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파주 문발동 공방거리에 또 하나의 이색적인(?) 공간이 들어섰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골목 예쁘고 독특한 카페며 공방이 들어선 이곳 길모퉁이에 들어선 것은 조성웅, 조형희 부부가 문을 연 ‘땅콩문고’다. 마흔을 코앞에 둔 시점에 또 다른 일을 찾다가 하고 싶은 일과 의미 있는 일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일이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아내 조형희씨와 그런 아내를 무조건 지지한다는 남편 조성웅씨. 책 향기 가득한 ‘땅콩문고’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내의 이야기-마흔 즈음에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다
한 외주 프로덕션의 방송작가와 PD로 만났다는 조성웅, 조형희씨. 아내는 방송작가로 일하다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했고 책 읽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남편은 책 만드는 사람이 됐다.
10년 넘게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했던 아내는 마흔 즈음 새로운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편집 분야가 나이 마흔 정도 되면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예요.(웃음) 그래서 다른 일을 찾게 됐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아닌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술을 배울까도 생각해봤고요. 그러다 장사를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죠.”
그런 생각 끝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지금껏 해오던 일과 연관된 ‘책방’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사를 갈까도 생각했지만 7~8년을 살았던 동네를 떠나긴 싫었죠. 어느 날 동네를 돌다 마침 이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머릿속에 그리던 책방의 모습이 딱 나올 것 같은 공간이라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계약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책방을 열면서 그가 생각한 것은 ‘책 읽는 재미를 널리 알리는 책방’이었다. “대형 서점에 밀려 동네 책방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땅콩’이란 이름은 남편 조성웅씨가 대표로 있는 유유출판사의 시리즈 이름이란다. 껍질을 벗기면 그 안에 단단하고 여문 열매, 땅콩이 있는 것처럼 작지만 책을 고르고 읽는 무한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땅콩문고’. 책 또한 작지만 그 안에 무한하고 딴딴한 세계를 품고 있다는 의미. “미디어에 소개된 서평만으로 책을 고르고 편하게 집에서 택배로 받아보는 편리함 대신 직접 표지를 넘겨보며 스스로 책을 고르는 불편함을 선택하는 마니아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감사해요. 때론 멀리 지방에서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보고 찾아왔다는 분들도 있고요. 처음엔 뜬금없이 웬 책방?이라고 생각했다는 동네 분들도 이젠 우리 땅콩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남편의 이야기-내가 좋아하는 일을 밀어준 아내, 이젠 내가 밀어줄 차례~
아내처럼 ‘책’ 좋아하는 남편 조성웅씨는 ‘유유출판사’의 대표다. 유유출판사는 주로 ‘공부, 고전, 중국’을 핵심으로 한공부와 동아시아 공통 지식 확산을 돕는 인문교양서적을 펴낸다. 인문교양서적이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대열에서 살짝 비껴가는 책이지만 조성웅씨는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 만드는 일에 고집스럽게 매진해 지금은 1인출판사의 롤 모델로 꼽힌다.
편집 일만 줄곧 해오던 아내가 책방을 낸다고 했을 때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남편 조성웅씨는 아내를 묵묵히 지원해줬다. “아주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그러면 좋겠지만 일부 마니아라도 저희 책을 좋아해주는 보람과 자부심으로 일했죠. 아내가 지금껏 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해주었으니 이제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해야죠.”
최근 ‘서양고전강의 4번째 시리즈’인 <성서를 읽다>를 편 낸 조성웅씨는 앞으로도 올곧게 공부와 관련된 인문서적을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사는 것이 팍팍할수록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험을 잘 보는 공부가 아니라 내공을 쌓는 공부. 내면이 단단해지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버티어내는 힘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인문학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양고전강의 4번째 시리즈’인 <성서를 읽다>를 편 낸 조성웅씨는 앞으로도 올곧게 공부와 관련된 인문서적을 펴낼 계획이다.
누구나 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사랑방’같은 공간 만들고 싶어
‘땅콩문고’는 주로 고전, 공부, 책 읽기, 글쓰기와 관련된 인문 교양서를 하는 카페 겸 책방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책’과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에 문을 연 공간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과 파는 일은 다르다”고 웃는 조성웅, 조형희씨.
하지만 ‘이곳에 뜬금없이 왠 책방?’ 이라며 갸웃거리던 동네사람들도 요즘은 ‘땅콩문고’가 잘되기를 바란다며 격려해준단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수많은 책 속에서 정작 읽고 싶은 책을 찾지 못하던 이들도 꼭 읽어볼 만한 인문서를 안내해주는 친절한 책방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파주출판단지와 책방이 가까워 출판 관련 종사자들이 자주 찾아오셔요. 요즘은 블로그에 입소문을 내주셔서 멀리 지방에서도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럴 때는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이 들고 행복해지지요.” 책방을 운영하다보니 독자 취향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아내는 사회과학, 역사, 과학, 환경과 생태 등에 관련된 좋은 책들도 소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책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땅콩문고’의 매력. 한 쪽에 예쁜 공간박스에 이름을 붙여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하면 입고 되는대로 이곳에 넣어준다. 집에서 택배로 편하게 받는 대신 일부러 찾아와 이 박스를 열고 책이 왔는지 확인하는 즐거움은 특히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고. 부부는 땅콩문고가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책을 사지 않아도 그냥 책에 이끌리어 마음 편하게 들어와 힐링 할 수 있고 또 뜻이 맞는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좋은 강좌도 열리고 배우는 동네 문화 공간.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땅콩문고에서는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향 좋은 커피와 차를 즐길 수도 있고, 책방 한쪽에는 8명 정도 소모임이 가능한 예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찾아가는 길 파주시 꽃아마길 35,www.facebook.com/peanutbookshop 문의 070-8701-4800
땅콩’이 추천하는 인문서
-마크 에임스의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정리해고와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민과 문제에 대해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 안내하는 책이 많지만 이 책은 사회적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봄날의 책’의 신간 「천천히, 스미는」
영미 작가 25인의 산문.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윌리엄 포크너,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토머스 드 퀸시의 산문 중 1, 2편씩 총 32편을 묶었다. 이중 2/3정도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라 유명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고 단편이라 부담 없이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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