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민들이 말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지역내일 2010-07-20 (수정 2010-07-20 오전 10:11:30)
초등 6학년과 중등 2학년의 학부모 이모 씨는 친분이 있는 아파트단지 내 엄마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얼마 전에 있었던 교원능력개발평가로 이어졌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올해부터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피교육자인 아이와 그 부모가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공교육이 시작 되는구나’싶어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너무 많은 평가 대상자
초등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엄마는 어느 날 아이가 ‘엄마, 선생님이 이거 꼭 하래!’ 하며 건네 준 안내장을 들고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안내장 표지에는 ‘교원능력개발 평가-온라인 만족도 조사’라고 적혀 있었다.
안내된 설문조사 방법에 따라 컴퓨터를 켜고 설문에 응했다. 그녀는 발급된 비밀번호를 통해 로그인을 하고 최초 접속 시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설문지가 화면에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사 대상자는 의외로 많았다. 교장, 교감, 담임 외에 양호, 음악, 실과, 영어, 보건, 영양, 도서관 교사 등 세분화 되어 있었다. 화면을 보던 그녀는 난감했다. 교장 선생님은 학기 초 학교교육설명회 등을 통해 교육방향 등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교감 선생님의 교육관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감선생님은 교장선생님 평가에 준하여 체크해야만 했다.

담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
평가 시간이 가장 많이 든 교사는 당연히 담임. 설문에 응하면서 그녀는 담임선생님을 머릿속에 그렸다. 공개 수업시의 열성적인 모습,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간간히 전하는 아이의 말을 생각하며 각 항목에 체크를 하였다.
교사에게 부탁하는 말에는 꼼꼼하게 썼다. 감정적인 응답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였기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문제는 담임 다음에 있는 평가 대상 교사들. 솔직히 교사의 얼굴과 이름도 모르고 아이에게 전해들은 말도 없는 ‘무 정보 상태’에서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판단 근거나 기준이 있어야겠기에 보건, 영양 교사는 가정통신문 등을 염두에 두었고, 음악이나 실과 등은 아이의 준비물과 과목에 대한 호감을 근거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음악시간에 “준비물을 안 가져가 수업시간 내내 교실 뒤에 서 있었다”는 아이의 말이 생각나 담당 교사에게는 다른 교사보다 점수를 인색하게 주었다.
그런데 며칠 동안 기분이 영 찜찜하고 ‘내가 왜 그랬나’ 싶기도 했다며 이 조사가 은근히 심적 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사서교사는 학교 도서관을 자주 다닌 덕분에 비교적 용이하게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실력과 마음 따뜻한 교사가 인기
초등 5학년과 중등 2학년의 한 엄마는 이번 평가가 교사에 대한 관심 확대의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이 교사를 평가할 때는 가르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교사와의 친밀감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단다. 그러면서 아파서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약 먹었니?” 하며 말을 건네는 교사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는 딸의 말을 전했다. “이번 교원능력평가 조사를 마치면서 아이와 학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의 경우 과목별로 교사 평가를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이번 조사에 아이들이 부모보다 신경을 더 쓰는 것 같아요. 교사와의 친밀감도 평가에 큰 영향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쉬움 남는 교원능력개발평가
평가의 미덕은 참여 정신. 참여정신은 개인과 사회 발전의 기본 조건이다.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 대부분은 “이번 조사를 하고나서 아이와 학교 및 교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소 학교일에 별로 참여를 하지 않던 남편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학교와 아이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누군가 말하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렇다고 공감했던 것.
교사들이 학부모를 대하는 풍경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저학년 아이의 한 학부모는 “어느 날 청소하러 갔더니 담임이 엄마들과 같이 의자를 밀어 주고, 적극적으로 학부모에게 말을 거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어떤 선생님은 직접적으로 이번 평가를 언급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자기를 홍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문제점도 지적 되었다. 교원능력평가제 취지에 동감하지 않는 부모의 ‘응답 포기권’이 사실상 용인되는 않는 것. 한 학부모는 이 제도가 갖는 부정적 측면이 있어 조사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어찌나 보채는지 조사 기간 마지막 날 마지못해 참여를 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잘 모르는 교사에 대한 평가. 잘못된 조사는 없는 조사만 못하기 때문이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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