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양문화재단 조석준 대표

“어울림누리·아람누리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

지역내일 2009-11-27
고양문화재단 조석준(56)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국내 공연기획 전문가로 통하는 조 대표는 지난 2008년, 당시 내부우환에 시달리던 고양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조직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고양문화재단 내홍 끝에 대표직에 올랐고 1년 6개월만에 대통령상까지 받은 것이니, 고양문화재단을 궤도에 올려 놓았다, 인정받은 것이겠지요. 남다른 소회가 있을 듯합니다.
“상을 받는 순간, 대학 연극영화과 재학시절부터 시작해서 30년 넘게 걸어온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결실을 맺었다기보다는 뭐랄까,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할까요? 공연기획자로는 문화예술상을 처음 받는 것이어서 뜻깊고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또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재단 정상화를 위해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도 무척 고마웠습니다.”

지난 2004년 1월 공식 출범한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시 지역예술인과 예술 단체를 발굴하고 시민들의 문화복지 구현을 위해 설립됐다. 그해 9월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어울림누리’와 2007년 5월 개관한 전문공연 극장 ‘아람누리’ 등 두 개의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조석준 대표는 전임자가 잇따른 구설수와 잡음으로 중도하차 하면서 제3대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내부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자”며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갔다. 재단을 정상화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정에도 회의를 소집하는 날이 많았다. 직원들은 새 대표를 믿고 따랐다. 어쩌면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정점이랄 수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은 조 대표가 그 누구보다도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자정에 회의 소집이요? 직원들 불만이 많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랬을 겁니다. 저는 공연기획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허드렛일부터 했지요. 내가 하기 싫었던 일은 역시 직원들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하게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 직원들이 항상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대표가 되자마자 제가 할 일이었죠.”

그렇게 해서 고양문화재단의 젊은 공연 기획자들은 스스로 TF팀을 꾸려 ‘2015 중장기 계획’을 만들었다. 2015년에는 서울과 지방 사이에 문화적 균형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고양문화재단, 어울림누리, 아람누리와 함께 성장할 젊은 문화인들의 열정이 어떻게 꽃을 피우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고양시는 어울림누리, 아람누리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대형 공연장이 있습니다. 헌데 그 ‘품격’은 예술의전당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요.(웃음) 혹자들은 왜 예술의전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예술의전당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느냐고 합니다. 헌데 생각해 보세요. 예술의전당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데 걸린 시간이 20년입니다. 아람누리는 이제 2년이고요. 2살짜리 어린 아기와 20살 청년의 경주, 그걸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양문화재단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이 20년 걸렸다면 우리는 10년 안에 따라 잡자고요. 그래서 내년부터 호텔경영기법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이용자 원칙에 의해서 운영하는 것이죠. 편리함, 안락함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계속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내년이면 공연장을 찾는 분들이 놀라워 할 정도로 변모하게 될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고양시를 문화의 도시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만, 정작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두 공연장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문턱이 높다는 불만,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일류 극장이면 그에 걸맞는 일류 무대를 올리기 위해서처음에는 문턱이 좀 높아야 합니다. 일류 극장, 일류 무대를 만든 후에 문턱을 낮춰도 늦지 않으니까요. 지역 예술단체에 일류 무대에 서고 싶은가, 삼류 무대에 서고 싶은가 물었습니다. 다들 일류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일류 극장, 일류 무대를 만들어 놓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요. 처음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는 명분으로 학예회 이런 거 하게 되면 삼류 극장 되는 건 불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기다려줬던 거고요. 이제 일류 극장으로 만들어 놨으니 지역 예술가들에게도, 주민들에게도 대폭 개방하게 될 것입니다.”

지역문화 예술인의 협조와 도움 없이는 고양문화재단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고 강조하는 조 대표. 그는 지역예술인과 호흡을 같이하는 고양 예술인 페스티벌과 국내 전문합창단이 참여한 전국 규모의 고양합창페스티벌도 성공적으로 개최 한 바 있다. 또 지역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제작비까지 지원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의미있는 문화복지 프로그램도 있다. ‘5% 객석 나눔 캠페인’이 그것인데, 문화를 향유하기 힘든 청소년과 주민을 공연과 전시회에 꾸준히 초청해 오고 있다.
이 밖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강좌를 개설해 어울림누리와 아람누리가 다양한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양시는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진짜’ 문화예술의 도시입니다. 수준 높은 무대를 올릴 전용극장을 2곳이나 갖고 있으니까요. 고양시민이라면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이 공연장의 ‘수준’은 시민들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예술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답게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죠. 이걸 어떻게 지키느냐. 우리 동네에 근사한 공연장이 있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관람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참여해서, 직접 봐주십사 하는 것이죠. 관심과 애정만 갖고는 안 됩니다. 직접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 되는 것은 칭찬하고 잘 못 된 것은 따끔하게 질책해주십시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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