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공화국으로 여행 중인 아이들

지역내일 2010-09-08

 


고객들을 접하면서 결코 남의 일이라고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의 거부와 저항으로 인해 부모님만 내원하여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도 꽤 많다. 어떠한 경우이든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머리 속에는 내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는 한다. 그렇다. 많은 분들이 짐작하듯 컴퓨터게임 때문이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아이가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가 된 것 같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엄마, 아빠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 고민을 가져다 주는 것 중 하나였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약속을 어기고 게임공화국으로 여행하고 있는 중은 아닌지 계속 주시해야 했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예외적으로 허용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허락을 해야 하는 것인지 등 상황 상황에 따른 수많은 고민들을 해야 했다. 그만큼 컴퓨터게임은 이미 아이들의 삶의 한 영역을 차지해 버렸고 부모로서도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되어 버렸다.   


컴퓨터 게임 문제로, 본 클리닉을 방문하는 아이들을 보면 첫째, 오히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되는 이유로서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이 자주 거론되는데 본 클리닉을 방문하는 아이들은 특목고에 다니고 있거나, 아니면 일반 중, 고교에 다니고 있더라도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이 많다. 물론, 다양한 스트레스와 고민에 빠지게 되고 이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컴퓨터게임이라는 대안을 통해 탈출구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다. 일부는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해, 일부는 재미로 시작한 컴퓨터게임이 결국 중독으로 이어져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둘째, 그래서인지 부모님들이 아이에 대해 과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려서부터 성적이 좋다보니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를 키웠고 아이들도 큰 문제 없이 순응적으로 자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반드시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능력을 골고루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하기보다는, 항상 순응적이고 학구적인 아이들의 모습에 고무되어 이러한 경향만을 강화하게 되어 적절한 상황대처능력이 키워지지 않는 경우도 심심찮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게임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보고 주의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공부도 마음만 먹으면 집중해서 잘할 것이라고 착각하여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부모님들의 아이에 대한 믿음은 강하지만 막상 아이를 능동적으로 다루는 힘은 부족해 보인다. 사실 아이를 다루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원칙과 기술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부모-자식 관계에 있어서의 역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어려서부터 점차적으로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부모-자식 관계가 얼마나 끈끈하고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를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양하게 발생하는 갈등상황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왔는지,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현재의 문제 해결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넷째,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해결을 조금씩 미루게 된다. 큰 마음을 먹었다가도 아이가 약간이라도 마음을 잡는 것처럼 보이면, 쉽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타협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이 커서 물리적으로 통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학원 대신 PC방으로 향하고, 가출하고, 컴퓨터를 부수고, 심지어 엄마에게 직접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상황이 되어야 클리닉을 방문하게 된다.
보통 오랜 시간, 많이 해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이 많은 술을 마셔야 알코올중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매일 마시는 맥주 한 캔이나 일주일마다 반복되는 과음도, 패턴이 되풀이 되고 본인 조절능력이 없으면 알코올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중독은 양적 개념이 아니다. 게임 중독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무조건 빠른 개입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문제가 되어서 클리닉에 온 상황에서 책을 소개해주거나 예방을 위한 수칙을 가르쳐 주는 것은 공염불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뾰족한 묘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쉽지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단 클리닉에 꾸준히 오게 되는 아이들은 점차적으로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부모님에게 부탁한다. 일단 아이를 클리닉으로 데려와 달라고. 아이에게 부탁한다. 처음에 다소 힘들더라도 조금만 견디어 달라고. 그러면 잠시 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BFC 학습클리닉
김재훈 원장
www.bfcclinic.com 02-3412-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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