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부터 배움을 접하고 있다. 배움이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발견과 기쁨’이었으면 좋으련만, 숙제의 홍수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초, 중학생에게 수학 문제 풀고 영어 단어 외우는 것을 게임에서 레벨 올리기 위해 집중, 또 집중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지 비교해보니 아이들 반응은 시들하다. 그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학습은 게임만큼 알록달록 화려하지도 않고 흥미가 유지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기성 세대에게 학창시절 공부한 과목 내용이 현재 얼마나 쓰여지는지 물어보았을 때 ‘매우 그렇다’라는 답변은 많지 않다. 심지어 어떤 이는 대학 들어간 이후 수학 문제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고 한다. 아마 직접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운 내용들은 여러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학습이 일상을 이끌어가는 삶의 지혜가 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TV 사극을 열심히 보면서 국사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초등 4학년 연수, 영어로 채팅을 주고 받으면서 단어는 정확히 몰라도 의미를 잘 짜맞추는 6학년 민석.
내 아이가 몇 학년인지, 어디까지 배웠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 수진이는 기계를 다루는데 능숙하다. 카메라와 캠코더 사용법을 관심있게 익혀가고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배운 사진, 동영상 편집기술을 활용하여 멋진 인터넷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경미는 자원봉사에 흠뻑 빠져있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경험이 경미에게 자신감을 주고 스스로 무엇인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현석은 요리쪽으로 진로를 결정하려고 한다. 원하는 요리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학과공부도 부족해선 안되므로 공부를 놓지 않고, 동시에 요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삶은 교과서처럼 평면이 아니라 입체이며, 여러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읽고, 외우고, 문제 풀이하는 도식으로부터 시야를 넓혀보자. 만져보고, 느껴보고, 동식물들을 가까이하면서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보자. 손과 발이 고생스럽지만 그것이 값진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겨울방학, 많은 아이들이 아빠차, 엄마차 잠시 쉬게 하고 스스로 주도하는 작은 여행을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김지신아동청소년 상담센터
김지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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