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무라면 가을은 광합성하기 좋은 계절이다. 친한 사람이랑 느리게 골목길 거닐면서 가을볕을 쪼이는 건 어떨까. 커피 한 잔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걷기에 딱 좋은 거리를 소개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 우리 동네 골목으로 나가,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햇볕을 모아두자.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암센터 건너편 정발산동 일대
수공예와 유럽 앤틱 빈티지, 슬로푸드의 거리
핸드메이드 공방의 거리
건영빌라 8단지와 9단지 사이 카페 ‘빈스하이’에서 정발산동 골목 여행을 시작해 본다. 오후 3시 무렵이면 커피콩 볶는 냄새로 거리를 고소하게 만드는 곳이다.
빈스하이 뒷골목으로 가면 ‘테디베어 공방’과 프랑스자수 공방 ‘몬아뜰리에’가 있다. 하얀 천에 수놓은 자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행복해진다.
건영9단지를 향해 걷다 보면 ‘윤지맘‘s 수작’이라는 패브릭&천연제품 공방, 원목으로 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느린나무 공방’을 만난다. 공방의 소품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 더 특별하다.
수입의류가게 ‘드므’ 앞에서 잠시 멈춰서 본다. 가을이라고 호피무늬 앵글부츠가 새초롬하니 서있다.
작은 가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해마다 봄가을이면 이 거리에는 ‘안다미로 핸드메이드프리마켓’이 열린다. 수작, 드므, 느린나무 공방, 테디베어와 한지공예 보리공방, 그레이스 퀼트가 참여하고 있다.
건영빌라 9단지를 향해 걷다 보니 창 너머로 말린 꽃이 보인다. ‘분주한 뜨락’이라는 이름의 소이캔들, 디퓨저 공방이다.
건영빌라 9단지 정문 앞 ‘키친데일리’는 유럽의 작은 식당에 온 듯 빈티지 그릇들이 가득하다. 그 옆에는 린넨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리넨 etc’가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민퀼트’와 바느질 공방 ‘호’가 보인다. 정성껏 가꾼 작은 화단이 사랑스럽다.
냉천초교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무와 베이커리’를 만난다. 치아바타를 잘 만드는 아담한 빵집이다.
유럽 앤틱 빈티지에 마음 빼앗기는 골목
냉천초교 쪽 사거리로 나가 오른쪽으로 돌면 앤틱 빈티지 가게들이 보인다. 분홍 외관이 사랑스러운 ‘미세스빈티지’, 린넨 천에 폭 안기고 싶은 ‘데일리 스위트’, 앤틱 가구가 멋스러운 ‘블루보닛’과 ‘소호앤틱’을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 봄과 가을에 열리는 ‘보넷길 프리마켓’에 들르면 16개 매장의 제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일정을 참고하자.
초록지붕 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앤의 다락방’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가면 ‘카페 아몬드꽃나무’, 폴란드그릇 ‘다라’, 카페 ‘코델리’ 등이 나온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여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다시 골목을 걸었다.
슬로푸드로 골목 여행 마무리
골목여행은 넉넉한 마음으로 나서는 게 좋다. 사랑스런 소품이 가득한 ‘핑크바스켓’ 같은 가게를 만나면 시간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핑크바스켓을 나와 원테이블 레스토랑 ‘양지미식당’에서 낯선 이와의 어색하고도 즐거운 식사를 즐겼다면 이제 디저트를 맛볼 시간이다. 양지미식당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앙증맞은 주니케익이 나온다. 바로 옆에는 니나스버거&브런치가 보인다.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피요르드’ 역시 브런치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스튜와 비슷한 느낌의 스프커리와 프랑스 요리 부르기뇽을 선택한다면 후회는 없을 듯하다.
집에 그냥가기 아쉽다면 폴란드그릇 ‘스타라’에 들러보자. 주인장의 호탕한 웃음에 반해 털썩 주저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미니인터뷰
정발산동 골목에서 만난 사람
‘코코제이’ 헤어샵 권효정 대표
정발산동은 눈요기할 만한 특이한 볼거리가 많아요. 그야말로 그림 같은 동네죠. 공원이 가까이 있어 장연과 상점이 어우러져 풍경을 만드는 거리예요.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해도 볼거리가 많아 재밌으니 산책하듯 걸어보세요.
