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파주 가람도서관에서 조금 색다른 작가 강연이 있었다. 참가신청에 가족이 함께 신청해야 한다는 것, 특히 아빠의 참여가 필수여야 한다는 특별한 요청이 있었던 것. 아이와 함께 요리와 목공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 강연은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뚝딱 마감이 끝났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 행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던 아빠들도아이와 컵케이크를 만들고 목공의 즐거움에 푹 빠지게 했던 이들은 딸과 함께 한 일상을 그림책에 담아낸 우종욱(45), 지희령(46) 부부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딸 챔챔이가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
만나고 싶었던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난 토요일 파주 야당동 타운하우스 ‘도시농부’의 문을 두드렸다. 1층부터 다락방까지 눈 닿는 곳마다 딸 채민이가 그리고 만든 것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딸 챔(채민이의 애칭, 부부가 급할 땐 ‘챔챔’이라 부른다고)과 함께 부부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깊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남편, 그제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아내. 늦은 시간에야 잠이 들었다 아침이면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서로 반대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나섰던 부부. 그런 일상을 보냈던 우종욱 지희령씨는 딸 채민이가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집안의 큰 가구들 사이로 기어 다니는 채민이를 보면서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목수로 변신했고 프리랜서 출판디자이너인 아내 지희령씨는 밖의 작업실 대신 재택근무를 택했다.
“채민이가 태어나면서 날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나타나면서 처음 해보는 부모역할에 여전히 좌충우돌 시행착오가 있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죠. (웃음)” 부부에게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딸 채민이는 어느 새 여덟 살이 됐다. 부부는 지난 해 채민이와 함께 했던 흥미롭고 재미난 일상을 2권의 그림책에 담아 펴냈다. 남편 우종욱 작가의 〈아빠와 함께 하는 목공은 즐겁다〉와 아내 지희령 작가의 〈엄마와 함께 하는 요리는 멋지다〉 가 바로 그것.
우종욱 지희령 부부와 딸 채민이
생활 곳곳에 있는 흔하고 익숙한 것들로 아이와 함께 즐기기
〈~요리는 멋지다〉는 출판 디자이너인 엄마가 모처럼 쉬는 주말 아침 딸 챔과 함께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목공은 즐겁다〉는 목수로 변신한 남편과 딸이 나무로 장난감이나 집안 소품을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목공을 처음 시작할 때와 같은 비슷한 설렘이 있었어요. 향긋한 나무냄새와 나뭇결에 반했던 순간처럼 말이죠. 목공은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선택이었죠”라는 우종욱 작가. “밖의 작업실을 그만두고 엄마가 이제 집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라고 얘기했더니 예상과 달리 챔이 망설이는 눈치더라고요.(웃음) 그동안 엄마대신 자기를 잘 돌봐주던 이모와 익숙했는데 엄마가 끼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나 봐요. 우리 부부는 둘 다 바쁜 엄마 바쁜 아빠였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더 알차게 보낼 수 없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매일 출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일하는 엄마의 일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아내는 “밤을 새거나 장기간 작업에 매달려야 하는 일이 많아서 여전히 챔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생활 곳곳에 흔하고 익숙한 것들로 아이와 함께 즐기기가 저희 부부의 모토죠”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재능도 많은 챔은 부부의 훌륭한 보조 요리사, 보조 목수다. 부부의 그림책에는 아빠와 딸이 함께 만든 작은 의자, 우편함과 나무 소품, 키다리의자와 수납장 등 13가지 목공의 비밀이 또 엄마와 딸이 내 맘대로 샌드위치, 깔깔깔 셀프 김밥, 나름 거창한 도시락, 아무거나 주먹밥 같은 15가지 요리 비법이 공개돼 있다.
부부가 펴낸 그림책
가족의 삶을 담은 나무 집을 짓는 것이 꿈
부부의 그림책의 줄기는 ‘가족이 함께 하기’다. 그림책의 구성과 스케치는 딸과 아내가, 재료 준비와 작업은 딸과 남편이 맡는다. 보조목수이자 보조요리사인 챔은 요리의 데커레이션을 누구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빛내고 아빠와 가구를 만들 때는 톱질도 거든다. 부부는 아직 어린 챔이 어질러 놓은 요리 뒷마무리와 톱밥 치우기가 더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세 식구는 이런 함께 하기를 통해 그들만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챔챔이도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할 시기라고 통보(?)할 때가 오겠죠. 그전까지는 딸 바보로 살면서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가족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도 채민이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그림책은 저희 가족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별 것 아닌 이야기가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담은 아이와 함께 하는 성장기입니디.”
요리와 목공 뿐 아니라 봄이면 꽃을 심고 식물을 기르는 일 등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늘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부부. 남편 우종욱 작가의 꿈은 가족을 위한 나무로 지은 집이라고 한다. “챔챔과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통째로 담을 그릇을 만드는 꿈이죠.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대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가꾸려고 합니다. 가족의 일상과 그 모든 것이 담긴 나무로 지은 집, 그것도 하나의 가구가 아닐까요.” 우종욱 작가는 삼성동 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 목공방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맞춤가구와 아이들을 위한 가구 주문제작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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