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편물명장 김기선 씨

한 올 한 올 실로 꿈을 디자인하다

지역내일 2010-05-23 (수정 2010-05-23 오전 11:20:55)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지하상가에 눈에 띄는 편물집 ‘에스킴 니트’가 있다. 간판부터 벽지, 커튼, 조명 등 실내장식 하나하나가 실을 이용하거나 형상화한 것들이다. 물론 형형색색의 실들이 진열돼 있고 손뜨개 옷, 모자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분명 흔히 봐오던 뜨개방 혹은 수예점과 비슷한 분위기도 풍긴다. 하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뜨개방과 엄연히 다른 곳. 실로 옷을 짜는 것보다 짜기 전까지의 과정 즉, 패턴부터 계산법, 도면 그리기 등 옷 만드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워 자신만의 뜨개 옷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호리호리한 키와 늘씬한 몸, 짧은 커트머리를 한 주인장 김기선 씨(60세)의 분위기 또한 전문가 포스가 묻어난다. 대한민국 편물명장이기도 한 그녀를 통해 보들보들 포근한 실로 엮는 그의 둥글둥글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엄마 따라 자연스레 시작한 니트 인생




  “40여 년간 편물 말고는 해본 일이 없고, 또 다른 일을 할 생각도 없었다”는 김기선 명장. 그는 편물을 하는 어머니 아래서 어린 시절부터 털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성장했다.




  “처음부터 큰 뜻을 가지고 편물에 뛰어든 건 아니었어요. 손뜨개로 옷, 소품들을 만들어 파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죠. 중3 무렵에는 어머니가 받은 주문을 대신할 정도로 실력과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성인이 된 후 가업을 물려받아 어머니로부터 본격적인 편물 수업을 받았고 한국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2세 젊은 나이로 수편물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 이듬해에는 편물기능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제대로 편물을 배워보고자 일본 보그사 편물지도사 양성과정에 유일한 한국 유학생으로 입학,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2년여의 유학생활 고단함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알고 있던 편물에 대한 이론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면서 저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한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귀국 후 니트 디자이너로의 역량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림을 무늬로 옮겨 니트로 표현하는 등 신비롭고 추상적인 무늬와 색깔로 화재를 불러일으킨 것. 또한 특수 염색공법으로 고급원사를 개발하는가 하면 독특한 고급 니트를 개발해 니트 산업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








나를 거친 ‘실’은 옷‧목도리가 돼야 한다




  지금의 보금자리인 에스킴 니트는 그의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6년 전 문을 열었다. 그는 “초창기에는 일반 뜨개방처럼 실이나 팔면서 옹기종기 모여서 뜨개질하는 곳으로 알고 들어온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원칙을 고수하느라 힘들었다”며 “지금은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왜 뜨개질을 시작하려고 하느냐’를 물어서 목적이 뚜렷해야 수강신청 자격을 준다”고 했다. ‘실이 예뻐서’ ‘그냥 해보고 싶어서’ 등 목적과 각오가 확고하지 않으면 중도 포기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보라고 손님을 말리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 내가 판매한 실은 목도리든 옷이든 뭔가 완성되어야 해요. 때문에 아무나에게 실을 내어주지 않아요. 주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의상학 전공자 등이 많이들 찾아오고 일반인들 중에서는 편물을 제대로 배워서 전문 역량을 키워보겠다고 마음먹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죠.”




  편물에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이곳의 강좌는 기본, 기법, 패턴 등 과정별로 세분화 되어있다. 기본 과정의 경우 옷을 만드는 핵심적인 것만 가르치므로 하루만 투자하면 습득할 수 있다. 김 명장은 “니트 옷은 부피와 상관없이 곡선이 많아질수록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강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기분”이라면서 “실을 가지고 손으로 하다 보니 잡념이 없어지면서 순수해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평생일터 이곳에서 행복합니다




  “니트는 공예입니다. 자신만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예술이죠. 원모를 가지고 털실을 만들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염색도 할 수 있는 등 창작분야가 넓어요. 이러한 장점을 살려 자기만의 공예품을 만들어낸다면 가치가 무한대라 할 수 있죠.”




  예쁜 실과 함께하는 지금의 일터에서 배우고자 찾아온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행복하다는 김 명장. 그는 “가정주부들 중에 묵묵히 한 단계 한 단계 배워 전문가 과정까지 마스터한 사람들을 보면 더욱 기분 좋다”면서 “내가 남의 인생에 끼어 들여서 행복하게 해줬다고 생각하면 유독 성취감이 크다”고 얘기했다.




  “60세가 된 올 들어 부쩍 제대로 된 내 자리에 앉았다는 기분이 들어요. 돈벌이와 관계없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고 그러다보니 수입도 생기고요.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제가 가진 편물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우리나라 편물 산업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어요. 그런 방편으로 전국에 에스킴 니트를 퍼트리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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