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바’는 SBS 방송국 소속 직장인들로 구성된 밴드 동아리다. 순수 아마추어 밴드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겁다. 취미생활로 시작해 이제는 다양한 자리에서 공연까지 펼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끈끈한 동료애까지 갖추고 맹활약 중인 ‘칼라바’의 열혈 멤버들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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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조정 ‘칼라바’와 닮은 꼴, 개성으로 뭉친 꽃중년들!
SBS에는 여러 개의 직장인 밴드가 있다. ‘칼라바’도 그중의 하나. 여섯 명의 멤버로 이뤄진 ‘칼라바'는 SBS의 ‘빅밴드’ 활동을 하는 멤버들 중 ‘7080 가요’를 즐기는 이들이 따로 모인 팀이다. 좋아하는 장르가 ‘7080 가요’이다 보니 멤버들 평균 연령도 훌쩍 올라가 대부분 지천명을 넘긴 나이.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뜨겁다. 정식으로 팀을 꾸려 활동한지는 2년이 됐다.
SBS 라디오센터 신지식(53세) 부장은 ‘칼라바’에서 퍼스트 기타를 맡고 있다. 팀의 이름을 ‘칼라바’로 정한 이유를 물으니 “모두들 방송일로 먹고사니 칼라바(화면조정)라는 콘셉트와 잘 맞아 그리 지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여 각자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밴드 팀 ‘칼라바’는 서로 다른 선명한 색의 조합으로 이뤄진 화면조정 ‘칼라바’와 많이 닮았다.
드럼의 신혁진(52세) 심의팀 차장은 스킨스쿠버,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로 사실 악기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저 ‘나 어떡해’라는 가요를 드럼으로 꼭 한번 치고 싶었다는 그는 “우연히 들른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배우기 시작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웃었다.
또 다른 멤버인 이영호(58세) 부장은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다. 그는 부드러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가죽 재킷을 빼입고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는 소위 ‘상남자’다. 이영호씨는 “밴드활동은 인생의 보람이자 큰 즐거움”이라며 “12년째 기타를 익히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진짜 음악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초청공연 앞두고 맹연습, 땀 흘린 만큼 실력도 ‘쑥쑥’
일을 하면서 꾸준히 취미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칼라바’ 역시 바쁜 일정 탓에 멤버가 바뀌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일상의 돌파구가 된 밴드활동을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건반을 맡은 연세대 윤은미 교수와 보컬의 개그맨 김학도씨를 영입한 이후 ‘칼라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밴드활동에 활력이 생기고 이곳저곳에서 공연요청을 받기 시작한 것. 그러다 보니 실력을 갖춘 밴드가 되기 위한 연습이 절실해졌다. 주 2회 진행하는 합주에 참가하며 호흡을 맞추고 개인 레슨도 열심히 받기 시작했다. 합주에는 ‘비전 드럼 실용음악 학원’의 강사들이 함께 참여해 고치고 익혀야 할 부분을 꼼꼼히 지도해준다.
지난 수요일 저녁 7시, SBS 지하 4층 밴드연습실. 다음 주에 있을 연천과 양주지역의 공연을 위한 ‘칼라바’의 합주가 한창이다. ‘사랑의 박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우서경’씨도 객원가수로 초대받아 합주에 참여했다. 연습시간은 두 시간. 신혁진씨는 드럼을 치는 내내 코앞에 대형 선풍기를 틀어놨음에도 땀을 비 오듯 흘렸다. 격렬한 동작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진 모습이 역력했지만 반복된 곡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 번 가자’고 호기롭게 주문했다.
비록 음악은 취미로 배우고 있지만 객석에 앉은 이들이 진심으로 환호할 수 있도록 완벽한 무대를 꾸미고 싶은 마음은 프로와 다르지 않다. 멤버들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정해진 연습시간을 훌쩍 넘겼고 부족한 시간을 아쉬워했다. ‘복면가왕’이라는 프로에서 뛰어난 모창과 노래실력을 자랑했던 김학도씨는 보컬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중간 중간 지친 멤버들을 웃음으로 위로하는 청량제 역할도 했다.
‘칼라바’ 멤버들의 개인 레슨과 합주를 지도하고 있는 ‘비전 드럼 실용음악 학원’의 이대원 원장은 “2년 전 밴드를 결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봐왔다”며 “그동안 멤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모이기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합주를 기다리며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더 감탄하게 된다”고 전했다.
퇴직 후의 삶, 음악으로 봉사활동 꿈꿔
‘칼라바’는 그동안 능곡초등학교 동창회 신년회에서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해왔다. 야유회에서는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밴드와 인연을 맺어 음악에 푹 빠져 사는 ‘칼라바’의 멤버들은 퇴직 후에도 밴드활동을 지속하며 재능기부로 봉사하길 원한다. 음향감독, 디지털 감독 등 다들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시설이 부족한 시골 어디를 가든지, 멀리 해외를 나가도 걱정이 없다.
문의: 비전드럼실용음악학원 이대원 원장(010-9346-5320)
신지식씨(53세, 퍼스트 기타)
라디오센터의 부장으로 일하면서 늘 소리 지르는 게 제 업무이지요. 작은 무대라도 경험하고 보니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답니다.
권태용씨(58세, 세컨드 기타)
3년 전부터 취미로 기타를 배우다가 밴드에 합류했습니다. 하루 30분이라도 꾸준히 연습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칼라바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국을 다니며 음악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이영호씨(58세, 베이스기타)
공연을 앞두고 시간을 쪼개가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칼라바에서 자주 만나다보니 형제만큼 진한 우정을 자랑하게 되는데요. 서로간의 호흡 역시 잘 맞아 연습시간이 즐겁습니다.
신혁진씨(52세, 드럼)
음악적인 재능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밴드 팀에서 탈퇴하려고도 했었지요. 동료들의 만류로 남았는데 앞으로 훨씬 많은 시간을 같이하며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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