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31

밝은아침간호센터 홍금덕 원장

노인들의 밝은 웃음에 오히려 힘을 얻어요

지역내일 2009-10-23 (수정 2009-10-23 오후 2:08:13)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할 때면 늘 감동을 느낀다. 신문방송에서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대하면서 때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 몸의 고달픔을 먼저 헤아리고 몸을 사리게 되는 이기심 때문에. “천직이 되려고 그랬는지, 처음부터 노인들이 아기들보다 더 예뻤다”는 성석동 너싱홈 ‘밝은아침간호센터’ 홍금덕 원장(51)은 이런 이기심을 더욱 더 부끄럽게 만든 사람이다.

영문학을 꿈꾸던 소녀, 간호사가 되다
폼나게(?)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홍금덕 원장을 간호사로 이끈 것은 어머니. 결혼 후에도 전문직업인으로 당당하게 살기 바랐던 친정어머니의 뜻을 쫒아 당시 외국취업의 길도 넓고 전망이 밝았던 간호대학으로 진학했다. 천직이었는지 졸업 후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들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는 그는 환자들이 여러 번 프러포즈를 할 정도로 정 많고 인기 많은 간호사였다. 그런 그가 고양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7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 과정 중 덕양구보건소와 연세대학원 보건대학원이 정신보건사업 위탁운영협약을 맺으면서.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고양시정신보건센터 개소를 위한 정신보건사업 개발에 합류한 그는 3년 여 그 준비과정에 열정을 쏟았다. “누가 억지로 시켰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이란 그는 환자들이 방문상담을 통해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에 신이 나 더 많이 가정방문을 하기 위해 운전을 배웠을 정도. 그것이 단초가 돼 연세대학교 정신보건 간호사 전문과정과 노인치료 상담과정을 수료한 그는 선진복지국가의 사례를 공부하면서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너싱홈’을 개소했다.

혐오시설이라는 편견 딛고 고양시 최초의 너싱홈 열다
2000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시기라 ‘너싱홈’이란 용어 자체도 생소하던 때, 고양시 최초의 너싱홈 ‘밝은아침간호센터’를 개소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노인들을 간호하기 위한 그의 바람은 혐오시설이라는 편견에 부딪혀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 허가를 얻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딛고 ‘밝은아침간호센터’ 문을 열었지만, 2층은 전세를 줘야 할 정도로 경제적인 여건도 충분치 못했다.
“그 때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우리식구가 1층 주방에서 자면서 치매 할머니 2~3분과 함께 살았어요. 대견하게도 우리 애들이 할머니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잘 따르고 제 손이 부족할 땐 대신 돌봐드리기도 하고, 남편이 퇴근하면 할머니들과 함께 산책도 나가는 등 한 식구나 다름없이 지내 정도 많이 들었지요.”
너싱홈이란 개념이 생소한데다, 당시만 해도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다는 것이 큰 불효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오히려 더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단다.
처음엔 “할머니들이 아기보다 더 예쁘다”는 그의 말에 솔직히 ‘진심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많이 봐왔던 듯 “이렇게 말하면 다들 가식이라고 하더군요”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수발을 하다보면 냄새나는 뒤처리를 해야 할 일도 부지기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는 “냄새가 나고 더럽다고 느끼는 순간 이 일은 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럽고 힘들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힘든 노동이 되고 그렇게 되면 측은지심이나 사랑이 아닌 의무로 하기 때문에 그때는 이 일을 그만두라”고 한단다. 다른 것은 다 그냥 넘겨도 “내 아이들이 남에게 야단맞는 것을 볼 때처럼” 노인들을 홀대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그런데 그가 뜻밖의 고백을 한다. “제가 센터를 하니 나중에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간병은 걱정할 것 없겠다고 하는데, 그건 솔직히 자신 없어요. 사심없이 그냥 어여쁘기만 한 노인들과는 또 다를 것 같거든요.(웃음)” 이런 빈틈이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은가.

가식이라면 금방 손들었을 일,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이 고맙다
처음 할머니 2~3분과 함께 했던 ‘밝은아침’은 “환자 침상 옆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한 간호이며 특히 치매환자는 절대 가두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눈을 바라보고 손을 잡아주고 단 10분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케어기버(Care-Giver)가 중요하다”는 그의 진정성이 전해지면서 함께하는 식구들도 늘었다. 가족들도 1층 주방에서 2층으로 옮겼을 뿐 노인들의 손자가 되어주고 남편은 퇴근 후 이곳저곳 수리하고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 주었다. 뿐인가. 불시에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로 뛰어가야 하는 노인들 때문에 날밤을 새울 때도 함께 걱정해주는 가족들은 그에게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다. 지금은 파주로 생활터전을 옮겼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지금도 수시로 달려올 정도로 변함이 없다.

유치원과 정신장애인, 노인들이 함께 하는 ‘정신장애 그룹 홈’이 꿈
최근 노인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시설만 보고 대형노인요양병원을 선호해 그의 너싱홈은 최근 위기다. 이왕 하는 것 시설확충도 하고 대형화해서 돈도 많이 벌면 좋지 않으냐는 주위의 유혹도 많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환자들에겐 기계가 아닌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그들의 재활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최근 일본에서 시범 운영돼 좋은 효과를 얻고 있는 ‘정신장애 그룹 홈’, 유치원과 정신장애인, 노인들이 함께 하는 그룹 홈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나누는 복합복지시스템이다. 인터뷰가 끝나자 “산책시간”이라며 할머니와 함께 앞마당으로 나가는 그의 어깨 너머로 아이들과 노인들 속에서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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