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초상화 그리는 최강현씨

“제 그림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지역내일 2016-01-05

“같은 부모로서 안타까웠어요. 그분들도 가족들이랑 같이 잘 살려고 열심히 일한 건데 이제는 아이들이 없는 거잖아요.”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과 교사 262명의 초상화를 그려 유가족들에게 전달해 온 중산동 최강현씨의 말이다. 




세월호메인: 최강현씨가 사진은 쑥스럽다며 연필로 그려 보낸 자화상






세월호서브: 지난 11월 1일 안산에서 열린 600일 추모 행사 중 배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최강현씨






세월호서브1: 최강현씨가 그린 故김시연양 가족(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







세월호서브2: 시연양의 발랄하던 생전 모습


부모마음으로 시작한 초상화 그리기
아내 김연지씨와 함께 일곱 살 난 아들 서종이를 키우고 있는 최강현씨는 여느 가장들처럼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 온 아빠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아들의 재롱을 보며 피로를 풀던 최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얘 하나만 보고 사는데 만약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분들이나 우리 부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그분들의 아이가 먼저 자라나서 세월호라는 배를 탔던 것뿐이죠.”
취미로 그림을 그려오던 최씨는 올해 3월 31일 故강승묵군의 생일에 강군의 그림을 그려 SNS에 올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단원고 희생 학생과 교사 262명의 초상화를 모두 그리기에 이르렀다.
5월에는 전통 고판화가인 정찬민씨와 인연이 닿았다. 최강현씨가 그린 그림을 정화백이 판화로 작업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그려온 그림으로 내년 달력을 만들고 있다. 300부 정도 제작해 유가족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피해자가 죄인 된 상황 안타까워
이제는 퇴근 후 종이를 꺼내 연필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일상처럼 됐다. 아이들이 살아있을 때 찍은 사진을 가족들의 사진과 함께 그려 가족 초상화도 그린다. ‘먹고 살기 바빠’ 다 자란 아이들과 가족사진 한 번 찍을 여력이 없던 부모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받아 본 유가족들은 기뻐하면서도 슬퍼했다.
“많이 힘드실 거예요. 어떤 어머님들은 막 우세요. 그림을 보내드리면 확인은 하시는데 대답이 없는 경우들이 있어요. 좋으면서도 너무 슬픈 거죠. 괜히 그려 드렸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랑스런 아이의 얼굴을 그림으로 만나는 기쁨, 그러나 두 번 다시는 살아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아픔. 부모로서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림을 건네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단순한 마음이었죠. 그냥 위로만 해드리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워요.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제가 하는 건 공간이랑 종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지만 그분들은 생업도 못한 채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뛰어다니시잖아요. 피해자가 죄인처럼 되고 주홍글씨가 새겨져버린 상황이니까요.”


사람답게 사는 세상 왔으면
정치에 관심은 있어도 딱히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는 최씨. 요즘은 가끔 주말에 광화문 광장에 다녀온다. 최씨보다 더 활동에 열심인 아내 김연지씨를 따라서다.
김씨는 비즈를 배운 솜씨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만들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저희 아이가 수학여행에 가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다는 마음, 이런 세상이 계속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나의 아이를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김씨는 유가족들의 벗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곁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내 애만 잘 키운다고 잘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요즘 대한민국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중산층으로 살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낮다고 하는데. 학원 몇 개 보내는 것보다 진짜로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 사람대접 받으면서 사람답게 사는 상을 만들어 주는 일인 것 같아요. 엄마들이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연지씨)


함께 하는 것이 희망
세월호 참사가 난지 600일하고 30일이 더 지났다. 2015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 1위는 ‘세월호’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할 것이다.
최강현씨에게 세월호 참사는 충격이고 아픔이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마음’을 알게 해준 계기이기도 했다.
“옛날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가족이 더 생겼죠. 유가족 부모님들을 비롯해 좋은 분들 많이 만나고 함께 하는 마음을 알게 됐어요. 그 전 같으면 욕하고 말 일들을 지금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혼자서는 개개인의 문제가 돼버리지만 함께 연대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고, 힘을 모아서 뭔가 바꿀 수 있으니까 그게 희망인 것 같아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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