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나의 일 - 소영희 공부방 교사

지역내일 2010-10-06

꿈이 자라는 공부방 ''놀러오세요''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하프타임(Half Time)’을 만난다. 하프타임이란 운동경기에서 전반전을 끝낸 선수들이 후반전에 들어가기 전에 갖는 작전타임 시간이다. 우리 인생에도 작전타임이 필요하다. 하프타임이 중요한 이유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어떤 마음 자세로 삶의 가치를 재설계하고 방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삶 전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하고 싶고 의미 있고 사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알아내는 시간이 바로 하프타임이다.
 이번 주 ‘나의 꿈 나의 일’에서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후반전에 임하는 선수처럼 새로운 각오로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 소영희 공부방 교사를 소개한다. 나의 선택이 아닌 주변의 바람과 세상에 맞추어 인생의 전반기를 살았다면, 후반은 좀 더 ‘의미’있고 ‘성숙’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를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상을 향한 첫걸음
 취업이 잘 된다는 주위의 권유에 ‘기계설계’를 전공한 소영희씨(신정동 푸른마을아파트), 정작 졸업을 할 때는 취업이 아닌 결혼을 택하게 되었다. 그 후 전업주부로 아이들의 교육과 가정주부로서의 삶에만 오로지 올인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아이들도 유치원에 서 적응도 잘하고, 남편의 사업이 생각만큼 안 풀리는데다 집을 사면서 은행에 빚진 대출금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렸다. 사회생활이라고는 방학 때 잠깐씩 해본 아르바이트가 전부인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벼룩시장을 매일매일 뒤져보며 필이 꽂혔던 것이 ‘학습지 교사’였어요. 내 아이도 가르칠 수 있고 제일 만만하게 보여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무리하게 80과목을 인수하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지만 투자한 돈이 아까워 계속 나가다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기고 엄마들과의 상담이 원활히 이루어져 기대 이상의 수익이 창출되었다. “3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결과, 대출금도 다 갚았고 나름 보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일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공부방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공부방도 잠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아이들을 돌보는 주부의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하지만 1년도 못되어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부득불 부탁을 하며 아이를 맡아달라는 간곡한 청을 뿌리칠 수가 없어 다시 공부방의 문을 열게 되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해봤잖아요.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저를 믿고 맡기는 거니까….” 그렇게 다시 시작하게 된 공부방을 통해 영희 씨는 자신의 비전도 보게 되고, 삶의 의미도 되찾게 되었다. “이제는 공부방이 돈벌이가 아니라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실제 영희 씨는 ADHD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도 맡아 3년 동안이나 가르칠 만큼 열정적이었고 그만큼 엄마들로부터 신뢰도 얻고 있었다. “그 아이는 다른 아파트에 살았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출근했어요. 약물치료도 함께 하고 있었는데 때로는 때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감싸 안아보기도 하면서 차츰차츰 좋아지는 아이를 보면서 감사함이 더 들더라고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교사 되고 싶어
 70점 이상이면 다 1등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진 영희씨, 공부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단다. “‘오늘 학습량이 이만큼이니까 다 채우고 공부만 해’를 외치는 요즘 학원과는 달리, 아이들의 눈을 보며 하루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저는 엄마들에게 실력을 원하시면 더 좋은 학원으로 보내시라고 권해요. 물론 공부방을 보내는 이유는 아이의 실력향상이 초점이긴 하지만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 실력이기도 하거든요.”
 사실 영희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인가, 정말 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교사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단다. “아이들이 저를 선생님이라고 따라주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심지어 엄마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친구처럼 말해줄 때 참으로 이 길을 잘 선택했구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면 매를 들어야할지 기다려주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고. “학습량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나 아는 문제를 틀려왔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로는 아이들을 혼내지는 않아요. 단지 책을 던진다든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만 가차 없이 혼을 냅니다.”
 영희 씨는 공부방을 한지 1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을 가르칠 준비를 한다. “요즘 교과서를 보면 너무 어려워요. 곧 5~6학년 교과과정이 바뀔 텐데 중학교 1학년 수준이 내려오는 거예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학습량에 지쳐하는지 아이를 키워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내일도 내 삶은 눈부시다
 영희 씨는 요즘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하면서 ‘지역아동센터’에 마음을 두고 있다. 엄마 같은 정성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 지역아동센터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지만 아직 정착할 곳은 찾지 못했다고. “저에게는 아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보면 품어주고 싶고 나누어주고 싶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방과 후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때론 ‘우리 가정의 경제사정이 정말 어려워져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아이들을 예뻐하며 지금처럼 대할 수 있을까’라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싶다는 영희씨.
 성공적인 후반전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감사’와 삶에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또 꿈꾸는 이상이 있기에 행복해 하는 소영희 교사, 그녀의 인생 2라운드를 기대해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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