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작가 김미혜씨에게 배우는 ‘꽃 차’

“따뜻한 물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어요”

지역내일 2009-10-15 (수정 2009-10-15 오후 5:38:39)
“풀꽃과 실컷 놀면서 동시를 쓴다”고 말하는 아동작가 김미혜. 그는 틈만 나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풀꽃과 벌레를 만난다. 꽃과 곤충을 카메라에 담는 즐거움에 종아리에 빨간 줄이 생기는 것도 모른다. 그 곳에서 만난 작은 작은 풀꽃 하나, 꼼지락 거리는 곤충 한 마리는 언젠가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직접 겪은 소박한 기쁨이 담긴 글로 꽃과 곤충을 이야기하는 그의 생활 속 꽃 이야기를 들어보자.

예쁜 꽃들이 향긋한 꽃차로
“예쁜 꽃을 보면 자꾸만 꽃 욕심이 생긴다”는 김미혜 작가의 꽃 사랑은 ‘꽃차 마시기’로 이어진다. 곱게 피어 있는 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매화 복숭아꽃 산수유꽃 탱자꽃 찔레꽃 으름꽃 앵두꽃 감꽃 수선화 개불알꽃 등. 그의 손이 거치면 어떤 꽃이든 예쁜 꽃차로 다시 태어난다.
꽃차 재료는 지천에 널려있다. 등산길에 만난 대나무꽃 한 잎도, 아들이 보고 싶어 찾아간 학교 기숙사 동산에서 만난 매화꽃 한 송이도 모두 훌륭한 꽃차 재료다. “한 번은 전화통화를 마치고 손에 커피 잔을 든 채 집 밖으로 나가서 감꽃을 주웠어요.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컵에 감꽃을 하나 가득 담아 들어왔죠. 신선한 감꽃차를 한 잔 만들어 마시고, 나머지는 깨끗하게 씻어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오래오래 감꽃차를 음미했습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꽃차인 만큼 마시는 방법도 편하고 자유스럽다. 김 작가는 “꽃차를 마시며 자연과 자유를 만난다”고 말한다. 자연과 자유를 만나는 데는 특별한 다기(茶器)도 형식도 필요 없다. 꽃 향이 우러날 수 있는 따뜻한 물과 컵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야외에 나갈 때는 되도록 작은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가지고 나갑니다. 산이나 들에서 만난 꽃 한 송이를 물에 헹구어서 따뜻한 물이 담긴 컵에 담아서 마시면 됩니다. 향이 있으면 있는 대로 향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 꽃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마음으로 눈으로 마시는 거죠. 사람이 많을 때는 흰 종이컵에 담아서 마시며 자연과 자유를 나눕니다.”
어느 날은 ‘시회(詩會)’를 연다고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모과나무 아래 앉아 모과꽃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는 그. 아이들과의 ‘꽃차 나눔’은 아이들을 향한 ‘인격 나누기’의 또 다른 표현법이라 설명한다.

창문과 테이블에 꽃이 피다
그의 손을 거친 꽃은 테이블과 커튼에서도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거실 테이블 유리 아래 꽃들이 깔끔한 모양으로 눌려있다. 여러 가지 생화를 그대로 유리 밑에 깔아 자연스럽게 ‘압화’가 된 것. 맑은 유리 아래로 보이는 분꽃, 마가렛, 아이리스 등의 꽃들이 한 폭의 꽃 그림이다. “꽃 모양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꽃잎을 피고 위치를 정해서 정렬해 놓은 뒤 유리를 얹습니다. 완전히 마른꽃잎을 넣어도 좋지만, 큰 꽃의 경우 적당히 수분이 마른 후에 넣어도 괜찮습니다. 덜 마른 꽃을 넣었을 때는 유리를 얹은 뒤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꽃잎이 찢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지에 꽃을 붙여 ‘꽃 발’도 만들었다. 흰색 한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뒤, 책갈피에 꽃아 바짝 말린 예쁜 꽃잎들을 붙여 커튼 대신 거실과 방문에 걸어 놓았다. 작은 창문에는 간격을 좁게, 거실 같은 큰 창문에는 간격을 넓게 자른다. 한지 특유의 질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유자빛 햇살과 색색의 꽃잎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꽃잎은 책갈피에서 형태가 반듯하게 마른 것으로 잘 붙여야 오래간다. 바람에 흔들리며 꽃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발에는 그때그때 새로운 꽃잎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한지에는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꽃잎과 함께 짧은 글을 적어 넣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소품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직접 만든 마른 꽃잎차들도 병에 담아 놓으면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잘 말린 색색의 꽃들을 투명 유리병에 담아 놓으면 꽃 모양과 색을 사계절 즐길 수 있다. 말리는 것이 번거로우면 찬 물에 헹궈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다. 여름에 꽃차를 마실 때는 꽃얼음을 만들어서 냉꽃차를 마셔도 색다르다. “얼음 얼리는 용기에 물을 붓고 칸칸마다 꽃잎 한 개씩을 띄워 얼리면 예쁜 꽃얼음이 됩니다. 매화차에 매화꽃얼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은 차마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술이에요.”
감잎이나 쑥꽃잎, 뽕잎으로 마른꽃차를 만들어 지인들과 나누기도 한다. “제주도 올레길 여행에서 얻은 감잎으로 감잎차를 만든 적이 있어요.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냥 씻고 데치고 말리면 되요. 전에 마시던 감잎차 모양과 빛깔 향이 그럭저럭 나더라고요. 모양이 좀 엉성하면 어때요. 내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차인걸요.”
박미혜 리포터 choice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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