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갈등 줄여준다는 성격매칭검사 받아보니

無대책 낙관주의, 지나친 외곬 이유 있었네

지역내일 2008-11-03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사춘기. 부모 역시 홍역 같은 과정을 지나왔지만 내 아이에게 찾아온 사춘기를 바라보는 마음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한 집에 살지만 세대가 다르고, ‘내 자식’이기 이전에 서로 다른 인격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사춘기 자녀로 인해 겪는 갈등에도 해결책은 있다는데. 우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친구와 함께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 메사’에서 시행하는 부모·자녀 성격매칭검사를 받아봤다.

검사를 받으러 가기 전 중학교 2학년인 딸 혜미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다. 사실 자신의 사춘기에서 절정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는 것.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노느라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가 선생님께 혼나고, 체육 시간에 슬쩍 빠져나와 교실에서 놀다 걸려 벌서고, 숙제 안 해가서 반성문도 썼노라”는 폭로! 내 자식을 가장 모르는 이가 부모라더니 아뿔싸 가슴이 덜컹 한다.
사춘기가 오면서 부쩍 말수가 줄어든 아이 때문에 답답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말끝마다 토를 다는 아이 때문에 화병이 생기는 부모도 있다.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간 친구 조서현(40·경기 성남시 수내동)은 평소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중학교 3학년 아들 규원이와의 대화가 힘겹단다. “어느 날부턴가 ‘책에서 봤는데 하루에 딱 3시간 자면 8시간 자는 것보다 생체리듬을 세 배로 느낄 수 있다며 밤에 잠을 안 잔다. 다음날 학교 가야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딱히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니 당연히 큰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 하기사 어디 이뿐인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공부는 뒷전이고 부쩍 외모에 신경 쓰며 서투른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은 부모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한때려니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가슴 답답한 것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이다.

서로의 성향 알면
불필요한 갈등 줄어

한국 메사에 도착해 정말 해법 찾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우선 궁금증부터 물어봤다. 김상원 연구원의 설명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는 해결 방안이 있지만 갈등이 안으로 쌓이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장점과 보완점들을 알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죠.”
부모라는 이름으로 엄격한 기준만을 세운 채 늘 아이들을 못 미더워하며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까 하는 고민보다 ‘나’와 ‘내 아이’의 내면을 먼저 아는 ‘지피지기’의 노력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와 나의 부모용 성격유형검사 결과 ‘호기심 많은 철학자형 부모’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 연구원은 “내적 관심도가 높고 미래지향적, 감성적이며 상상력이 높은 사람에게 많이 나오는 유형”이라며 “주부들에게는 흔치 않은 결과”라고 말한다. 좋은 얘기이긴 한데 어찌 보면 ‘현실 감각이 부족하고 아직 철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애정은 깊지만 쉽게 표현하지 않는 유형이고, 먼 미래만을 생각하다 당장 현실에서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단다. 김 연구원은 “이런 유형의 부모는 자녀 진로에 대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세우지 않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과학자’라는 원대한 목표는 세웠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중간고사를 잘 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행복한 엔터테이너 vs
인기 있는 현실주의자

아이들의 학습성향검사 결과도 나왔다. 결과가 궁금해 호기심에 가득 찬 혜미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다 근거 없는 얘기일 것’이라며 투덜대는 규원이. 상반된 아이들의 반응을 입증이라도 하듯 검사 결과는 아이들의 성격과 학습 태도를 제대로 짚어냈다.

● 행복한 엔터테이너 ‘혜미’
‘행복하게’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인 아이란다. 즐거운 일을 찾아다닐 정도로 외향적이며, 어떤 일에도 오랫동안 심각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 현실지향형. 친구가 부르면 열일 제쳐두고 나가고, 성적이 떨어져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늘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아이가 엄마 입장에는 늘 못마땅했는데 타고난 성격 때문이라는 말에 아이는 기세 등등이다.
교사가 개인적인 관심을 보여줄 때 학습 능률이 최고로 올라가는 유형으로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가 관건이란다. 어딜 가나 리더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를 보며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수긍할 만한 분석이다.
또 성격 때문에라도 앉아서 수업을 듣기보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소규모 그룹 과외가 효율적이란다. “아무리 친구가 좋더라도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시간을 활용하며, 계획을 세워 정해진 분량의 과제를 완수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들었다.

● 인기 있는 현실주의자 ‘규원’
내향적이며 현실지향적이고 논리 사고력이 높은 규원이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잘 맞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유형’으로 나왔다. 실용적인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이성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말에 규원이가 밝아지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인 규원이의 별명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규원이 엄마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건 좋지만 어떤 일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믿으려 하지 않고, 어떤 땐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를 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번 ‘최진실 씨 자살 사건’에 대해서도 아이는 악플 단 사람도 가해자이기 전에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는데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을 너무 냉철하게 말하는 모습이 염려스러워 한참을 티격태격했단다. 얘기를 들은 김 연구원은 “이런 성향의 아이에게는 엄마의 첫 반응이 반박이어선 안 된다”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먼저 충분히 듣고, 전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들려줘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생각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격 궁합 맞춰보니

● 한 배에 탄 두 명의 사공_ ‘동상이몽’ 혜미네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부모 자녀 간 ‘친밀도지수’가 매겨지고, 이에 따라 서로의 성격 조화를 알 수 있는 ‘성격매칭검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 모녀의 친밀도지수는 44점. 조화롭지 못한 성격을 지닌 ‘동상이몽’ 가족이란다.
안으로 파고들면 갈등이 왜 없었겠냐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위기는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44점이라는 낮은 지수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한국 메사 정미숙 이사는 “아이는 외행적 성향이 강하고, 엄마는 내성적 성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성향이 다른 가족이라 해도 나에게 없는 부분을 받아들여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위로(?)한다.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부모라는 잣대를 내세워 어떻게든 꺾어보려 했던 강압적인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지적이었다.

● 말없이 통한다, 우리는 조용한 관계_ ‘이심전심’ 규원이네
의외로 성격맞춤지수가 65점. 차이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은 ‘이심전심형’ 가족이란다. 비록 논리 사고적인 성향이 높은 아이와 감정 충동 경향이 짙은 엄마는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예술가가 만난 것처럼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모두 내향형의 성격이라 논쟁거리가 없는 날에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규원이 엄마는 “평소에는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하는 규원이에게 별로 불만이 없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논리와 감정의 대격돌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겠다”고 말한다.
정 이사는 “논쟁이 벌어질 때 ‘쓸데없는 생각을 했구나’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엄마 말이 맞아’라는 대화법보다 ‘규원이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엄마도 모르고 있는 걸 알고 있구나’처럼 아이 생각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효과적”이라며 “좋아하는 부분도 많이 일치하니 서로의 교집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시큰둥하던 규원이도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부분에 관심을 보였고, ‘자신이 모르고 있던 성향을 알게 됐다’고 한마디 한다.

한 번의 검사로 사춘기를 겪는 아이로 인한 엄마의 답답한 마음이 모두 해소될 리는 물론 만무하다. 하지만 연구원의 설명대로 서로가 정확히 어떤 성향인지 객관적으로 진단을 받으니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하면 어때’ 하던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격체’인 아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단초가 된 것만은 확실했다. 돌아오는 길, 친구도 “아이가 너무 외골수인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 성향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라니 엄마가 맞춰가야겠다”는데 어쩐지 규원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더 깊어진 듯했다.
정주연 리포터 missingu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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