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하기만 한 동네에 그림꽃이 피었다. 밋밋하던 벽에 그려진 예쁜 벽화. 그 벽화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다. 동네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한다. 담에 그림을 그려주는 어르신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바로 서울문화재단과 고도아트에서 주관하는 시민문화예술교육사업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학생들이다. 이들을 위해 그림을 가르치고 있는 고도아트 이봉 미술팀장(31)을 만났다.
이 팀장은 “미술을 좋아하는 모든 어르신은 누구나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많은 어르신들이 미술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다가서는 공공미술사업
고도아트는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주로 시나 구청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공공미술사업을 펼치며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을 표현하고, 연극놀이, 문화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 중에서도 이 팀장이 담당하고 있는 미술팀은 벽화를 그리거나 공공미술체험활동, 미술교육 등을 주로 진행한다.
“특정한 장소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고 전시되는 작품을 공공미술이라고 합니다. 시장이나 공원, 건물,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환경조각이나 벽화 등이 대표적이죠.”
고도아트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벽화그리기이다. 샘터지역아동센터벽화, 은퇴자협회벽화, 강동지역아동센터벽화, 갱생원벽화, 천호3동 공용주차장 벽화가 모두 이들의 작품이며 천동초등학교 맞은 편 화단에도 곧 이들의 작품이 그려질 예정이다.
다른 듯 닮은 나의 일
이 팀장은 대학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일반 회사를 다니던 그에게 고도아트를 추천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 ‘전공과 맞는 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권유가 그를 공공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한번 씩 사람들이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광고디자인과 공공아트는 전혀 그 방향이 다른 게 아닌가”라고. 하지만 이 탐장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광고라는 게 그 사물의 특징을 찾아 문구나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공공미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현지의 특성을 찾아내 가장 그곳의 이미지와 맞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단지 상업성의 유무 차이겠죠. 제 전공이 지금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벽화를 그리는 어르신들의 전반적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그림 그리는 과정을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 어르신들을 대한 2008년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미술을 배우러 왔지 벽화는 무슨...”이라고 말하는 어르신부터 “그림에 소질이 없어서...”라며 자신감을 잃은 어르신들까지. 하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해갔다. 벽화를 그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 만족해하셨고, “모든 사람들은 미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 팀장의 말대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해나가는 어르신들도 생겨났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과 무료감을 이겨나가는 어르신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미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이고, 또 저마다 하나씩은 미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르신들을 보며 실감합니다.”
선입견 버리고 미술 즐겼으면
하지만 이런 어르신들을 보는 따가운 시선에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어르신들이 벽화를 그리러 현장에 나갈 때 선입견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왕 벽화를 그릴 거면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그리지, 노인들이 뭔 그림을 그린다고...”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연세가 많다고 그림을 그리는 열정과 재능이 젊은 사람들보다 적은 것은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진 어르신들도 있고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어르신들도 분명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고 ‘못 그릴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버려야 할 선입견입니다.”
벽화를 그리는 어르신들 중에는 취미생활로 유화를 30년 가까이 그려온 분도 있고 표현능력이 탁월한 분들도 많다.
이 팀장의 또 다른 바람은 ‘소외된 많은 계층에게 주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노인층이나 저소득 가정의 많은 아이들이 예술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미술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소비되는 재료가 많이 필요한 예술인 게 맞습니다. 나라에서 지원되는 부분이 좀 더 많아지고 고도아트와 같은 단체가 많이 생겨나 예술활동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미술예술활동을 지금보다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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