 쇼콜라띠에 카페
''지노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옆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면 중세유럽의 성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인적 드문 곳에 섬처럼 들어앉은 이곳이 바로 ‘지노 파주’.
지난 2008년 완공한 18세기 조지언 양식의 2층 건물인 이곳은 미국 유학시절 음악 전공자들과 교류하면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됐다는 김민수 씨가 주인장이다. 김민수 대표는 ‘지노 파주’외에도 서울 여의도와 신촌 등에 ''LORD SANDWICH''와 ‘리스토란테 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 ‘지노’라는 이름은 김민수 대표가 일세를 풍미했던 바이올린 주자 지노의 음악을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를 떠올려 명명한 것으로, 이곳을 종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담았다고 한다.
“처음엔 이곳을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었지만 장소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닌 탓에 지금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유로피안 초상화 박물관 겸 쇼콜라티에 카페로 개방하고 있다”는 김민수 대표. “오랜 외국생활을 하는 동안 그곳에서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초상화 애호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관심을 갖고 하나둘 수집하다보니 여러 점을 소장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지노 파주’에는 17~18세기의 궁중 초상화가의 작품 50여 점 정도가 전시되어 있고 이외 많은 작품들이 김 대표의 사업장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고.
실내인테리어도 18세기 궁정 분위기를 자아내 마치 중세의 성 안에 들어선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사실 일반인보다 TV방송가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드라마, CF 섭외장소로 꼽힌다. 이미 드라마 ‘상속자’, ‘아이리스’에 지노의 고풍스런 공간이 소개됐고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홍보영상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그런 만큼 ‘지노’는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공간 구석구석 훌륭한 포토 존이어서 커플이나 가족끼리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실 장소 대여로 더 많이 알려져 섭외가 많이 오는 편이다. 그렇게 장비를 갖추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촬영은 물론 대여료를 받지만 일반인들이 디카로 가볍게 웨딩촬영을 하거나 가족끼리 촬영을 하는 것은 무방하다, 단 뒷마무리만 깔끔하게 원상태로 해놓으면(웃음). 특히 커플들이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와 특별한 웨딩사진을 찍거나 프러포즈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비정기적으로 지인들을 초청해 하우스콘서트를 열기도 한다는 김민수 대표. 지난 3월 28일 주말 저녁에 또 한 번의 멋진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또 하나, 이곳에서는 초콜릿 장인이 만든 여러 종류의 프랄라인, 트러플, 쁘띠 페이스트리, 콘펙션너리 등 수제 초콜릿을 맛볼 수 있고 특히 초콜릿 음료가 맛있기로 소문났다.
위치: 파주시 탄현면 대동리 94-5
운영시간: 수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시(방문 전 전화문의) Tel. 031-949-8365
문의: www.thezino.com, 031-949-8365
순수하고 천진한 장욱진을 만나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하 장욱진미술관)은 순수한 이상적 내면세계를 추구한 장욱진 화백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곳. 장욱진 화백은 이중섭, 박수근처럼 한국근대화가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이로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친근한 그림으로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 페레이라라는 부부 건축가가 설계한 이곳은 영국 BBC가 선정한 ‘2014년 위대한 8대 뉴(new) 미술관’ 중에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장 화백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가까이에 송암천문대와 장흥조각공원이 있는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의 진면목은 하늘에서 내려다봐야 더 잘 느낄 수 있다는데, 장 화백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장욱진 화백의 대형 흑백사진이 걸린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특이한 구조의 계단과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장 화백의 대표작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는데 대작보다는 작은 그림, 특히 주제나 소재도 나무, 산, 새, 가족 등 밝은 이미지의 그림이 많아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의 공간에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 등 복합적인 시설들도 들어서있다.
현재 장욱진미술관에서는 2015년 첫 기획 전시로 신진작가 기획전 ‘예술모텔 777호 : 열정을 위한 다시茶時’전을 4월 12일까지 개최한다. 777 레지던스는 폐 모텔을 재생하여 조성하고 있는 레지던스로 각 분야별(회화, 사진, 복합매체)로 7명씩 총 21명에게 창작 공간 및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명칭 그 자체가 특성화된 전문 미술창작스튜디오임을 상징한다.
전시 참여 작가는 16명이며 작품은 차의 가공법에 따라 백호, 눈향, 기문향, 보이 등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 유화, 사진, 설치 미디어 등 40여점이 전시된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 관람객이 직접 작가와 만나 차를 마시며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차(茶)와 작가와 나’의 시간도 마련했다. 관람료는 성인 2000원/청소년 1000원/어린이 500원
위치: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석현리 385-1)
오픈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휴관)
문의: http://changucchin.yangju.go.kr, 031-8082-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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