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삶을 엮어내는 아름다운 남성들의 하모니~!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남성들의 하모니가 공간 가득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하모니의 주인공은 고양·파주지역에 거주하는 남성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인 ‘한가람남성합창단’. 대화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화요일마다 화음을 맞추는 이 멋진 남성들을 찾아보았다.
문소라 라포터 neighbor123@naver.com
지난 7일 저녁 8시, 한가람남성합창단 연습실에는 스무 명 남짓한 단원들이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 연습할 곡은 ‘아이 빌리브(I believe)’와 ‘내 영혼 바람 되어’. 11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1주기 추모음악회에 고양시민연합합창단의 일원으로 고양시립합창단과 함께 부를 곡을 집중 연습하는 시간이다.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연습에 임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행여 방해될까 걱정될 정도로 진지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내리 연습하고 잠깐 쉬는 시간. 신입 단원인 최금환씨가 8회 연속 연습에 참가, 이날 부로 정식 단원의 자격을 얻게 돼 작은 환영식을 가졌다. 이날은 또 지휘자 김정호씨의 생일이기도 해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다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들. 한가람남성합창단의 연습 시간에는 그렇게 진지함과 즐거움이 교차했다.
신관섭 단장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실력은 수준급
2009년 결성한 한가람남성합창단은 40여 명의 단원 중 음악 전공자가 한 명도 없는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와 직업, 활동기간 모두 다양하다. 30대부터 60대까지의 연령대에 회사원 교사 자영업자 의사 파일럿 사업가 등이 두루 있고, 6년째 꾸준히 활동 중인 이가 있는가 하면 이날 정식 단원의 자격을 얻은 이도 있다. 단원이 되는 데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치 않다. 단장인 신관섭씨는 “대부분 기본적인 소질이 있는 이들이 입단 지원을 하므로 간단하게 발성 정도만 보고 지휘자가 파트를 정해주면 바로 연습에 들어 간다”고 전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실력이 그저 그런 아마추어 합창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냥 취미로’ 하는 수준 이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연말 지휘자 공모에 무려 80명의 지원자가 몰려 서류심사와 오디션을 통해 현재 고양시립합창단원인 김정호씨를 선발했다. 또 매년 가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는데, 지난해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연주회에는 1200개의 좌석이 꽉 차는 성황을 이뤘다.
음악으로 건강한 사회 만드는 데 일조하고파
한가람남성합창단은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은 수많은 활동을 지속해 왔다. 지난 1년 동안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주 1회 합창 지도 봉사를 했고, 재작년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공연을 펼쳤다. 시민사회단체나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들어오는 공연 요청도 흔쾌히 수락하는 합창단은 얼마 전엔 고양·파주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한 북 콘서트 무대에도 섰다. 신 단장은 “음악을 통해 타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합창단이고자 한다”며 “사회적 이슈나 아픔이 있는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음악적 기여를 통해 사회적 소임을 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삶의 문제도 함께 나누는 끈끈한 인간관계 자랑
이들이 이렇게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원들 간의 돈독한 유대관계에 있다. 연습을 마친 후엔 거의 모든 단원들이 빠지지 않고 뒤풀이에 참가해 기타 연주와 노래, 대화를 즐긴다. 신 단장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삶의 문제도 함께 나누고 있어 단원들 간의 관계가 무척 끈끈하다”고 말했다. 단원 한성수 씨는 “연습 시간 외에도 만나 밥을 먹을 정도로 친밀한, 정말 인간미 넘치는 합창단”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가족과 함께 하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 몇 년 전 식사동에 마련한 ‘한가람농장’에서 함께 텃밭을 일구고 주말엔 삼겹살 파티도 연다. 또 해마다 12월엔 가족 송년회를 열어 가족들 앞에서 합창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멋진 남성들의 아름다운 합창은 이렇게 가족, 그리고 사회로 건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 미니인터뷰
지휘자 김정호씨
“음악이 주는 기쁨 누리는 분들과 함께 하고팠죠”
한가람남성합창단은 아마추어합창단이지만 음악이 주는 기쁨과 위안, 행복을 이미 누리고 있더라고요. 사회적 활동도 활발히 하고요. 그런 단원들과 함께 하고 싶어 지휘자 공모에 냉큼 응했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도 계시지만 지휘자인 제 지도에 잘 따라주신답니다. (웃음)
총무 김양원씨
“아내가 건전한 취미생활 즐긴다며 좋아해요”
5년 전 한 라이브 바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본 전임 단장님의 권유로 입단하게 됐어요. 길거리 캐스팅 된 거죠. 하하. 활동 중엔 2년 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평일 낮이었는데도 30명 가까운 단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정말 감동이었어요. 아내가 싫어하지 않느냐고요? 화요일마다 늦게 들어가지만 건전한 취미를 즐긴다며 반긴답니다.
단원 한성수씨
“한 번도 연습에 빠지지 않았답니다”
입단 후 9개월 동안 한 번도 연습에 빠지지 않았어요. 연습이 있는 화요일 저녁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제 철칙입니다. 합창단원으로 아람음악당 같은 큰 무대에 설 땐 정말 감동스럽고, 전국에서 스무 팀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참가한 거제합창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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