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잠전 엔젤스(Angels)’ 지휘자 이명환 교장

지역내일 2010-10-11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마음을 모았습니다”

송파구 잠실본동에 위치한 잠전초등학교. 이곳 1층 교장실은 교장선생님만의 공간이 아니다. 1주일에 여러 번 이 공간은 학생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연습실로 변신한다. 교장실에 떡 하니 자리잡은 마림바와 첼로가 이곳이 잠전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잠전 엔젤스’의 연습실임을 말해준다. 연습 시간, 또 하나의 변신이 일어난다. ‘교장선생님’이 ‘지휘자’로 변신하는 것. 이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올 차례다.




음악을 즐기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잠자고 있는 아이들의 능력을 깨우고 싶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거든요. 인성 역시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격려와 자극에도 자신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명환 교장이 잠전 엔젤스를 이끌게 된 이유다.


 지난 해 4월 창단한 잠전 엔젤스. 창단을 앞두고 오디션을 치를 때 이명환 교장은 아이들의 연주에서 아주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할 때 끝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조금만 틀리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춰서 다시 하기를 반복한 것. 학생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기술을 표현하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에 가슴이 아팠다.


 “음악적 기술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성은 전혀 표현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술보다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로 변화시켜보고 싶었습니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피아노, 여기에 국악기인 해금 연주자까지 합해져 첫 단원들이 모집됐다. 이것이 잠전 엔젤스의 시작이었다. 현재 잠전 엔젤스는 마림바와 클라니넷 주자가 더해져 2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합주는 마음을 모으는 것입니다


단원들이 모여 첫 연습을 하는 날. 미리 연습해 온 악보를 펼쳐놓고 모든 단원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밥이 되든지 죽이 되는지’간에 한번 끝까지 멈추지 않고 연주해보기로 했다. 전곡을 멈추지 않고 연주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선율만 연습할 땐 이렇게 좋은 곡인 줄 몰랐어요’에서부터 ‘우리가 연주했지만 너무 잘 하는 것 같아요’ ‘역시 같이 화음을 맞추니 좋은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까지.


 이 교장은 “이날 아이들의 반응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이미 다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자신들의 아름다운 화합을 경험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가능성을 깨우쳐가기 시작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 교장에게 학생들을 실력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곡법에도 익숙해 난이도에 맞는 파트별 편곡을 직접 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 둘 음악을 만들어가던 학생들에게 작지만 큰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악에서의 자기 파트에 충실해야 합주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갖게 됐다. 또 하나 그들에게 일어난 큰 변화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력이 많이 떨어져 합주해야 할 곡을 아주 천천히 연습해 온 학생이 있었어요. 그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인 줄 아세요? 모든 단원이 모두 그 학생의 박자에 맞춰 느리게 연주하며, 그 학생이 틀리면 같이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고 또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고..... 정말 제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아이들의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연주는 어른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 교장이 아이들을 지휘할 때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같은 공감대의 형성이다. 공감을 하지 않고는 같은 소리를 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장은 새 곡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곡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쉬운 설명을 덧붙여 그 분위기와 정서, 감정 등을 최대한 아이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아이들만의 순수함과 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특유의 해석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들이 연주하는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연주하는 그들만의 ‘여자의 마음’은 그리 듣기 흔한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의 잣대에서 아이들의 음악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전 엔젤스가 추구하는 음악은 수준 높은 음악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관점에선 ‘진정 수준 높은 음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해 한 마음으로 즐기는 음악이야말로 진정 수준 높은 음악이라 이들은 믿기 때문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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