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수화동아리 ‘솔모루’

“작은 손짓 하나로 마음까지 표현해요”

지역내일 2009-07-15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방배동에 있는 까리따스 복지관에서는 ‘조용한’ 모임이 열린다. 분명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여러 명인데 큰 강당에는 적막만이 감돌뿐이다. 굳이 어떤 소리를 찾는다면 사람들의 분주한 손놀림 때문에 생기는 손이 스치는 소리 정도. 이 모임은 다름 아닌 수화동아리 ‘솔모루’이다.

연령도 성별도 다양한 회원들
‘솔모루’라는 이름은 소나무의 ‘솔’과 어떤 형태의 쇳덩이든지 견고하게 받쳐주는 대장간의 받침 쇳덩이인 ‘모루’의 합성어이다. 즉 수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늘 푸르고 한결같이 지켜나가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방배 까리따스 복지관의 수화교실을 중급까지 수료한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동아리이다. 199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1살이 됐다.
솔모루에는 현재 2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데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수화를 사랑하고 늘 청각장애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한 가지이다. 같은 마음으로 모이다보니 각종 활동에 있어서도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인다. 지난해에는 명동성당에서 열렸던 수화 사랑대축제와 메트로 예술무대 등에서 공연했으며, 청각장애인과 관련된 행사가 있으면 통역 등의 자원봉사자로 회원 개개인이 참여하기도 한다.
봉사활동 이외에도 친목 도모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0주년 기념 일일 호프를 개최했으며 해마다 무언의 등반, 체육대회, 문화체험 등의 자체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회원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다채로운 친목 활동 덕분인지 솔모루 활동을 하면서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이 적지 않다.

또 다른 언어, 또 다른 문화
이들에게 수화는 어떤 의미일까.
홍성민 회원은 “청각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라 그냥 농아인”이라며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소수민족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알기 힘들었던 그들만의 ‘농문화’를 접하고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지인을 통해 솔모루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최지경 회원은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가 있어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보람도 있고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한다.
“수화 통역사가 돼서 농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들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과 수화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겁고 좋아합니다.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더 큰 도움을 주는 것이 꿈이에요.”

농아인 일반인 함께 활동해
솔모루에는 일반인과 농아인 회원의 비율이 4대1 정도이다. 이렇게 함께 활동하는 가운데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격려하게 됐단다. 농아인 회원 방미라 씨는 “어린 시절에는 구화(입 모양을 읽어서 뜻을 파악하는 화법)만 배워서 수화를 잘못했는데 솔모루에서 활동하면서 수화가 많이 늘었다”며 “농아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도 MT, 체육대회, 래프팅 등 여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정윤 농아인 회원은 “농식 수화가 어려워서 배우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농아인과 수화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돼서 보람이 있다”고 밝혔다.
장은정 홍보부장은 “솔모루 모임을 통해서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때가 많다”며 “작은 눈빛, 얼굴 표정, 손가락 한마디 한마디의 움직임으로도 수 십 수 백 가지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수화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수 리포터 choyouns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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