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요리배우는 아저씨 이영식 씨

지역내일 2008-09-11
“저와 함께 요리 배우실 남성들 어서 오세요”

요리나 집안일을 하는 남자들이 언론을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세대일수록 이런 광경은 더욱 드문 일이다. 남자는 바깥일에 전념해야하고 주방에 남자가 들어가면 큰일 난다는 풍토가 암묵적으로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집안일에 동참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고 주말이면 가족의 요리사가 되기를 자청하는 아빠들도 있다.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요리강좌를 듣고 있는 이영식(문정동 · 61) 씨의 경우도 그렇다. 절대다수가 여성 수강생인 생활 요리반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청일점으로 요리 배우기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특별해 보였다.

내일을 위한 투자, 요리 배우기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9개월째 요리강좌를 듣고 있는 이영식 씨는 정년퇴직 후 관심 있었던 분야를 하나씩 접하던 중 요리를 배우게 됐다.

“지금까지 당연히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받기만 했었죠. 하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혹시 아내가 아프면 당장 밥 해먹는 것부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있으니까 나도 한 번씩 음식을 해서 부인을 챙기면 서로 좋을 듯해서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 어찌나 어색하고 쑥스러웠던지 몰라요. 모두들 여자들이겠거니 짐작을 하고 등록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남자들 보기가 어려울 줄 몰랐거든요.”

요리반에서는 보통 5명씩 팀을 이뤄 한 회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실습을 하고 친분을 유지한다. 처음 수업에 왔을 때 혼자 남자다보니 어떤 자리에 앉아야 될 지부터 고민이었다. 다행히 강사 선생님의 배려로 요리를 1년 이상 배워온 주부들과 한 팀이 되어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지금은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됐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이제 어디를 가도 쑥스럽고 어색한 것이 없다”면서 “요리를 배우면서 용기까지 충전된 듯하다”고 웃음 짓는다.

특히 이태리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이 씨는 퇴직 후 창업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만 하다 보니 집에서 그냥 시간을 보낼 나날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평소에 관심 있었던 것을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 있는 요리는 스테이크와 튀김
그는 요리를 배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집에서 자주 실력을 뽐내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아내가 차린 밥상을 받다보니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아내와 둘이 먹자고 재료를 챙겨 요리하는 일이 번거롭게 생각됐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찾아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배운 것들을 선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 씨는 “자신 있는 요리가 스테이크와 튀김 요리”라고 얘기했다. 얼마 전에는 탕수육을 직접 해 가족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아빠의 사랑이 들어간 음식이어서인지 아이들과 부인의 반응이 뜨거웠다.

“요리를 배우면서 재료를 고르는 요령부터 시작해서 손질방법, 칼질하는 법 등 기본적인 살림요령을 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비법은 좋은 재료와 양념, 불 조절에 있더군요.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불을 세게 틀어서 태우는 듯 구워야 육즙이 고기에 베어들어 썰어 먹을 때 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스테이크를 담을 때는 고기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 두꺼운 돌판을 이용하면 좋지요.”

요리는 계속 배울 생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태리 음식과 와인을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여자들이 주로 요리를 하지만 배우다보니 남자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에게 등산만 다니지 말고 요리를 배워보라고 자꾸 권하게 된다.

요리·일어 공부, 등산, 운동하며 바삐 살아요
그는 요리 강좌가 없는 날에는 일어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산을 오른다. 또, 골프와 테니스를 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일어를 배우는 이유는 퇴직하기 전에도 계속 해오던 것으로 계속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이다.

“사회 생활한다고 늘 바삐 살던 남자가 퇴직했다고 집에만 있으면 자신 뿐 아니라 아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당장 아내의 생활에 제약이 생기게 되니까요. 우리 집사람의 경우도 내가 요리를 배운다는 것보다 어쨌든 밖에 나가니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씨는 집 주변에 문화센터가 많이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이 된다. 배우려는 의욕만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화센터 강좌를 듣다보니 퇴직한 남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쉽더라”면서 “강좌를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다보니 더욱 남성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요리반에서 남자 동료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그는 “내가 신문에 나갔으니 나를 보고 퇴직한 남성들이 요리 배우러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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