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변호사 컬럼3

자필증서의 효력, 주소를 안 썼다고 무효라니

지역내일 2009-12-05
자필증서의 효력, 주소를 안 썼다고 무효라니

몇 년전 사무실로 찾아온 한 중년 남성과 상담했던 이야기다.
그는 6남매 중의 막내인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되신 아버지 문제로 형제들과 한바탕 하고나서 홧김에 자기가 모시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무려 10년 가까이 아버지를 모시면서 힘든 병수발까지 도맡게 되었다.
형제 중에는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도 있었고, 또 다른 형제들은 치매가 있는 아버지가 그리 달갑지 않았던 터라 돌아가실 때까지 전혀 찾아오지도 않았다.
어느 날 정신이 돌아온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일한 재산인 점포 하나를 그에게 물려주겠다며 유서를 써주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형제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상속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아버지의 유서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아버지를 오랜 동안 모셨고 아버지 뜻도 그러하니 점포를 자신이 상속하겠다고 말했다. 형제들 모두 그의 말에 수긍하면서 돌아갔지만,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둘째 형이 유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 왔다.
그 날 그가 보여준 유언장을 보고 나는 너무나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을 읽어 보면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아버지는 진정으로 그에게 자신의 점포를 물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유언장의 제목, 전문, 날짜, 그리고 유언자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곱게 접은 다음 봉투에 넣고 봉투에도 유언장이라고 쓰고 도장도 찍었지만, 정작 유언장에 자신의 주소를 쓰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남도 아닌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자신의 주소를 쓴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민법에서는 자필증서가 유언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려면 유언자가 그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판례는 이러한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하나라도 빠뜨리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위 남성이 가지고 있는 유언장은 주소가 쓰여 있지 않아 효력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법률상으로는 유언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므로 형제들과 상속재산을 나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돌아서는 그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였지만 법은 법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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