수입의류 ‘드므’ 한명희 대표
건영빌라 8단지와 9단지 사이 거리에 공방들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되고 젊은 거리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방 사람들이 사이가 좋아 더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곳이죠. 천천히 걸으면서 골목의 즐거움 느끼러 정발산동으로 오세요.
>>>대화동 도서관에서 성저공원 옆 골목 주택단지까지
공원을 끼고 도는 고즈넉한 산책길
도서관 옆 골목 개성 넘치는 가게들
대화도서관에서 선교교회까지 가는 골목길에는 재미난 가게들이 쪼르륵 모여 있다. 먼저 도서관 옆 카페 ‘솜니움’에 들러 본다. 도서관 옆에 있어서 공부하는 손님들이 많다.
브런치 특강이 열리는 ‘쿠킹 스튜디오 라’를 지나 브런치 카페 ‘커피에 퐁당’을 지나니 밥집 ‘아낙’이 보인다. 커다란 유리창에 또박또박 눌러 쓴 시가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김밥과 제육덮밥, 떡볶이가 맛있는 이 집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배려했는지 가격도 저렴하다. 환풍기 위에까지 시를 적어놓은 밥집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모두 주인장의 솜씨다.
아낙에서 푸짐하고 저렴한 밥에 유기농 전통차까지 마시고 나오니 수입 LP음반 전문점 ‘안디뮤지끄’가 보인다. 12년 동안 온라인으로 LP판을 판매하다 집이 좁아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는데, 벽면을 빼곡 채우고 있는 LP판이 주인장의 내공을 느끼게 했다.
핸드메이드 공방들이 조르륵
안디뮤지끄를 뒤로 하고 향한 곳은 나란히 서 있는 ‘달빛정원’ 공방과 ‘더 수아 스튜디오’다. 더 수아 스튜디오는 캔들과 비누, 수제초와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달빛정원은 프랑스 자수와 양재, 바느질 기초 등을 가르친다. 선교교회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손으로 공방’이 나오는데 다양한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성저공원 산책길은 야트막한 언덕길 같은 느낌에 운동기구까지 있어 한두 시간 산책하기에 좋다. 공원 앞 단독주택단지를 걷다 보면 개성 있는 미술공방 ‘코뿔소’와 ‘한그루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한그루도서관은 미니어처공방과 돌하우스공방 프로그램을 연다. 구경은 자유로우니 잠시라도 아기자기한 미니어처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공방에 앞치마를 두르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날이 올지 모르니.
조용한 산책길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아
한그루도서관을 나와 큰 도로를 향해 두 블록 걸어 우회전하면 ‘또 국수생각’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이름이 몹시 공감되는 이 집은 면을 직접 뽑아 만든단다. 아낙에서 먹은 밥 때문에 도저히 국수를 먹을 수는 없었지만 조만간 들러보리라 마음먹었다. 또 국수생각이 날 게 당연하니까.
퀼트 공방 ‘굿퀼트’, 색소폰 동호회 ‘라르고 색소폰 클럽’을 지나가면 골목 끝에 ‘나니쇼 도예 공방’이 있다. 나니쇼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공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카페 ‘상상끼리’가 나온다. 우쿨렐레 에니어그램 같은 강좌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산책한다면 공원 옆 가와지 공원 놀이터에서 한참 놀다 가기도 좋은 곳. 고즈넉한 느낌의 대화동 골목 여행이었다.
>>>미니인터뷰
대화동 골목에서 만난 사람
나니쇼 도예공방 김란영 대표
대화도서관에서 성저공원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참 평화로운 곳이죠. 공원이 옆에 있어서 소풍 가려고 마음먹으면 5분 안에도 갈 수 있는 골목이에요. 아이와 함께 소풍 가듯 걸어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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