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동아리

세원고등학교 연극부 ‘제1막’

지역내일 2009-12-18 (수정 2009-12-18 오후 12:12:38)


16세기 극작가 세익스피어가 남긴 것은 ‘4대 비극’만이 아니다. ‘올 라이프(all life), 만능열쇠’ 같은 격언도 남겼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 우리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다’라는 말.
세원고등학교의 연극부 ‘제1막’도 10년간 한 편의 연극 같은 세월을 보냈다. 지금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화·연극동아리로, 각종 경연대회와 대학 입시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이것은 그들이 ‘겁 없이’ 도전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결과다. 열정 넘치는 연극인들, 세원고 ‘제1막’을 만나보았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평일 오후 7시, 고등학생이라면 학교에서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거나 학원에서 강의를 들을 시간. 세원고 ‘제1막’은 연습이 한창이다. 연습실은 두 군데다. 학교 내 연극부 연습실에서는 남학생들이 한국무용 연습을, 학교 밖 소극장 ‘기적’에서는 세원고 외 타학교 학생들이 색다른 연극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무용 연습은 쉼 없이 껑충껑충 뛰면서 몸을 반으로 접는 동작을 연거푸 하고 있었는데, 10대 건장한 남학생들이 금새 녹초가 되어 나가떨어졌다.
반면 소극장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연극 연습은 어린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운 과제를 심어준 듯 했다.
흔히 연극부는 대사를 외우며 연기 연습하는 것이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만, 세원고 연극부의 프로그램은 남다르다. 학교 연극 동아리라 하기에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
송병필 지도교사는 “10대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유연하고 자신감 있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데, 그것은 연기연습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연극 연출자다. 그래서 평소에 기초연기, 입시연기 뿐 아니라, 한국무용, 현대무용, 풍물·난타, 성악, 체조 등을 방과 후에 교육하고 있다.
다행히 경기도와 고양시의 특기적성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강사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렇게 배운 것은 난타공연, 무용대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자기 안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동시에 무대에 서는 자신감을 얻는다. 대학입시 실기 시험에서 이러한 연습과 실전경험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제1막이 오르기까지
세원고에 연극부가 생긴 것은 1999년이다. 개교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극을 기획한 것이 시작이었다. 국어 교사 송병필씨가 연출을 맡고, 끼 있는 아이들을 모았다. 당시 ‘불타는 별들’이라는 청소년 연극을 공연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바로 해체될 팀이 마침 고양시 연극 대회가 바로 이어지는 바람에 우연히 출전했다가 1등을 차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방 연극대회에 나갔다가 또 3등을 했다. 잇따른 수상에 자신감을 얻은 교사와 학생들이 내친 김에 ‘동아리 결성’까지 해 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불타는 별들’을 어느 여학교 학생들이 한다는 것을 알고 ‘설마 우리보다 잘하랴’ 확인하러 가게 되었다.
그 결과, 같은 배역, 같은 대사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이토록 달라질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그 경험이 10대 학생들의 패기와 30대 교사의 오기에 불을 당겼다. 연습실이 없어서 교내 운동장, 음악실, 강당 등을 옮겨 다니며 연극 연습을 하고, ‘공부에 도움 안 되는 동아리에 시간을 뺏긴다’고 눈총도 받았지만 매년 ‘제1막’은 어김없이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했던 연극을 보면 <데스데이>, <변방의 우짖는 새>, <시련>, <에쿠우스>, <영원한 사랑 춘향이>, <맹진사댁 경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리투아니아>, <오장군의 발톱>, <기적의 사람> 등이 있는데, 청소년 연극의 한계를 넓혀서, 학생들이지만 예술적, 미적 체험을 두루 할 수 있게 어려운 작품을 많이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학생들은 자신의 배역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도 동시에 가진다고 한다. 

연극의 교육적 효과가 우선, 입시는 차선
10년간 ‘제1막’ 출신 학생들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며 좋은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 그래서 입시를 목적으로 세원고 근처로 이사와 연극부에 들어오려는 이들도 있다. 그런 부류 때문에 동아리의 분위기가 깨지기도 해서 힘들어질 때도 있다.
현재 학교 밖에는 동아리 선배들의 연습실 겸 공연을 위한 작은 소극장 ‘기적’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연극 연습이 이뤄지고, 장애인 학생들의 연극, 타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극수업이 진행된다.
박진선(3학년) 연극부장은 “부원들이 힘들면 연기에 다 드러나기 때문에 항상 왜 힘든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해결은 못 해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어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엔 평범하던 학생들도 갈수록 좋은 연극인으로 바뀌어 간다”고 말한다.
1기 졸업생이면서 현재 연극부의 연기 지도강사인 유민석씨는 “처음엔 학생들끼리 배역싸움도 하고, 대사 한 마디로 다투다가도 고 3이 되면서 철이 든다. 연극, 영화 분야로 대학에 진학한 후에 이 연극부에서 서로 의지했던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송병필 지도교사는 “학생 연극이 중요한 이유한 이유는, 관객들이 난생 처음 연극을 접하기 때문에 이때의 경험이 어떠냐에 따라 앞으로 주관객으로 커나가느냐, 연극과 담을 쌓느냐 결정이 된다”며 “앞으로 ‘제1막’의 학생연극은 어떤 극단, 배우도 할 수 없는 ‘미래의 연극 관람층’을 키우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한다.
서지혜 리포터 sergilove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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