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부 잘하는 방법 II ? 관계 중심 영문법

지역내일 2016-01-03

지난 10월 칼럼에서 했던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company라는 간단한 단어의 구성 원리를 통해 관계 중심 사고, 인문학적 공부 방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영문법의 원리를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이야기 하나 꾸며 볼까요?
대학생 호영이와 예림이가 시내 영화관에서 4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매너남 호영이는 10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문제는 예림이. 가까운 지하철역에 도착했으나 거기서 ‘뮤비’를 촬영하던 빅뱅을 발견한 겁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광팬이었던 빅뱅이라니!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곡에 맞춰 어깨는 들썩들썩…. 시간은 화살처럼 흐릅니다. 그러다 화들짝 정신을 차려보니 4시 50분! 기다리고 있을 호영이 생각에 거리를 달립니다. 영화관 입구! 시간은 5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저 멀리 호영이의 표정부터 살핍니다.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 평소와 다름없거나(A), 화나 있거나(B).


A. 속 넓은 매너남, 호영이의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다면?


예림: (흥분모드 유지) 호영아! 나, 봤어, 봤다구!
호영: (멀뚱) 어? 왔어? 늦었네? 건 그렇고, 뭘 봐?
예림: 빅뱅!
호영: 뭐야, 걔네들을 네가 어디서 봐?
예림: 지하철역에서!


B. 매너남에게도 한계는 있는 법. 잔뜩 화가 나 있다면?


예림: (주눅모드) 호영아….
호영: (버럭) 지금 몇 시야! 도대체 왜 늦은 거야?
예림: 아니, 그게 말야. 나… 사실은….
호영: 사실은 뭐?
우림: 지하철역에서….
호영: 지하철역에서 뭘 어쨌는데?
예림: 지하철역에서… 빅뱅을 봤어.


요약하자면 A에서 예림이는 호영이가 그리 화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죠. 반면 B에서 예림이는 화난 호영이의 눈치를 살피며 빅뱅과의 만남을 이유로 둘러댑니다. 그럼, A와 B의 밑줄 친 대사만 뽑아서 순서대로 나열해 볼까요?


A. 나, 봤어! / 빅뱅! / 지하철역에서!
B. 나… 사실은…. / 지하철역에서…. / 빅뱅을 봤어.


아직 감이 안 잡히신다구요? 그럼,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A. 나(I) 봤어(saw) 빅뱅(Big Bang) 지하철역에서(in the station)!
B. 나 사실은 지하철역에서 빅뱅을 봤어.


아하! A는 단어만 바꿔놓으면 그럴 듯한 영어 문장(I saw Big Bang in the station!)이 되고, B는 문장 부호만 제거해도 제대로 된 우리말 문장이 되는군요!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영어 문장과 우리말 문장은 단어 배열순서가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주고받기 식 대화에서는 영어식 순서(주어-서술어-목적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 우리말 순서(주어-목적어-서술어)는 상황 B처럼 상대의 눈치를 살피거나, 진지한 분위기거나, 격식 있게 이치를 따지는 경우에 많이 쓰죠. 우리말 순서를 철저하게 지키면 책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컨대 직관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순서대로 뭉텅뭉텅 단어를 내뱉는 것이 영어식이라면, 완결된 의미를 머릿속에서 구성해 두었다가 차근히 배치하는 우리식인 겁니다. 속된 말로, 지르고 보는 건 영어, 잔머리 굴리는 건 우리말!
더 나아가서 문장형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문장이 몇 형식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역시 중요한 건? 관계를 생각하는 거죠. 이렇게요.


호영: 누구나 거짓말을 하지.
예림: 그래 맞아.


이 대화에서 호영이의 대사에 예림이가 곧바로 맞장구를 칩니다. 더 궁금할 게 없기 때문이죠. 이를 영어로 옮겨보면 ‘Everybody lies.’ 주어 동사만으로 완결된 문장이 됩니다. 소위 ‘1형식’인 거죠. 나머지 문장형식 또한 복잡해보여도 주어 동사만 미리 ‘질러 놓고’, 부족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뒷수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분위기를 좀 바꿔볼까요?


호영: 넌 변했어.
예림: 내가? 변해? 어떻게?
호영: 사랑스럽게.


호영: 네가 만들었어.
예림: 내가? 뭘 만들어?
호영: 내 기쁨을.


눈치 빠른 분들은 깨달으셨겠지만, 밑줄 친 대사를 영어로 옮기면 ‘You became / lovely.’ ‘You made / my joy.’ 즉 2형식(주어+동사+보어) 3형식(주어+동사+목적어) 문장이 됩니다. 많은 아이들이 질려하는 4, 5형식도 다르지 않죠.


호영: 네가 만들어 줬어.
예림: 내가? 누구한테 뭘 만들어 줘?
호영: 나한테, 엄청난 행복을 만들어 줬지.


이 커플, 점입가경이네요. 그건 그렇고, 뜬금없이 ‘만들어 줬다’고 하니 궁금한 게 두 가지 생기죠? 1. 누구한테? 2. 뭘? 순서도 중요합니다. 궁금한 순서는 대체로 ‘누구한테, 뭘’이지 ‘뭘, 누구한테’는 아닐 겁니다. 여기서 ‘누구한테’에 해당하는 것을 ‘간접목적어’, ‘뭘’에 해당하는 것을 ‘직접목적어’라고 부르니까 당연히 4형식 문장은 ‘주어+동사+간접목적어+직접목적어’ 순서인 겁니다. You made / me / great happiness. 이제 하나 남았네요.


호영: 네가 만들었어.
예림: 내가? 뭘?
호영: 내 삶을.
예림: 삶씩이나? 내가 뭐, 신이라도 되니?
호영: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구.


이제 자잘한 설명은 필요 없겠죠? ‘You made / my life / meaningful.’ 바로 5형식입니다. 이때 meaningful의 역할을 목적격 보어라고 하는 데, 용어에 주눅 들진 마세요. 목적어인 my life의 부족한 의미(‘삶씩이나?’)를 ‘보충’해 준다는 의미니까요.
이상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어 문장 구성 원리를 관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요. 반복하지만 ‘주어 동사 간목 직목 4형식’ 따위로 외우지 마세요. 외우고 싶다면 차라리, 의미가 맺는 관계의 원칙, 단어 배열 원칙을 외우세요. ‘중요한 거 일단 지르고 뒷수습은 나중에! 궁금해 하는 순서대로!’
자, 이제 글을 맺어야 할 때입니다. 호영이와 예림이의 점입가경 대화 하나 추가하는 걸로 . 


호영: 너 그 남자 알아? (Do you know the man?)
예림: 그 남자? 누구? (The man? Who?)
호영: 네 옆에 항상 서 있는 그 남자. (The man who always stands by you.)


Do you know the man who always stands by you? 뭘 말하려는지, 센스 발휘하셨죠? ‘선행사가 사람이고 뒤에 나오는 절에서 주어가 필요하면 주격관계대명사 who가 어쩌구 저쩌구….’ 영어지옥으로 가는 저주의 주문이에요. 막 외우지 마세요!





우리들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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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31-912-1237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로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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