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인 교육학자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아무리 지적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눈에는 한국의 교육이 가장 본받을 만한 교육인 것처럼 보이니, 우리 교육정책의 본질, 방향이나 목적은 교육과학기술부에게 맡기겠다. 다만 수학을 일선에서 가르치는 수학교육자로서 수학교육방법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하게 연구, 검토되고 개선되어야 하겠기에 이 칼럼을 빌었다.
수학교육의 목적
피아제와 함께 20세기 수학교육의 양대 선구자인 “HOW TO SOLVE IT”의 저자 Polya는 1980년 버클리에서 개최된 제 4차 수학교육국제회의의 기조연설문에서 “수학은 지력을 증진시킨다. 단, 적절히 가르친다면 말이다”라고 했다.
수학은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합리성의 추구를 반영하는 학문으로 수학적사고란 합리적인 사고이고 진정한 수학 활동은 수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위하여 시도하는 합리적 사고활동이다.
수학교육의 방향
수학교육국제회의에서 제시된 방향으로 10여년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발표된<<학교수학의 교육과정과 평가의 표준>>(Curriculrum and Evaluation Standards for School Mathematics) 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주고 있다. 요약하지면
첫째, 기계적 계산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둘째, 개별적, 모둠별 문제해결 활동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 셋째, 형식적 언어로 된 수학의 논리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 직관적 이해가 전제되어야한다는 점. 즉, 수학적인 센스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 넷째, 수학학습과정에 대한 반성적 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 추론, 비판적 사고를 통해 토론하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첫째로 모든 학생이 시험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며, 둘째로 교과활동에 모둠활동(Group work)을 도입하였고, 셋째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소양, 활동교육을 도입하였다.
수학 교수활동의 문제점
일선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 강사들 중에 여기까지 끈기 있게 읽으신 분들 중 대부분이 이렇게 거창한 내용을 보시고는, 누구나 다 알고는 있지만 우리 교육현실에 맞지 않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치부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우리의 교육현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부리는 아집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수학교육의 추세에 따라 우리 수학계도 시행 20여년에 걸쳐 검증된 미국의 교육과정을 모태로 획기적인 교육과정을 1997년 12월 30일에 게시하는데, 그것이 제 7차 수학교육과정이고, 10년의 시행 후 그 방법론상으로 문제가 있는 몇 가지를 바꿔 8차 개정에 해당하는 현재의 제 7차 수정교육과정을 발표하였다.
실제로 10가지가 넘는 검정교과서를 분석해보면 위에서 말한 수업활동이 다 들어가 있고,
일선 중고등학교에는 ICT자료(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자료)의 기본틀을 갖추어 주었으며, 그렇게 수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실행하는지는 의문이다. 자, 이제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수학교육의 목표 및 방법론상의 교육과정이 정해진 이상, 수능의 출제방향 또한 여기에 맞추어진다. 수능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근본적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고도의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의 빈도가 점점 높아진다. 유형별 틀에 박힌 문제 풀이를 백날 해봐야 수능에는 처음 보는 유형이 나온다. “사고과정”을 익히지 않는다면 수학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영어교육이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한번 보자.
20년 전에는 누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성문기본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공부했다. 지금은 성문기초, 기본영어는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지만, 수학의 정석은 아직도 건재하다.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걸 가르치는 교사가 아직도 수학에 “정석”이라는 게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수학교육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수학은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수학 교사의 과제
교사가 진정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학생들에게 줄 수는 없다.
Polya의 말을 한번 더 인용하면 교사가 스스로 맛보지 못한 발견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줄 수 없다. 이를 위해 Polya가 강력히 권고하는 것이 문제풀이 세미나를 통한 발견술의 획득이다. 발견술이란 문제해결에 전형적으로 유용한 사고조작을 말한다. 교사는 그리스시대부터 개발된 분석법, 거꾸로 사고하기, 산파술등의 사고법에 기반을 둔 “사고하는 기술 ”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수학사를 활용한 문제의 도입, 거꾸로 사고하기, 적절한 기호 붙이기, 문제를 달리 진술해보기, 유추하기, 보조요소 도입하기, 모순을 찾아보기, 단순화하기, 관련된 문제 만들어보기 등이 그것이다. 수학에 대한 이러한 접근을 통해 아이들은 좀 더 자연스럽게 수학에 다가갈 수 있으며 영어가 어릴 때부터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익숙해지듯이 수학도 얼마든지 친근한 사고과정의 개발을 통해 재미있을 수도 있는 과목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통해서 증명하였다. 매년 가르치는 고3 이과반 30여명 중 수학교육과를 가겠다고 하는 친구가 항상 7~8명은 되었으니까, 이만하면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는 논리를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을 법 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자세를 부탁드린다. 수학과목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수학 교,강사들은 배타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수학문제라도 여러 가지 논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또한 그렇게 다각도로 접근해 보는 것이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본인이 모르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풀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그 문제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대세학원 원장
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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