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현악기 제작 47년 김조경 씨

“내게 악기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

지역내일 2010-06-1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 그 크기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4개의 현을 활로 켜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현악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해져있는 음높이(Pitch)를 악보대로 치는 피아노와 달리 이들 현악기는 연주자가 음을 직접 찾아 연주해야하기 때문에 현악기 연주자들에게  ‘악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악기의 선택이 때론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악기를 50년 가깝게 제작하고 수리해온 장인이 있다. 잠실동에 위치한 유진현악기사의 김조경 대표다. 김 대표는 17세에 현악기를 처음 접한 뒤 47년째 이들 현악기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그야말로 국내 현악기 제작, 수리의 역사다.




인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김조경(64·잠실동) 대표가 현악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엔 그런 학생들이 부지기수였죠.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던 터라 악기공장에 취직하게 됐어요. 인생에 현악기라는 존재가 뛰어든 그 시작이었죠.”


 당시 기타를 주로 만들어내던 악기공장에서 바이올린을 만들었는데 그 바이올린이 김 대표의 인생을 변하게 한 것이다.


 악기공장에서 10년을 보낸 김 대표는 악기공장 운영에 발을 내딛었다. 공장 운영하기를 17년, 김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 바로 지금의 ‘유진현악기사’다. 악기 숍을 경영한지도 어언 20년. 그의 64년 인생 중 47년을 현악기와 함께 한 셈이다.


 하지만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손작업이 많은 악기를 만들고 수리하다보면 손에서 피가 나는 것은 보통, 지문이 다 닳은 정도로 손을 혹사시켜야했기 때문이다. ‘포기할까’를 생각하는 그에게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어머니는 ‘인내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북돋워주셨어요.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랜 시간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었죠.”




악기는 살아있는 소중한 생명체


 현악기 연주자에게 악기는 뗄 수 없는 동반자다. 그러다보니 악기에 문제가 생기면 연주회나 시험, 대회에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김 대표는 그들이 찾는 첫 번째 사람이다. 서울은 물론 국내 전역, 심지어 외국에서조차 그를 찾아 악기사를 방문한다.


 너무 미세해 잡을 수없는 문제점조차도 김 대표의 눈과 귀, 손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한번 그에게 악기를 맡겨본 사람은 어김없이 그를 다시 찾는다. 불안해하며 그를 찾은 사람들이 원래의 소리를 찾은 악기를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는 걸 볼 때 김 대표는 보람과 행복을 동시에 느낀다고.


 이렇게 악기의 아주 작은 문제점도 찾아내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투자도 큰 몫을 했지만, 악기를 대하는 김 대표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게 악기는 ‘나무’가 아니라 생명이 깃든 살아있는 ‘생명체’다.


 “악기케이스를 열기 전에 에어컨과 같이 악기에 해가 되는 환경을 다 없앱니다. 악기는 워낙 민감해서 온도나 습도 등 조금만 문제가 가해져도 금방 제 소리를 잃어버리거든요. 그 악기가 가진 최상의 소리와 상태를 잡아주는 것이 제 일이라 생각합니다.”




후계자 양성과 명기(名器) 남기는 것이 꿈


 김 대표는 50년 가까이 자신이 해 온 일을 아들에게 전수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잘 따르던 아들이 군 제대 후 돌연 요리사로 꿈을 바꿔버려 그 꿈은 이룰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김 대표는 후계자 양성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를 거쳐 간 많은 제자들 중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진정한 후계자 4~5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진정한 장인의 길을 가기를 김 대표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또 하나, 김 대표의 꿈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명기를 만드는 것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각 악기별로 영원히 자신을 기억하며 보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요즘은 외국의 악기들이 워낙 많이 수입되어 특별한 주문생산만 하고 있지만, 김 대표는 1~2달에 하나씩 꾸준히 그의 악기를 제작하고 있다.


 “언젠가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처럼 좋은 악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평생을 현악기와 함께 했는데 나만의 악기 하나는 남기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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