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홍익아버지요리학교

아버지가 요리하는 ‘즐거운 삶 행복한 가정’

지역내일 2009-07-03 (수정 2009-07-03 오후 12:38:20)
“아버지가 요리를 한다고?” 요리사인 아버지는 집에서는 절대 요리를 하지 않고, 보통 아버지는 부엌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는데 어찌 된 일일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버지가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하는 모습은 그리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특히, 40~50대 가장에게는 더욱 낯선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아버지가 요리하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선 것이 바로 ‘홍익아버지요리학교’다. 처음에는 초롬터 김선희 사장이 기획하고 시행했으나, 이제는 홍익교회에서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두 번 여는 행사로, 지난 달부터 5기 아버지요리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아내를 이해하고, 자녀와 소통하는 시간
그렇다면 아버지요리학교는 어떤 계기로 시작됐을까. 첫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홍익교회에서 시행한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홍익교회는 3년 전 100명에게 10만원씩 나눠주고, ‘지역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주었다. 어떤 이는 페인트를 사서 초등학교의 울타리를 색칠하고, 어떤 이는 과일을 사서 잼을 만들어 팔아 더 많은 돈을 불우 이웃에게 기증하기도 하는 등, 10만원으로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각자 찾는 것이었다.
그 중 퓨전한정식 초롬터를 경영하는 김선희씨가 37년 요리 경력을 살려 아버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김씨는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바자회를 열어 모은 수익금으로 요리 기자재를 구입하면서 아버지요리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일본 방송에서 퇴직한 남편들이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고, 요리로 가족들과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2기까지 운영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홍익교회의 김은학 목사님이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면서 교회 프로젝트로 전환했다”고 설명한다.
3기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를 원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익교회 김은학 목사는 “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아버지학교의 목적이 가족간의 관계 회복에 있다면, 아버지요리학교는 회복된 관계를 보다 화목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아버지요리학교는 아버지들이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아내를 이해하고, 자녀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버지요리학교에 나오는 학생 중 두세 명 외에는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들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잡는 방법부터 가르쳐야하는 고난이도(?)의 수업이지만, 모두 즐겁고 뿌듯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매주 다른 주제로 ‘화목한 가정’에 다가가다
아버지요리학교는 4주 교육으로 구성, 매주 다른 테마를 가지고 요리한다. 5기의 첫 번째 시간은 칼 잡는 법, 써는 법, 청결 위생 등 요리의 기초를 배우고 회덮밥을 만들었다. 김 목사는 “회덮밥은 먹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간단한 음식이지만,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갖가지 채소를 채로 썰어야 하는데 결과물은 깍두기가 되기도 하고, 상추는 다 찢어지는 등 쉽지 않은 요리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시간에는 자녀를 위한 ‘햄에그샌드위치’를 만들어, 자녀에게 선물하는 것을 이벤트를 진행했다. 10살, 8살 자녀를 둔 최원석(43)씨는 “샌드위치를 여러 개 준비해 갔음에도 모자를 정도로 아이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여줘,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고 말한다.
세 번째 시간은 반찬을 직접 만들어 주변의 어려운 가정에 배달하는 ‘봉사의 날’이다. 이는 아버지요리학교가 끝나도 2주에 한 번씩 아버지요리학교팀과 홍익교회의 이웃사랑팀이 번갈아가면서 반찬을 요리하고 배달한다. 김씨는 “반찬 봉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지난 아버지요리학교에서 직접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해, 스파게티 요리를 해 즐겁게 나눠먹은 것을 기회로 삼아서, 사회를 향한 봉사 역시 가정의 올바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네 번째 시간은 아내를 위한 디너파티를 준비한다. 남편이 직접 초대장을 만들어 아내를 초청해, 남편이 요리하고 서빙하면서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줄곧 아내가 준비해준 식사를 했던 남편들은 아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아내에게 고마움도 느끼고, 아내 역시 남편의 요리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시간이다. 박종덕(45) 씨의 아내 이정순(43)씨는 “이때는 부부간의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남편이 건네준 편지를 읽고 우는 아내도 있다”며, “단순히 요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부부 관계가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버지들의 진지하고 뿌듯한 요리 시간
리포터가 방문한 때는 세 번째 시간으로,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날이었다. 반찬 품목은 장조림, 계란말이, 김치인데, 아버지들이 준비할 것은 야채계란말이다. 조리 테이블에는 계란과 당근, 깻잎, 홍고추, 김 등이 준비됐고, 계란말이에 넣을 수 있도록 썰었다. 아버지들이 계란을 깨서 섞는 것부터 프라이팬을 가열하고 식용유를 바르는 것까지 요리 선생님의 설명을 조심스럽게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뒤집개 하나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모습에서 세심한 부성이 느껴졌고, 채소를 올리고 계란을 말 때 들리는 탄성과 환호성들은 흡사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시켜 유쾌하기까지 했다. 계란말이를 몇 번 반복하면서 나름 터득한 방법을 곁에 있는 다른 아버지에게 전수해주면서 즐거운 요리 시간은 끝났다. 이날은 봉사하는 날이어서 우리희망복지센터의 송선숙 사회복지사도 참여해 자원봉사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배우는 기회가 주어졌다.
요리 시간 틈틈이 아버지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들 요리 시간이 즐겁고 유쾌해보였다.
이상철(41)씨는 “요리를 해보니 무엇보다 서서 요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매일 세끼를 종종 걸음치며 서서 요리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20대 자녀를 둔 이철주(50)씨는 “라면 정도만 끓여먹는 게 요리의 전부였지만, 아버지요리학교를 통해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내 이정순(43)씨는 “1기부터 아버지요리학교의 아버지들을 보고 있는데, 교육을 통해 아버지들의 부드러움이 배어나온다”며, “아내들은 남편들이 아내와 자녀,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계속 칭찬해주면 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마지막 수업인, 아내를 위한 만찬이 남았다. 5기에서는 어떤 감격적인 모습이 연출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아버지들이 준비한 아내와의 만찬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보다 행복하고 화목해지기를 바란다.
김영미 리포터 ymnkt75@naver.com
사진제공 홍익교회

[미니 인터뷰] 아버지요리학교 교육팀장 김선희씨

아버지요리학교를 기획하고, 아버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김선희씨. 한정식집의 사장이고, 요리사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다른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가 항상 요리를 가르치면서 하는 이야기는 아내와 가족에 대한 감사함이다. 김씨 역시 아버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전형이었지만, 이제는 두 딸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다정스런 아빠로 탈바꿈했기 때문. 이제는 그가 다른 가정의 화목을 만드는 전도사가 돼, 즐거운 마음으로 아버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요리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40~50대 아버지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는 것은 가족과의 상호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기뻐요. 아버지들은 처음 요리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요리를 통해 다정하고 따뜻한 아빠, 남편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김영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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