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중한 보물의 손’ 나의 네 손가락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지역내일 2010-04-26 (수정 2010-04-26 오전 10:03:17)
 

내일이 만난 사람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아주 소중한 보물의 손’ 나의 네 손가락








 ‘나는 손가락을 두 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내 손을 생각해보면 아주 소중한 보물의 손이다.’ 이희아(25·상일동)씨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꾸준히 써 온 일기를 책으로 엮은 책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 표지에 있는 글이다. 희아씨는 일기의 내용처럼 자신의 네 손가락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또 그 소중한 네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적인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긍정의 힘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88개 건반 위의 네 손가락




88개 피아노 건반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네 개의 손가락. 비록 남들보다 적은 수이지만 그 네 개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과 감동은 열 손가락을 능가한다.




희아씨는 손가락이 양 손에 두 개씩밖에 없다. 이런 희아씨에게 열 손가락으로도 힘든 피아노를 권한 건 어머니. 그녀가 6살 때다. 손가락에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과 뇌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시작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보수적이고 차디찬 세상의 ‘거절’이 그녀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희아씨의 부족한 수리영역 또한 피아노를 배우는 데 문제가 됐다.




 “다를 안 된다고 했어요. 제가 수리영역이 좀 모자라거든요. 뺄셈도 못하는 제가 박자와 리듬에 나눗셈 천지인 피아노를, 그것도 네 손가락으로 해 내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죠. 정말 힘들게 연습했어요.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준 어머니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피아노를 잘 칠 수 없었을 지도 몰라요.”




 희아씨의 어머니 우갑선 씨의 악보 읽는 실력은 피아니스트 못지않다. 악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는 딸을 위해 일일이 악보의 내용을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피아노 실력은 희아씨만큼 되지 않지만 악보를 읽는 수준과 음악을 듣는 실력은 희아씨도 인정할 만큼의 수준이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희아씨가 양손으로 처음 연주한 곡은 ‘나비야’. 오른손으로 멜로디를, 왼손으로 반주를 하는 데 6개월 이 걸렸다. 다른 아이들은 일주일이면 가능한 일. 7살 희아씨가 처음 ‘나비야’를 쳤을 때온 온 집안은 눈물바다가 됐다. 특히 아버지가 딸에게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장애인이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이제는 내려놓았다’며 마음이 편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는 2000년도에 돌아가셨다. 그녀는 “아버지가 눈을 감기 전에 저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희아씨에게 어머니는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다. 희아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어머니를 찾아볼 수 있다. 희아씨는 그런 어머니를 두고 ‘실’과 같은 존재라 했다. ‘바늘’은 당연히 희아씨 자신.




 “피아노 치는 게 힘들어 어머니와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힘을 주시고 저를 일으켜 세우신 분도 어머니세요. 어머님의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연습으로 기적 이뤄내




희아씨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하루에 10시간은 피아노 의자 위를 떠나지 않는다. 희아씨의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쇼팽의 ‘즉흥 환상곡’은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진 곡이다. ‘4분 55초’의 연주를 위해 그녀는 5년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쏟아 부었다. 희아씨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기적’이라는 말을 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그녀가 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피아노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피아노만 보면 머리가 아프고 숨도 쉬어지지가 않았다. 그 때 그녀를 일으켜 준 건 그녀를 주제로 한 동화책 ‘네 손가락의 즉흥환상곡’을 읽고 쓴 초등학교 아이들의 감상문과 신문에 난 기사였다.




 “아이들의 감상문을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그리고 신문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은 없다’고 난 기사가 너무 좋았어요. 아마 방송과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더라면 피아노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그 후로는 피아노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피아노 치는 게 너무 행복하니까요.”




 희아씨는 연주활동이 마냥 행복한 피아니스트다. 무대울렁증이나 연주 전 스트레스도 없는 완전 ‘무대체질’이다.




요즘 희아씨가 연습하고 있는 곡은 ‘임진강’. 북한노래 임진강을 편곡한 곡으로 요즘 맹연습 중이다. 희아씨는 “아마 6~7월 즈음이면 어느 정도 곡을 완성할 것 같다”며 “언젠가 통일이 되면 모란봉에서 꼭 연주해보고 싶은 곡이다”라고 말했다.




 연주회 활동도 왕성하다. 4월에 미국 공연을 다녀온 그녀는 그 후 대구·경주·진해·인천에서의 연주회를 끝냈으며, 이달과 6월에는 청주와 창원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해외에서의 연주회 활동으로도 바쁜 그녀는 곧 있을 일본 공연에 이어 코스타리카, 뉴질랜드 연주회도 준비하고 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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