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불수능’과 도끼날 갈기

지역내일 2016-11-24

유명한 명언 중에 Abraham Lincoln은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나무를 벨 시간이 6시간만 주어진다면 4시간은 도끼날을 갈겠다.”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베고 있었다. 흘리는 구슬땀에 비해 나무는 잘 베이지 않았지만 나무꾼은 꾸준히 집중해서 한 곳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를 지켜보다 말을 걸었다. ‘무딘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무꾼은 대답했다.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여기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베어야 한단 말이오. 날을 갈고 있을 틈이 어디 있소?” 아무리 도끼질이 급해도 시간을 들여 도끼날을 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땀 흘려 도끼질을 해봤자 나무는 베이지 않는다.

수학공부도 마찬가지다. 기본과 기초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위학년의 학습을 한다거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만 연습하면 얼핏 보기에는 수학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래성 쌓는 학습에 불과하다.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많은 학생들의 가채점 결과 이러려고 공부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는 반응이었다. 고3은 실전문제 위주로 다루게 되고 많은 문제를 유형별로 풀이하는 공부법을 선택해야 하므로 고3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실력을 쌓아놓는 시간까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수능은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3,6,9월 모의고사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았던 학생도 이번 수능시험 수학영역에서는 체감 난이도가 가장 높아 올해 입시 최고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상당히 어렵게 출제되었다. 그러나 실력을 제대로 갖춘 수험생이라면 풀이가 다소 길어졌을 뿐 어려워서 풀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면서 깊이 있게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진짜 실력’을 검증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실력이 갖춰진 학생과 점수를 잘 받기 위해 technical한 공부를 한 학생들의 실력 차이다.

종합적 사고력은 단시간에 향상될 수가 없다. 수학을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은 개념 공부를 강조하고, 수학을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은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수학의 모든 개념을 공부할 때 어떤 수학적 논리에 의해 개념이 도출되었는지 학습해야 한다. 증명하는 문제는 시험에서 직접적으로 출제되지는 않지만 증명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논리가 수능 수학문제의 풀이과정으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수학이란 학문은 정의를 배우고 정의로부터 새로운 정리를 증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 하나 잘 풀어서 답을 냈다.’거기까지 공부한 학생들은 이번 수학영역이 힘들었을 것이다.

키가 큰 대나무는 씨앗을 흙에 바로 심어도 뿌리와 새싹이 바로 돋아나지 않는다. 땅 밑에서 뿌리를 만들고 키우는 기간이 족히 4년은 걸리는데, 농부는 4년 동안 어떤 마음일까? 4년 동안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물도 주고, 햇빛도 비추고, 거름도 주면서 온갖 정성을 다 들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믿음이 아닐까? 5년 후에는 싹이 돋아 날거라는 믿음 말이다. 실제로 몇 개월 사이에 25m나 자란다고 한다. 중학교 3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를 키우는 것처럼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기간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고, 학원들은 급박한 선행을 부추기는 환경 속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며 근원적인 수학공부를 할 여유가 없다. 선행이 필요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까지 막무가내로 진도빼기에 열을 올리는 현실을 보면 뿌리를 만들기도 전에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조급함이 있다. 그러나 수학의 진짜 실력은 5년이라는 숙성과정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김수미 원장
그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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