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창업으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본다는 치킨집.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곳이 있다. 돈벌이보다는 노후에 재미삼아 시작한 닭강정 가게가 타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전국 맛집이 된 곳. 바로 운정 한울카페거리에 위치한 ‘이명손 닭강정’이다. 남들은 다 아는 그 명성을 정작 본인들은 잘 모르겠다는 70세 동갑 부부 이상예·최문성씨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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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손 닭강정’에는 이명손이 없다?
‘이명손 닭강정’. 가게 상호만 봐서는 이명손 할머니가 기름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닭을 튀기고 있을 것만 같다. 수십 년 동안 닭을 튀기며 억척스러운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이명손 할머니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신 수줍은 듯 고운 인상의 이상예 할머니와 장난꾸러기 같은 최문성 할아버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상예・최문성씨 부부는 서울 동대문에서 40여 년간 살다 지난 2014년 운정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이명손 닭강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70세 동갑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인 만큼 홍보라고 할 만한 게 전무하다. 그 흔한 전단지도 없고 컴퓨터는 켜본 적도 없다. ‘이명손 닭강정’은 고객의 입소문과 블로그를 통해 이름이 알려졌는데 한번이라도 ‘이명손 닭강정’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다시 찾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
“김포에 사시는 분이 파주 친척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저희 가게 닭강정을 드셨대요. 얼마 전 밤늦게 그 손님이 다시 오셨는데 닭강정이 너무 생각나서 김포에서 파주까지 오셨대요.” 서울 천호동이나 인천, 김포, 일산 등지에서 ‘이명손 닭강정’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고, 파주 군부대로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길에 새벽 같이 찾아와 닭강정을 사가기도 한다.
“아침 7시에 주문 예약이 들어오면 저희는 5시쯤에 일어나서 닭 튀길 준비를 합니다. 힘들긴 해도 군대 가 있는 아들에게 먹일 거라는데 안할 수가 있나요? 제 음식이 맛있어서 좋다는 손님에게는 언제라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말수가 적지만 할 말은 꼭 짚어주는 이상예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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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거워
이제 갓 70줄에 들어선 이들 부부는 몸이 힘들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닭강정이 한정돼 있다고 한다. “오래 서서 닭을 튀기다 보면 무릎도 아프고 힘들어요. 한번은 치킨 100마리 예약이 들어와서 닭강정을 만드는데 아들 내외와 이웃까지 불러 다 같이 진땀을 흘렸답니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최문성씨는 아내에게 그만 일을 접고 전원생활을 즐기자고 하지만 뒤늦게 일의 재미를 느낀 이씨는 고개를 젓는다. “일을 하면 힘들지만 마음은 참 즐거워요. 대신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야 편하지만 뭔가 심심하답니다.” 멀리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이 닭강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일의 보람이 느껴진다는 이상예씨.
손님이 드문 시간에는 1시간쯤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들어가자는 최씨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마을에서 효부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친정어머니 이름을 걸고 가게를 하는데 손님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지요.” 그러다 손님이 계속 이어지면 11시를 넘기는 것도 다반사다.
‘이명손 닭강정’의 대표 메뉴는 단 세 가지, ‘이명손 닭강정’과 후라이드, ‘이명손 칩스’다. 닭강정은 매운 맛, 순한 맛이 있고 한 마리에 16,000원이다. 반반 주문도 가능하다. ‘이명손 칩스’는 3,500원으로 가격이 무색하리만큼 푸짐하다. 짝꿍 메뉴로 눈꽃빙수도 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매장에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단 매장에서 맥주는 2캔까지만 주문가능하다. 딱히 규칙을 정한 건 아닌데 술 적게 마시기를 권하는 최문성씨 입담 덕에 손님들이 알아서 2캔 이상은 주문하지 않는다. 월요일은 휴무이고 장거리 주문이나 단체 주문은 예약이 필수다.
위치 경기도 파주시 동패동 162-1
카페 영업시간 오후 2시~10시(주말은 12시부터)
문의 031-942-5922
질문 - 가게 상호를 ‘이명손 닭강정’이라고 지으신 이유가 있나요?
(이상예) “이명손은 저희 친정어머니 성함이에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청주에서 닭볶음탕과 닭강정을 만들어 파셨어요. 유난히 음식 솜씨가 좋아서 손님이 많았는데 가게 담이 무너지겠다고 걱정할 정도였지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어머니의 이름을 딴 닭강정 집을 하면서 어머니께 배운 대로 요리를 하려고 노력해요.”
질문 - 70세면 다들 은퇴하실 나이인데 닭강정 가게를 여신 이유가 있나요?
(최문성) “처음에는 1층 가게를 임대로 내놓으려고 했어요. 공무원인 아들이 틈틈이 가게 인테리어를 꾸몄는데 아들 정성이 담긴 가게라 애착이 가더라고요. 월세 놓는 대신에 우리 부부가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하고 장모님(이명손씨)처럼 닭강정을 만들게 됐지요.”
질문 - 전국 1000대 맛집에 선정되셨다고 하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최문성) “저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컴퓨터도 할 줄 모르고 스마트폰도 쓸 줄 모르지요. 어느 날 우편물이 와서 뜯어 봤더니 전국 맛집에 선정됐다고 하대요. 어떻게 해서 선정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상장처럼 생긴 종이를 보내 왔길래 일단 가게 벽에 붙여두었지요.”
(주-전국 1000대 맛집은 2016년 1월 메뉴판닷컴에서 지역 현지인과 파워블로거 평가단, 전문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전국 맛집을 추천 받아 선정한 것이다.)
질문 - 가게 오픈한지 1년이 조금 넘어 맛집 대열에 올랐는데 비결이 있나요?
(이상예) “비결이랄 것은 없지만 음식은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해요. 저희는 신선한 국내산 닭만 사용하는데 하루라도 묵은 닭은 쓰지 않아요. 하루에 30~40마리 정도 튀기는데 가끔 재료가 떨어졌을 때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요. 그럴 때는 빈손으로 돌려보내기가 너무 미안해서 하루 묵은 닭이라도 튀길까 싶은데 그러면 닭강정 맛이 떨어지지요. 손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내요. 저희는 주문을 받자마자 신선한 생닭을 바로 튀기니까 그만큼 맛이 좋은 것 같아요. 닭강정의 매운 맛을 낼 때는 캡사이신 대신 직접 농사지은 고추를 써서 매운 맛을 낸답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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