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 백제고분군 바로 건너편에 자리한 백제수족관에는 코엑스나 63시티 해양수족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물고기와 산호류, 수초 등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해양생물들이 모여 있다.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자 누구나 한번쯤 그 속을 들여다보기를 꿈꾸는 바다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것.
형형색색 자연의 색을 머금은 물고기들의 오색빛깔에 끌려 몇 번 이곳을 드나들다보니 이곳은 단순히 관상용 물고기와 수초를 판매하는 곳이 아님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구경삼아 들린 이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분위기였고, 물고기를 사려는 이에게는 꼬치꼬치 캐묻고 난 후에야 물고기를 건네줬기 때문. 어찌 보면 손님이 원하는 물고기와 용품을 팔면 그만인 개인가게에서 번거롭고 독특하게 장사를 하는 듯했다.
한참 뒤에 이집이 26년째 한 자리를 지킨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곳을 꾸리는 이가 궁금해졌다. 사업보다는 수중생물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마니아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백제수족관 이찬우(방이동․53) 대표와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수초와 물고기의 살랑거림에 끌리다
“저는 원래 원예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우연히 수족관을 접했는데 물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수초들에게 매력을 느꼈지요. 땅위에 나무조경을 하는 것보다 물속에 수초를 조경해서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 훨씬 재밌겠다 싶었죠.”
수초는 나무보다 성장이 빠른데다 어항 속에 물고기와 함께 두면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집안에 두고 볼 수 있으면서 건강에까지 좋으니 금상첨화였다.
당시만 해도 관상용 물고기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라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하는 사람 밑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남의 가게에 들어가 10년 정도 일하면서 몸으로 기술을 배웠다”면서 “본의 아니게 물고기를 죽이면서 물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터득한 거다”고 웃음 지었다.
지금의 백제수족관 자리는 이 대표가 자신의 영업터전으로 처음 자리 잡은 곳이다. 하지만 막상 관상용물고기 전문점을 차리고 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개업 2년째 되던 해부터 일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다니며 수족관 관련 선진기술, 수초사육, 수초 디스플레이, 해수어․산호 관련 연수과정을 3개월~6개월씩 밟았다.
우리 새끼들 무조건 팔지 않아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하나둘 쌓은 전문 지식들은 그의 터전에 온전히 적용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천장에 수족관을 만들고, 해수어 사육이 가능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지하에 해수어․산호 전문매장도 조성했다.
“이렇게 조그만 물고기들이 주인을 알아봐요. 제가 손만 가져다대도 모두들 모여들죠. 자식처럼 녀석들을 챙기다보니 아무나에게 제 물고기들을 주기 싫어서 손님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물고기를 팔게 되지요. 저를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교육도 확실히 시키고요.”
그의 가게에는 제대로 수족관을 가꿔봐야겠다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많이 찾는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다보니 초등학생이던 꼬마가 대학생이 되고, 결혼해서 자기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도 흔하다. 이 대표는 “물고기를 돌보는 일에 귀찮아하지 않고 제가 조언하는 대로 잘 따라하는 손님들은 새끼도 낳아 잘 기른다. 하다보면 자꾸 이 녀석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다”고 귀띔했다.
누구나 언제든지 구경오세요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보니 그의 가게에는 전시용으로 보유한 고기들이 많다. 원래 판매용으로 들여왔지만 이 대표의 마음을 빼앗아 자리를 지키게 된 것들이다. 이 대표는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물고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자꾸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때문에 길가는 사람 누구나 구경하게 하고, 인근 유치원에서 견학요청을 하면 기꺼이 개방한다.
“요즘 아이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감정통제도 잘 못하고 모가 나게 행동하는 애들 많잖아요. 이런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연을 많이 보여주고 직접 돌보게 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직접 생명을 돌보다보면 생명의 귀중함도 알게 될 것이고 정신 건강에도 좋겠죠.”
이 대표의 꿈은 무료로 개방하는 해양생물 전시장을 내는 것이다. 몇 년 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석촌호수에 전시장을 내고 싶어 구청의 협조를 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아서 좌절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상업시설만 빼곡하게 들어선 지금의 석촌호수 주변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내년에는 지금 이 자리에서 수족관을 더 확장할 계획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지겠죠.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저희 수족관에 와서 바다구경 하면서 잠시 걱정을 잊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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