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거부 선언 동참한 중산고 3학년 양지혜 학생

“꽃 피는 시기가 다 다르듯, 제 생애주기에 아직 대학이 없을 뿐이에요”

지역내일 2015-12-24

우리나라는 일정 나이가 되면 누구나 대학입시라는 레이스에 뛰어든다. 대학 진학률이 70%로 대학은 선택이 아닌 인생의 필수 코스가 됐다. 그러나 정해진 코스 인생 대신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중산고(최병국 교장) 3학년 양지혜양은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 가방끈들의 모임’(이하 ‘투명가방끈’)의 회원으로 지난 11월 12일 수능 당일 ‘대학입시 거부 선언’에 동참했다. 수능을 위한 입시 공부 대신 삶을 위한 공부를 선택한 지혜양을 만나 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성실한 모범생의 선택
고3 기말고사까지 끝난 요즘, 오후 12시면 학교가 끝난다. 방과 후 지혜양이 가는 곳은 신촌에 있는 ‘청년좌파’ 사무실. 그곳에서 공동체에 대해 공부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날마다 진지한 고민을 한단다.
중학교 때도 지혜양은 대학을 가건 안가건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대학에 가겠지’라는 당연한(?) 생각이 있었다. 투명가방끈 모임의 다른 친구들처럼 일찌감치 확신을 갖고 대학입시를 거부한 것도 아니었다. 학교생활도 성실히 했다. 고3 때 다른 친구들처럼 수능 특강 책을 샀고, 7월 달까지 입시를 치를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 갈등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대학입시를 치르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학입시를 거부한다는 거창한 주장이 아니라 자신은 입시를 치를 만큼 강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입시에 대한 입장을 빨리 정리하지 못할 만큼 저는 마음 약한 사람이었는지 몰라요. 제가 현재의 입시경쟁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면 아마도 입시를 치렀을 거예요. 대학입시를 거부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딱 하나만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제 선택이 사회 비판이나 치기 어린 결정이 아니라 그냥 내 삶의 주기에 지금은 대학이 없다는 것, 그래서 대학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도 이 사회에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미의 대학 거부였어요.”


대학입시, 선택이 아닌 강요된 현실
고2 때 친구네 학교에서 한 학생이 성적 문제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 학교에서는 다음 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수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누군가 죽어갔지만 아무도 추모하지 않고 죽음은 사라졌다. 그런 교실 풍경을 보며 입시라는 것이 누군가의 패배를 동반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일 입시를 선택했다면 자신 또한 죽음을 접어두고 공부를 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못 견딜 테니까.
대학입시를 거부했지만 입시를 선택해 공부하는 친구들처럼 자신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교실의 현실에서 지혜양은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학입시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코스처럼 대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단지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고교 생활과 학교라는 총체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그렇게 교실에 남게 됐다.
코스에서 벗어난 덕분에 지혜양은 자신의 삶을 잘 지키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입시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미루지 않고, 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한 생활을 실천하려 했다. 토론 동아리나 문예창작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청소년 세미나 모임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대학 안가는 사람들의 대안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과 활동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한다.


삶을 나누듯 글 나누며 사는 삶 꿈꿔
평소 책읽기와 글쓰기 등을 즐기는 지혜양은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주위에서도 ‘너는 대학가서 공부하는 것이 잘 맞을 거야’라는 조언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거부했다고 해서 지혜양이 공부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비롯해 자신이 진짜 해보고 싶은 인생 공부를 이제부터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글쓰기로 담론을 만들어내고 삶을 나누듯 글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내 세계에 갇혀있기보다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자립을 위해 취업을 할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부쩍 추워진 겨울을 뚫고 돌아가는 지혜양의 뒷모습을 보며 “저 같은 사람도 이 사회에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그의 질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