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아틀리에 마루’ 건축사사무소 구국현 소장]

‘불편함이 행복으로 바뀌는 집’을 설계합니다

노준희 리포터 2016-09-12


집을 짓는다. 현장에 가고 또 간다. 여름의 해는 어느 방향으로 몇 시쯤 떨어지는지, 창이 나야 할 위치 바깥에는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는지, 동선을 어떻게 짜야 집주인의 요구가 잘 반영될지, ‘아틀리에 마루’ 구국현 소장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집주인의 요구사항을 자연과 교감시켜 기막히게 구현해내는 건축사 구국현 소장. 특히 예꽃재마을에서 구국현 소장은 영웅이나 다름없다. 완성된 집을 본 마을 사람들이 구 소장에게 쏟아내는 찬사는 진심이다. 감사의 인사말도 모자랐는지 선물세례도 이어졌다. 구 소장은 이미 마을 주민들과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했다. 집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답례다.
집 설계 잘해주어 팬클럽까지 생긴 건축사가 그리 흔할까. 집을 지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구 소장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구국현 소장


집주인 요구사항 담고도 독특함 돋보이는 설계

구국현 소장이 사무실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확인하고 완성하는 집은 없다. 예꽃재 마을을 설계할 때도 1년에 100여 번을 방문했다. 자연과 집주인의 요구가 조화롭도록 현장방문을 바탕으로 마음속으로 그리고 종이 위에 그려보며 가장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설계를 찾아나갔다.
집주인의 요구는 늘 다양하고 추상적이다. 하지만 구국현 소장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그들의 요구를 고스란히 담아 개성 뚜렷한 집을 설계해낸다. 처음 설계도를 접하면 이게 뭘까 의문이 드는 설계도 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설계가 오히려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된 집을 본 집주인들은 감격했다.
예꽃재마을 입주민 최애미씨는 “불친절한 다섯줄짜리 설계의뢰서만 보고 마법을 부린 듯 상상치 못한 집을 선물해주었다”며 감동을 가득 담은 편지를 보냈다. 엄미희씨는 완성된 집을 보고 울컥했다. “늘 비슷한 공간에 나를 끼워 맞춰 살았는데 우리 가족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보자 눈물 나도록 감동했어요.”
구 소장도 뭉클했다. 자신의 건축철학에 공감해준 사람들 덕분에 소신을 지킨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얻었다. 


구국현 소장과 아틀리에 마루 직원들


‘즐거운 불편’을 주는 집이 진짜 ‘사람 사는 집’

구국현 소장은 건축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이며 충남 유일한 한국 패시브협회 정회원 건축사다.
처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곳은 2009년 고향인 서천. 올해 아산으로 이전했다. 서천에서 어민회관, 사랑요양병원, 갈숲마을 패시브 펜션 등 많은 건물을 설계했다. 서천에서 패시브 인증을 받은 두 건물 모두 구국현 소장의 작품이다. 하지만 구 소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나 자신을 보니 ‘그저 찍어내는 건축사와 뭐가 다른가’ 의문이 들었어요. 한국은 건설사가 주가 되고 설계사무실은 자본의 시녀가 되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벗어나려고 결심했을 때 예꽃재마을을 만난 거죠.”
예꽃재마을을 방문한 이일훈 건축가는 “경사 때문에 건조한 느낌이 나는 외부 풍경과 전혀 다르게 내부는 건축비에 비해 굉장히 잘 지었다”며 “개인지분보다 공용지분을 넓게 조성해서 좋다”고 호평했다. 이일훈 건축가는 ‘채나눔’이라는 건축철학으로 주목받는 유명건축가다. 홍성 홍동마을의 밝맑도서관이 그의 작품 중 하나다.
구 소장은 대학원에 진학해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다듬어 나갔다. 책으로만 공부하지 않았다. 세계 각 곳을 다니며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을 직접 보고 느끼며 공간을 만드는 힘을 키워갔다. 얼마 전엔 ‘루이스 칸’의 작품, 방글라데시 정부청사가 있는 ‘다카’를 다녀왔다. 이밖에도 르꼬르 뷔지, 구마 겐고, 안도 다다오 등의 작품을 찾아 안 가본 대륙이 없을 정도다. 독서량도 상당하다. 바쁜 와중에도 월 최소 6권 이상 책을 읽으며 감성을 쌓아갔다.
“예꽃재마을을 설계하며 나의 소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즐거운 불편’을 주는 집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사람이 몸을 움직이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집,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그런 집 말입니다.”
확신을 가진 구 소장은 예꽃재마을을 ‘2016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에 출품했다. 


신뢰로 짓는 집이 가장 행복한 집짓기

권세은 예꽃재마을 조합장은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요구사항도 구 소장은 현실적인 비용에 맞게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했고 무엇보다 우리가 건축주다운 대접을 받았다.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애쓴 흔적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집을 지을 계획으로 예꽃재마을을 돌아본 사람들은 구 소장에게 신뢰를 갖고 집 설계를 맡기기 시작했다. 이미 송악면에는 구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한 이들이 여럿 있다.
홍성에서 일부러 찾아온 최상업씨는 예꽃재를 살펴본 다음날 바로 설계를 의뢰했다. 최씨는 “기존 상식과 다른 파격적인 설계였다.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가 원하는 독립적이면서도 어우러지는 공간을 가장 합리적으로 설계했다. 현장을 자주오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설계에 공을 들이는 모습에 더 신뢰가 갔다. ‘굉장히 성의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축주들이 알아주고 믿고 기다려 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집을 다 짓고 나면 전 저대로 아쉬운 점이 남죠. 좀 더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 자연친화적인 집을 지을 거예요. 그게 바로 제가 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아틀리에 마루 : 아산시 시민로 457번길 28-2. 041-548-8300~1
마루 블로그 : http://blog.naver.com/korea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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