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40년간 창작연 만들어온 변하일 씨

“내가 만든 전통연, 혼을 담아 날려요”

지역내일 2010-04-18 (수정 2010-04-18 오후 5:33:35)
 내일이 만난 사람 - 40년간 창작연 만들어온 변하일 씨

“내가 만든 전통연, 혼을 담아 날려요”








  지난 달 광진구가 선정 발표한 ‘광진구의 별난 사람·별난 기록’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40년간 창작연을 만들어온 변하일(75·군자동) 씨. 1994년 자랑스러운 서울시민 600인에 선정된 창작연 국내 일인자로 현재 소장하고 있는 연만해도 5t트럭 한 대 반 분량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전통연을 만드는데 큰 의미를 갖고 창작에 몰두해 왔다는 변씨. 연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마치 자식을 보는 듯한 애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전통소재로 창작연 만들어온 대부




  “제가 만든 연은 대부분 전통연으로 소재는 주로 동요나 전래동화, 민속놀이에서 얻어요. 이건 흥부전을 재현한 것인데 하늘에 띄우면 초가집이랑 박이 함께 어우러져 얼마나 정겨운지 몰라요. 또 이것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들이랑 새들로 하나하나 그리고 오린 다음 색을 입혀 만들었죠. 어때요. 색이 참 곱죠?”




  흥부전을 소재로 한 연을 비롯해 해바라기, 연꽃, 장미 등의 꽃연과 제비, 까치 등 새연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변 씨의 눈이 반짝거린다. 모두 하나하나 빼어난 그림솜씨와 정교한 기술이 인상적인 연들로 아무리 고희(古稀)를 넘기면서까지 만들어온 것이라지만 그 정성과 방대한 양에 그저 놀라운 따름이다.




  정성스럽다는 것은 연 하나에 들인 노력만을 두고 일컫는 것이 아니다. 변씨가 만든 연의 특징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적게는 6~7개부터 많게는 167개에 이르기까지 개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88올림픽 개최기념 행사와 관련해 167개의 만국기를 만든 것이 일례. 이밖에 갈매기, 금붕어, 제비 등의 연 또한 각각 40~50개를 만들어 길게 줄에 엮어 놓았다. 변씨는 “대형 연을 수십 개씩 이어 100~200m에 이르는 거대한 연을 만들어 하늘에 날려 보낸다”며 “만국기연, 금붕어 연 등을 하늘에 띄우면 길게 줄을 이어 펄럭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온 연은 청사초롱연, 나비연, 거북선연, 대장군연, 수원성 연 등. 1996년 ''수원성 축성 200주년 기념 세계연날리기 대회''에서는 수원성 모양의 연을 만들었고, 2002 한일월드컵경기대회 때 이를 기념하여 축구공 20개와 국가대표팀 마스코트 호랑이를 매단 연을 날렸다. 총 40차례 넘게 우승했고, 1994년엔 ''자랑스러운 서울시민 6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누구의 가르침 받지 않고 홀로 익혀




  변씨가 처음 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 외아들에게 가오리연을 만들어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아들이 비닐연을 사왔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파랑, 빨강, 노랑 3색을 새로 칠해 전통연처럼 만들어 준 것. 그때부터 변씨와 연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전통을 소재로 창작연을 만들어왔다.




  변씨의 연은 입체감을 살리는 한편, 조립식으로 만들어 휴대가 간편하다. 변씨는 “나비연의 경우 큰 날개와 작은 날개를 왼쪽 오른쪽 각각 따로 떼었다가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첫 작품인 학연도 스티로폼을 깎아 나일론 천으로 날개를 제작한 것으로 역시 분해가 가능하며 가볍다”고 말했다.




  재료는 뼈대로 대나무를 사용하고 몸체는 종이가 아닌 나일론 천을 주로 사용한다. 대나무는 죽재상에서 사기도 하지만, 경조 화환 고정용 대나무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줄은 볼펜 굵기 정도의 나일론 로프를 사용한다. 연의 크기나 수량, 줄의 길이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오랜 세월 연을 만들어왔지만 변씨는 누구에게도 도움이나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완성해낸 그만의 순수 창작 작품인 셈. 물론 이제는 소재만 정하면 어떤 연이라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다.  








자식 같은 연, 팔지 않을 것




  연을 만드는 장소는 변씨의 집 작은방으로, 이곳은 온갖 연을 담은 상자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별난 취미생활을 가졌다고 아내가 구박할 만도 할 것 같은데, “시간 나는 틈틈이 취미로 만들기 때문에 별 달리 간섭하지 않는다”고 변씨는 말한다.   




  끊임없이 우리 소재를 찾고 자료조사를 하며 만든 연들이기 때문에 변씨는 마치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단다. 때문에 누가 돈을 주고 팔라고 해도 새로 주문하는 연이 아니라면 현재 소장한 연은 팔 생각이 없다고.




  “수많은 연을 만들어 왔지만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연은 무궁무진해요. 현재 ‘국가대표’라는 주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들인 반달곰, 호랑이 등을 제작 중에 있어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남이 만들지 않은 나만의 연을 계속 만들어 갈 것입니다.”








                                                   윤영선 리포터 baass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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