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능화·다양화하는 돈세탁 수법

노숙자 명의·헌수표 이용하기

지역내일 2004-02-13
자금세탁의 무풍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검찰은 지난해부터 이른바 ‘검은돈’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정치인들과 재벌총수를 구속 수감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중이다. 1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차떼기로 거래하거나 헌수표를 이용 감시의 눈길을 벗어나려는 신종수법가지 등장했다. 또 최근 검찰수사결과,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재용씨가 노숙자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만들어 돈을 숨긴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차명계좌 통해 세탁= 지난 2000년 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90년대 검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이뤄지는 돈세탁 규모는 최소 54조원에서 최대 16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세탁 수법으로는 가·차명 계좌를 통한 금융거래가 전체의 21.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유령회사·전위회사를 통한 돈세탁, 매출전표 위조 및 장부조작을 통한 돈세탁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돈세탁 수법의 원형인 차명계좌를 통한 돈세탁은 제3자 명의의 가·차명 계좌를 이용해 실명을 숨기고 반복적인 분산예치·송금·출금을 하며 최종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현금화 한다는 특징이 있다. 박지원 전 장관에게 건네진 현대 측의 비자금은 이런 수법을 통해 김영완씨와 그 직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세탁된 것으로 드러났다.
돈세탁의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이 무기명채권이다. 지난 대선 직전 삼성측이 1000만원짜리와 500만원짜리 채권을 월간지 책 크기로 포장한 뒤 한나라당측에 전달한 국민주택채권은 무기명 채권이어서 추적이 불가능한 데다 현금보다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벼워 전환사채(CB) 등과 함께 돈세탁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다. 또 시중에서 일정액을 할인하면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

◆수표 바꿔치기= 지난 90년대 김홍업씨와 김현철씨는 전직 대통령 차남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수표 바꿔치기’라는 똑같은 돈세탁 수법을 사용해 이목을 끌었다.
홍업씨는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98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에 걸쳐 측근인 김병호씨를 통해 강모씨 등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 16개에 분산 예치한 다음 이를 다시 100만원권 자기앞 헌수표로 교환했고 세탁한 10만원권 헌수표로 또다시 바꿔 숨겨 놓았다. 그리고 현금으로 받은 돈은 50여개의 차명계좌에 나눠 입금했다가 필요로 할 때 수표로 찾아 쓴 것으로 드러나 혹시 있을 사정기관의 자금추적을 교묘하게 피하려 했다.
현철씨 역시 수법이 동일했다. 다만 홍업씨가 타인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 것과 달리 현철씨는 자신의 집사 역할을 담당했던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안기부 비밀계좌를 이용 돈세탁을 해온 것이 차이점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돈세탁 방식은 너무나도 똑같았다.
최근에는 금호그룹이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세탁했다. 금호그룹은 지난 대선 당시 서울 종로 일대 금은방에서 현금으로 헌 수표를 사들인 뒤 이 수표로 채권을 매입, 정치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세탁 수법 다양화= 자금세탁 방지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돈세탁 방법도 고도로 지능화 되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신용카드 불법 할인업자들이 노숙자 등의 명의로 인터넷 쇼핑몰을 차린 뒤, 급전이 필요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물품을 판매한 것처럼 꾸며 거액을 챙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자금세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형적인 불법 거래들조차 이제는 합법의 탈을 쓰고 버젓이 돈세탁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불법인 윤락을 전제로 한 선불금은 그 액수에 상관없이 갚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형사 상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윤락업주들은 아예 금융회사를 차려 합법적인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꾸민 뒤 업자들 상호간에 공공연히 자금세탁을 하고 있다.


/성기명 기자 mang2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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