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1)

지역내일 2010-08-12




수학교육이 전공이다 보니 얼떨결에 20살부터 아이들을 많이 가르치게 되었고, 그게 지금껏 이어지게 되었다. 아마 우리 세대에 공부를 좀 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왔을 것이다. 과외금지와 평준화 덕에 사교육 없이 대학에 진입했던 과거의 낭만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공부는 혼자 하는 거야’라며 소신껏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도 막상 본인의 대학 진학 실적이나 누리는 지위보다 더 안 좋을지도 모를 자녀의 미래에 노심초사한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직할 수 있었고 자영업을 하더라도 먹고 살만할 정도는 되었던 과거에 비해, 안정적으로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인생의 큰 목표가 된 것이 현실이다. 내 자식만을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일자리에 진입시키기 위해 음성적으로 사교육을 시켜왔던 흐름이, 최근 소위 일류대를 나와야만 공무원과 전문직, 대기업 등 괜찮다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더 커져만 갔다. 필자를 포함, 사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 수의 급격한 증가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어떤 의미에서든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사교육 없이 공부 잘하기는 힘들게 되어버렸다.

많은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경제적인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적인 접근이란 단지 돈을 적게 들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우리는 지금, 많은 아이들이 내적 동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입시경쟁 때문에 과잉 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아이들의 입시 성적 향상에라도 도움이 되는지, 어떤 의미에서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물어봐야 한다.

  첫째, 한두 번 꼼꼼하게 보려고 하지 않고 빨리빨리 세 번, 네 번 같은 진도를 돌린다.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고등 과정을 강제 주입시킨다. 소수 영재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먹기 힘든 지식에 잔뜩 체해 있는 상태가 된다. 생각하면서 공부하기보다는 잘 정제된 지식을 떠먹여주는 맛에 길들여져 있다. 잘 받아먹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과도한 학습 부담에 찌든 몇몇 아이들은 적당히 놀면서 수업 듣고 숙제하는 꾀를 부려 자기 살 길을 찾는다. 세 번, 네 번 들었는데 사고력은 제자리걸음이고 혼자서는 공부를 못한다.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해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배짱 좋은 부모가 아니어서 아이를 닦달할 수밖에 없는 부모라도 아이의 성향과 능력 이상을 강제할 수는 절대 없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잘 결의해서, 과정을 착실히 밟아 나가면서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도록 가르치고 격려해주는 게 부모나 선생의 할 일일 것이다. 아이만의 성장 속도와 리듬을 이해하고 인정해줘야 아이에게 득이 된다. 

  둘째, 온갖 지식이 쏟아지는 정보화 시대에 일정 정도의 학습량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굳이 중고등학생 대상이 아니더라도 온갖 종류의 학원, 인강, 수험서는 잘 정제되고 정리된 지식체계다. 그것은 활용할 수밖에 없고 잘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정보화 시대일수록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방대한 지식을 비판적으로 선별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수학을 예로 들면, 그렇게 문제를 많이 풀었는데도 문제를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내면 틀려버린다. 섬세하게 문제를 읽어내는 안목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를 예로 들면, 토플이 거의 만점인데, 막상 거기 나오는 지문을 논술에서 만나면 어렵다고 난리다. 문제 푸는 기술은 배웠는데, 거기 나오는 대학 입학 수준의 고난이도 지문을 이해할 능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어문제는 어떻게든 맞추는데, 그 지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쓰거나 말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못한다.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했지, 자기 식으로 뽑아내고 가공하는 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상, 자기 자식이 뒤처지거나 손해 볼까 노심초사하며 학교로 학원으로 쫓아다니고 이래저래 바꿔 봐도 나중에 보면 결국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다. 차라리 천천히 가더라도 생각할 기회를 여러 번 주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가며 정리해나가면 안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자기 삶의 방향, 앞으로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과 연관시켜주는 식으로 배워나가면 안되는지?

 
상상학원 이의경 원장
서울대수학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대학강사
수학과 논술, 수리논술수업,
논술관련 다수 집필
논리학 번역서


문의 02)501-1738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