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임성주(45)씨가 지난 2월 부천시연극협회 제10대 지부장에 취임했다. 지난 15년 간 부천의 대표 극단인 ‘믈뫼’를 이끌어 온 그는 이번 취임으로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많은 연극인들의 생각을 듣고, 교환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또한 예술작업은 작품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협회를 이끌어 갈 예정이다. 연극 ‘에비대왕’으로 올해 제28회 전국연극제에 참가하는 한편, 극단 믈뫼 30주년 기념 공연을 마친 그를 믈뫼 연습실(부천 전화국 건너편 동원 빌딩 5층)에서 만났다.
연극인들과의 벽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부천 지부는 회원과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단체로 만들겠습니다.”
임성주 지부장은 많은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의식을 함께 느낀다고 피력했다. 지금까지는 연극에 대한 사안을 각 극단 대표들이 만나서 이뤘다면 이제는 일반 회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많은 연극인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한다. 앞으로는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중요한 사항들은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부천 연극인들과의 교류,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올해는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부천의 전체 극단을 모아 작품을 함께 하고 오는 5월 열리는 제26회 복사골 예술제에서는 마당극 ‘탈선 춘향전’을 공연한다. 이번 자리는 연극인들과 소통하고 시민들과 교감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현재 부천에서 소극장을 마련해 활동하는 연극단체는 극단 믈뫼와 예터 두 곳. 활동하는 연극인은 30~40명이다. 숫자는 적지만 그들이 가진 파워는 세다.
15년 같은 길 걸어온 소극장 운동
지난 2009년 부천 연극계는 이전에 없었던 결실을 맺었다. 15년 전의 약속을 시작으로 굳건히 지켜온 소극장 운동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극단 믈뫼가 제작한 로맨틱 뮤지컬 ‘사랑해도 될까요’와 ‘룸메이트’가 회당 평균 40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부천 소극장 운동에 순풍을 달아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와 함께 병행했던 것은 2년 전부터 대학로 공연장 풍토 익히기에 나선 일. 매 년 겨울 부천 관객들에게 검증된 작품을 대학로에서 공연하면서 서울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대학로의 다양한 소 공연장 실태를 체험하고 배워보려는 시도예요. 그곳에서 느꼈죠. 부천의 작품이 대학로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요. 서울에서 만난 관객들을 단골로 확보해서 부천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게 저의 소망입니다. 연극인은 질 좋은 작품을 내고 이것을 즐기려는 열린 마인드의 관객이 존재할 때 부천의 연극과 문화는 자연스럽게 발전될 것입니다. 그러자면 대학로 상업 연극보다 우리 지역 연극을 즐기고 평가하는 눈을 키우는 일이 우선입니다.”
부천 연극 역사에 새로운 족적 남길 터
“연극인의 현실이 좋아지면 작품의 질이나 양은 뒤를 이을 것입니다. 그 다음엔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이 당연히 따라 오겠죠?” 부천의 연극인이 겪고 있는 고충은 경제적인 문제다.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있지만 유독 연극하면 가난과 연결된다는 공식이 일반화돼 있고 현실적으로도 그렇다는 것. “작품은 만들었는데 관객이 없어 공연을 중단했던 일이 있었어요. 연극은 공동예술작업인데 배우와 스텝 한 두 명의 결원으로 관객과의 약속을 어긴 일도 있었죠.” 그간 연극협회 부천 지부에는 좋은 배우와 연출력은 확보하고 있었지만 전문 기획자와 좋은 작가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극단 믈뫼에 새로운 기획 인력이 보강됐다. 한편 임 지부장은 문화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부천에 시립극단이 없는 것을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임기 동안 부천시립극단 마련에 적극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문화 시대의 중심부에 있습니다. 문화 예술에 관한 이해와 지역 문화 발전에 따른 관심은 부천 연극의 전망을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천의 연극인과 지역사회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쏟아주시고 긍정적으로 지원해주세요. 대학로에 가지 말고 부천에서 연극 보는 풍토를 만들어봅시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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