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

파주 대원초등학교 옥 흠 교사

아이들이 생명을 존엄하게 대하도록 가르칩니다

지역내일 2009-07-17

교실 창가에 둔 강낭콩 화분에 초록 잎이 무성해지는 7월. 잎 사이로 드디어 작은 강낭콩이 보여요. 그 사건(?)을 축하하기 위해 파주 대원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강낭콩음악회’가 열렸답니다. 아이들이 모듬별로 저마다 노래에 맞추어 춤을 만들고 발표를 합니다. 까르르~ 쏟아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에 강낭콩은 더 열심히 자라납니다. ‘강낭콩음악회’가 열린 4학년 1반 담임교사는 옥 흠 선생님입니다.

아이들 살리는 교육철학이 가장 중요
대원초등학교 옥 흠(47) 교사는 어릴 적 꿈이 ‘선생님’이었다. 올해로 정식 교직 경력 19년. 아이들과 노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고교 시절부터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사범대 특수교육학과를 나와 청각장애인 아이들과 10년간 함께 했다. 이후 초등학교로 옮겨 고양시 파주시 등에서 9년째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반복적으로 음악을 들려주면 음악만 들려줘도 개가 침을 흘립니다. 책 한 권 읽으면 스티커 붙여주고, 점수 높으면 상 주고, 아이들이 ‘시험 잘 보면 OO 사줘요~’ 하는 말을 하는 것도 이처럼 보상체계를 염두에 둔 심리학자 스키너의 ‘행동주의’ 교육철학이 깔려있는 겁니다. 저는 반대로 아이들을 수단적 존재가 아닌 목적적 존재로 보는 ‘구성주의’ 교육철학을 제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이들 개개인의 존엄성, 생명성을 살리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자신도 한 때는 효율성을 따지고, 아이들을 경쟁시키는 행동주의 철학의 신봉자였다고 고백한다. 그가 교사생활 10년 차 쯤 캐나다에 갔을 때였다. 벌레 한 마리를 손바닥에 놓고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아름답다’ ‘멋있다’ ‘예쁘다’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해왔던 교육이 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이민을 가려고 했었는데, 그 충격으로 귀국해서 생명환경교육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아이들과 모든 생명을 더 존엄하게 대하는 철학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침독서와 시 암송, 생태나들이 수업
독서록 검사도 하지 않고, 책 읽으면 스티커도 주지 않는데 4학년 1반 아이들이 책과 너무 친해지는 이유는 뭘까? 옥 흠 교사는 매일 아침 30분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밥떼기죽떼기>, <몽실언니>(권정생 저) 등 1년이면 장편 20권 정도를 읽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학교도서관에서 수업을 하면서 단원에 맞게 필요한 책을 아이들이 직접 찾아보게 한다.
“옥 흠 쌤 제자라면 전래시 20개 외워봐~”라고 할 정도로 옥 흠 교사는 시를 재미있게 가르친다. 칠판에 전래시 20편을 붙여놓고 ‘몸으로, 만화로, 노래로, 편지로, 시어 바꾸기로’ 시의 맛을 느끼게 만든다고.
그는 “살아있는 글쓰기도 곧 생명교육”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을 마치고 들어와 곧바로 일기장을 꺼내 있었던 일을 쓰라고 하면 ‘공 받아~’ ‘피해~’ ‘와 이겼다’와 같은 생생하고 느낌이 살아있는 글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의 일기에 꼭꼭 댓글을 길게 적어 소통과 생활지도를 하고 있는 옥 흠 교사. 벌써 9년째, 해마다 아이들의 글을 모은 학급문집을 만들어 학년이 끝날 때 아이들 손에 한 권씩 나눠주고 있다.
4학년 1반 교실 뒤에는 ‘비비디바비디부’라는 큰 글씨가 예쁘게 색종이로 만들어져 붙어있다. 올 해의 학급문집 제목이자 4학년 1반의 다음카페 이름이다. 지난해 옥 흠 교사의 반은 ‘논두렁의 기러기들’, 재작년은 ‘느티나무와 까치집’이었다. 그렇게 해마다 고유한 이름들로 추억과 정보를 모아둔 학급카페도 학급문집과 똑같이 9개가 있다.
“제 이름은 언제나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한자로 ‘공경할 흠’자라서 세상을 공경하게 만들고, 옥에 흠이 나서 ‘옥의 티’니까 늘 부족한 제 모습과 같지요. 제가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은 ‘친절한 선생님, 공평한 선생님’이라는 말입니다.”
옥 흠 교사가 입은 윗옷에는 강과 산으로 이미지화된 ‘그대로 두어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정경화 리포터 71kh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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